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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엔 펜션 운영" 20년 넘게 준비한 월급쟁이

중앙일보 2019.06.08 09:01
[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47)
 펜션 운영은 잔손이 많이 간다.사람을 쓰지 않고 자신이 직접 수리하고 객실 청소와 세탁, 숙박 손님 뒷바라지까지 하려면 힘들지만 은퇴 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펜션 운영은 잔손이 많이 간다.사람을 쓰지 않고 자신이 직접 수리하고 객실 청소와 세탁, 숙박 손님 뒷바라지까지 하려면 힘들지만 은퇴 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유연복(63) 씨는 동해안에서 통나무로 지은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국도변에 자리 잡은 조그만 집으로 자신과 아내가 거주하는 살림집과 펜션으로 구성된 아름다운 공간이다. 그는 중견기업에서 생산직으로 근무하다 퇴직 후 펜션을 시작했다. 지금은 동호인들 사이에 많이 알려져 안정적인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 이 공간은 이 씨가 20년 넘게 준비한 곳이다.
 
한창 직장생활을 시작한 30대 초반에 선배들을 보니 대부분 퇴직 후 어렵게 보내고 있었다. ‘그냥 막연하게 지내서는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30대에는 월급의 30%, 40대에는 40%, 50대에는 50%를 무조건 저축했다.


쥐어짜며 살았던 월급쟁이 시절
그때 유 씨의 월급은 많은 편은 아니었다. 맞벌이하는 아내와 쪼개고 쪼개서 생활했다. 세 아이에게 친척이