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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페이스북·스타벅스·카카오 등 암호화폐 결제망 도입

중앙일보 2019.06.09 00:03
사업자는 비용 줄이고 사용자는 혜택 늘어… 비트코인 가격 1년여 만에 1000만원 재돌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토큰이코노미’ 확산

역사적으로 화폐는 유통이 편리하고 신뢰를 높이는 쪽으로 진화했다. 상거래의 범위가 ‘씨족부족→국가→국경 간 거래’로 확장하는 것과 발맞춰 조개껍데기·동화·금·증권·달러로 바뀌었다.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이 급격히 발달하고 있는 요즘에는 법정화폐의 환차손 리스크를 줄이고 거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디지털 화폐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주요 ICT 기업이 암호화폐 기반의 생태계 구축에 나서면서 토큰이코노미가 주목을 받고 있다. 보상 시스템 기반의 디지털 지급·결제 생태계다. 실생활과 거리가 멀어보였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대중과 가까워지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최근 비트코인(BTC) 가격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1BTC당 1000만원(5월 28일 오후 12시 기준)을 돌파했다. 2018년 5월 10일 이후 1년여 만이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채굴 업체 비트메인의 우지한 대표와 개발자 진영의 대표 격인 크레이그 라이트 엔체인 수석연구원 간에 갈등이 불거지며 패닉셀이 벌어졌을 때와는 분위기가 딴판이다. 365만원까지 떨어졌던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로 올랐다. 올 4월 초만 해도 400만원대에 머물렀다. 최근에는 이더리움·리플 등 알트코인까지 가격이 들썩이며, 제2의 광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암호화폐 기반 생태계 구축에 비트코인 강세
암호화폐 시세가 꿈틀대는 것은 가격 메리트가 있다는 인식이 퍼진 데다 미국·중국 간 무역분쟁으로 불거진 주식·채권 등 전통적 금융자산에 대한 불신 등 때문이다. 내년 5월로 예상되는 ‘비트코인 보상 반감기’도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이다. 비트코인은 공급량 조절을 위해 시간이 지날수록 암호는 어렵게, 보상은 적게 설계됐다. 새로 공급되는 비트코인이 줄면 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장 큰 배경으로는 기존 정보통신기술(ICT)·금융 회사들이 블록체인을 이용한 다양한 비즈니스와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는 점이 꼽힌다. 암호화폐는 그간 실체가 없고, 별다른 용도로도 쓰이지 않으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블록체인 기업들도 합의·보상 체제와 트랜잭션 속도·방식 등 기술적 측면에만 천착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대중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곳곳에서 심상찮은 변화가 포착됐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스타벅스·아마존 등은 물론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인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JP모건·피델리티 등 글로벌 금융회사도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ICT 기업들은 자사 플랫폼에 암호화폐를 심어 실생활에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영국 BBC는 5월 23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이 내년에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내년 1분기에 약 12개 국가에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며, 미국 달러화, 유럽연합 유로화, 일본 엔화 등 법정화폐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 ‘글로벌코인(가칭)’을 발행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왓츠앱·인스타그램 등 자사 플랫폼에 송금·결제시스템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그럴 만한 능력이 된다. 월 24억 명(활성 사용자 수 기준)의 사용자를 거느린 페이스북은 지난해 558억3800만 달러(약 66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순위로 75위에 해당한다. 우루과이의 국내총생산(561억5697만 달러, 2017년 기준)과 맞먹는다. 페이스북 하나만으로 국가 경제 규모의 디지털 화폐 생태계가 생겨나는 셈이다.
 
연 매출 50조원, 기업가치 100조원을 자랑하는 스타벅스도 암호화폐 거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스타트업 플렉사의 ‘스페든’이란 앱을 통해 비트코인·이더리움·라이트코인·비트코인캐시·제미니달러 등의 암호화폐로 결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의 미국 포브스 보도에 대해 스타벅스는 일단 부인한 상태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마이크로소프트·ICE 등과 협력 중이기 때문에 스타벅스의 블록체인 생태계 참여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패든은 아마존 홀푸드마켓과 배스킨라빈스, 카리부 커피, 잠바주스, 반스 앤 노블 등도 결제 플랫폼 협력사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 자체 암호화폐 ‘글로벌코인’ 내년에 출시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자회사인 아마존 웹서비스(AWS)를 통해 블록체인 클라우드 사업에 나선다. 이미 기업용 클라우드 블록체인 네트워크 플랫폼인 ‘아마존 매니지드 블록체인(AMB)’을 구축해 AT&T·네슬레·싱가포르 증권거래소 등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 분권형 인프라를 개발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구글은 구글플레이와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를 쥐고 있어 블록체인 진출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결국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에 동참할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구글이 4월 23일 일본에 이어 한국에 출시한 ‘구글플레이 포인트’는 사용자의 구매 활동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생태계 구축 방식은 암호화폐의 보상 시스템과 유사하다.
 
국내 주요 ICT 기업들도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는 자회사 그라운드X를 통해 6월 중 블록체인 서비스 ‘클레이튼(Klaytn)’을 선보일 계획이다. IT 개발사들의 서비스가 탑재되는 일종의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클레이튼을 통해 사용자의 활동에 따라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지급한다. 소셜데이팅·자전거공유·티켓결제·헬스케어 등 여러 분야에서 블록체인 서비스를 준비하는 기업 9개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클레이튼은 카카오페이 등 금융 서비스와 맞물려 지급결제망 시장에도 뛰어들 수 있을 전망이다.
 
네이버 라인도 지난해 선보인 ‘링크체인’이라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올해 아시아 전역의 스타트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이다. 더불어 일본에서 라인페이를 통해 해외 결제 서비스를 선보이며, 이를 위해 3258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집행할 계획이다. 티켓몬스터도 테라 프로젝트를 통해 e커머스(전자상거래) 암호화폐 결제 솔루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출시한 갤럭시S10에 ‘블록체인 키스토어’라는 앱을 탑재했다. 개별 디바이스에 탑재해 암호화폐를 보호하는 물리보안 ‘콜드 월렛’으로, 갤럭시S10 사용자는 암호화폐를 저장·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미국·캐나다에 이어 서비스 대상 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야놀자도 두나무·키인사이드가 만드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참여해 이른바 ‘야놀자 토큰(코인)’을 연내 공개할 계획이다. 숙박과 음식·쇼핑·모빌리티 등 여타 여가 플랫폼 포인트와 교환할 수 있는 ‘트래블 코인’ 형태로도 운영할 전망이다.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공유와 비슷한 모델인 셈이다. 데노스·하이브랩 등 중소 블록체인 커뮤니티나 프로젝트 등도 자체 연합을 구축해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여러 층위에서 블록체인 앱(DApp)을 통한 지급·결제망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이 정보 전달 체제와 매스미디어 환경에 큰 변화를 일으켰듯, 블록체인이 지급·결제의 밸류체인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장인 채원철 전무는 5월 13일 삼성전자 뉴스룸 기고문을 “블록체인은 신기술의 활성화를 주도해 소비자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스타트업과 관련 산업에 기회의 땅을 제공한다”며 “금융·의료·유통·엔터테인먼트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블록체인 활용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주요 ICT 기업들이 이런 서비스 기반의 ‘토큰이코노미’를 주목하는 이유는 고객 관리·확장이 용이해서다. 토큰이코노미란 보상 시스템에 기반을 둔 지급·결제 등의 경제 생태계를 뜻한다. 기존의 OK캐시백이나 신용카드 포인트도 넓은 의미의 토큰이코노미라고 볼 수 있다. 그간 기업들은 고객 유치·관리를 위해 할인·적립이나 마일리지 지급 등에 적지 않은 마케팅 비용을 썼다. 그러나 혜택만 받고 사라지는 ‘얌체 고객’도 많아 비용을 쓴 만큼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지 못했고, 부채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보상 시스템 기반의 디지털 지급·결제 생태계
이와 달리 토큰이코노미에서는 플랫폼 안에서 암호화폐를 매개로 활동(지출·증명 등)한 만큼 보상한다. 고객은 보상으로 받은 토큰을 유효기간 없이 제품·서비스를 구입하는 데 사용할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암호화폐 자체가 지급·결제망이기 때문에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와 같은 부담이 없거나 적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게다가 토큰이코노미는 블록체인 기반 체제여서 암호화폐나 토큰의 위·변조 가능성은 극히 작아 사업자나 고객 모두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
 
예컨대 백화점이나 버스처럼 지속적인 소비활동이 일어나는 분야에서 현금처럼 발행할 수 있는 자체 화폐를 발행해 작은 경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또 마케팅 비용과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등 금융비용을 절감해 이를 고객에게 분배해 충성도를 높일 수도 있다. 백화점이 상품권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일정량의 할인권을 지급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다만 기존 백화점 상품권은 1~5년의 유효기간이 있어 만기가 가까워질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데 비해 암호화폐에 기반을 둔 토큰생태계는 유효기간이 없고 가치 상승의 가능성도 있다. 기존 체제를 효과적으로 대체하고 다수 사용자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생태계 확장에 유리한 환경을 갖췄다.
 
글로벌 ICT 생태계가 온라인 기반의 플랫폼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토큰이코노미 확장의 한 요인이다. 4~5년 전부터 해외 직구 열풍이 일어난 것처럼 상품·서비스의 국경이 모호해지면서 국가 단위가 아닌, 플랫폼에 기반을 둔 경제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e커머스 시장 규모는 2015년 8000억 달러(약 954조원)에서 지난해 1조4000억 달러(약 1672조원)로 커졌다. 한국의 해외 직구 시장 규모는 지난해 27억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1% 성장했다. 같은 기간 국내 온라인 유통 매출액 성장률 15.9%의 두 배 수준이다. 이에 앞으로는 암호화폐 플랫폼 간에 경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런 변화가 중장기적으로 화폐의 본질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화폐란 유통이 편리하고 신뢰를 높이는 쪽으로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상거래의 범위가 ‘씨족부족→국가→국경 간 거래’로 확장하는 것과 발맞춰 조개껍데기·동화·금·증권·달러로 바뀌었다. ICT 플랫폼이 급격히 발달하고 있는 요즘에는 법정화폐의 환차손 리스크를 줄이고 거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디지털 화폐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물론 암호화폐는 일종의 컴퓨팅 코드며, 아직 속도가 느리고,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대중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사용자의 활동에 따라 유의미한 수준의 보상을 한다면 지급·결제 분야에서 혁명적 수준의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블록체인의 핵심은 상호 검증을 통한 ‘투명성’과, 다수의 컴퓨팅 파워를 이용한 ‘보안성’, 또 이 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지급하는 ‘보상’이다. 여현덕 조지메이슨대 석좌교수는 “개개인의 행동은 인센티브에 따라 달라지며, 블록체인은 보상에 대한 사용자들의 인식을 높여줬다”며 “신뢰·보상 유인이 확실하다면 사용자 대거 유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고 나선 것은 월가의 ‘늑대’들이다. 미국 월가에서는 법정통화에 연동된 화폐나 실물자산의 유동화 코인 발행을 준비 중이다.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기관투자자를 위한 ‘비트코인 거래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했고,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은 자회사를 통해 1억 유로(약 1300억원) 규모의 이더리움 기반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JP모건은 미국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을 준비 중이다. ICE의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백트는 7월 비트코인 선물 계약 거래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블록체인 종사자들은 기존 금융회사들의 움직임에 여러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경제활동이 암호화폐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록체인 캐피탈의 파트너인 스펜서 보가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 암호화폐가 나올 경우 암호화폐 사용자가 2~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비트코인 채택 움직임도 급속히 촉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하나금융그룹이 4월 글로벌 디지털 자산 플랫폼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GLN)’를 대만에서 개시하며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GLN는 미국·영국·중국·일본·러시아·태국·대만 등지의 금융회사·유통·포인트 사업자들 연결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국민은행·신한은행도 파생상품 등 상품과 관련한 디지털 뱅킹 플랫폼을 연구 중이다.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유통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커지자, 일부 개발도상국들은 정부 차원에서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뛰어들고 있다. 자국의 화폐가치가 불안정하고, 산업 기반이 취약해 해외직접투자(FDI)를 받기 어려우니, 원자재 등을 유동화해 투자금을 유치하자는 움직임이다.
 
금·면화 등 자산유동화 암호화폐도 등장할 듯
우즈베키스탄은 천연자원의 자산유동화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전망이다. 우즈베키스탄은 금·철광석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만 항구가 없어 수출이 어려워, 이를 거래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금융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특정 자산에 연동된 암호화폐는 일종의 지분증권으로, 앞으로 증권형토큰공개(STO, Security Token Offering)로 이어질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STO와 암호화폐거래소 개설을 위한 법적 준비를 끝낸 상태다.
 
카자흐스탄도 비트코인 마이닝 센터를 유치하는 한편 암호화폐 거래소 구축에 나섰다. 자산유동화 및 채굴을 통해 해외 자산을 유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경제 개발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아프가니스탄·튀니지·우즈베키스탄 등은 지난 4월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회의에서 블록체인 채권 발행을 고려 중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칼릴 세디크 아프가니스탄 중앙은행 총재는 아시아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블록체인 플랫폼은 아프가니스탄 경제난을 극복할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블록체인 자문회사 코베아그룹의 김신 고문변호사는 “개발도상국은 자원을 개발하거나 수출할 인프라와 자금이 부족한데, 금·면화 등을 유동화하거나 블록체인 기반 채권을 발행해 경제 개발의 초석을 닦으려 한다”며 “올해부터 카르다노재단 등 대형 블록체인 프로젝트와의 기술·자금·인허가 등 여러 협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블록체인에 대한 비관론도 여전히 팽배하다. 아직 완벽하게 구현된 기술이 아니며, 발행자의 의도에 따라 토큰이코노미 생태계가 휘청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관리자의 힘으로 생태계가 좌우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예컨대 토큰의 발행 주체가 과반의 암호화폐를 쥐고 있으면 신규 토큰 발행 등의 의사결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경제 주체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통화량을 늘리고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실제 비트코인·비트코인캐시 등 주요 암호화폐들은 개발자·채굴자 간의 진영 다툼으로 심각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에 결국 ‘하드포크(블록체인 네트워크 분리)’하며 하나의 암호화폐가 2~3개로 쪼개지기도 했다. 암호화폐의 가치가 보장되지 않으며, 실제 다수의 사용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된 사례다. 4월 서울 장충동에서 열린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2019)에 참석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암호화폐는 채굴·거래소·부가 중앙화돼 있으며, 북한 경제보다 불평등이 심하다”며 “기존 금융시스템보다 더 중앙화되고 있으며, 일부 사람들에게 힘과 영향력이 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킹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가 해킹 공격을 받아 48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탈취당했다. 해킹당한 것은 비트코인의 보안체제가 아닌, 거래소 시스템이지만 투자자·사용자들의 불안감은 지우기 어렵다. 트래빗·코인업·Y페이 등 국내 거래소 등은 암호화폐의 급격한 시세 변동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파산했다.
 
의사결정 불신, 거래소 해킹 등 불신 여전
암호화폐를 이용한 다단계 사기·횡령 등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위법 소지가 있는 STO를 들먹이며 투자 유치에 나서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T 코인·G 코인·H 코인 등 ICO를 통해 투자금을 모집한 국내 대형 블록체인 업체를 대상으로 내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거래소와 결탁해 시세조종에 나선 의혹을 받고 있다. 일단 사법·금융당국은 암호화폐에 대한 제도적 성격 규정이 이뤄지면, 사기 등 범죄행위 전반을 문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스기사] 여현덕 조지메이슨대 공공정책대학원 석좌교수 | “블록체인은 초국가적 인증·거래 플랫폼”
사진:전민규 기자

사진:전민규 기자

여현덕 조지메이슨대 공공정책대학원 석좌교수는 블록체인이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 문제를 찾고, 안정적 생태계를 구축해야 세상에 스며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계경제포럼(WEF) 한국 대표부 대표를 거친 여 교수는 현재 미주상공회의소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스마트시티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다. 여 교수는 먼저 블록체인을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은 효율성과 연결성·편의성을 높이는 기술에 불과한 데 비해 블록체인은 초국가적 단위의 인증·거래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그는 “세상에 오감(五感)으로 만족할 수 없는 모든 증명은 디지털로 만족하게 할 수 있으며 이는 블록체인을 통해 P2P 거래가 가능하다”며 “이는 일국에 국한되지 않고 국경을 넘어 거래될 수 있는 것들로 중앙집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개인의 데이터를 자신이 통제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블록체인 환경에서는 사람들의 단순한 사고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때 보상을 지급한다. 또 보상에 대한 인식이 여러 생각을 행동으로 끌어내게 된다”고 말했다.
 
공동의 이익이나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끼리 상상하는 대로 커뮤니티를 구성, 국경을 초월한 새로운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피카소의 그림을 갖고 싶어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분할 방식으로 투자해 피카소 그림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와 지분 증명은 기존의 복잡한 투자 절차를 생략하고 블록체인만으로 가능하다.
 
여 교수는 다만 이런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선 블록체인이 스스로를 세상에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을 통해 기술·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해야 뿌리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제기구가 블록체인을 이용해 부패 거버넌스를 피해 개발도상국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신원 증명을 통해 도난 자동차를 찾는 등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산업현장에서는 전기 등 자동차 에너지의 신원 증명과 해운·항공 등 운송 인증, 디지털 증권 등을 당장 도입 가능한 분야라고 평가했다. 여 교수는 “혁신은 비주류가 주류로 바뀌는 것으로 변화 과정에서 반드시 저항이 발생한다”며 “블록체인은 자체 모델만으로는 자리를 잡기 어려우며 신기술이 있어야 하는 전통 산업과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작고 빠른 한국이 국가 주도적으로 블록체인의 허들을 낮추고 세계적 흐름을 주도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여 교수는 “정부 부처 간 자료 증명을 통해 내부 효율성을 높이는 것과 더불어 블록체인 인력 양성, 창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빌 게이츠가 국제백신연구소를 만든 것처럼 민간의 뜻있는 사람들이 국제기구를 구성해 국제적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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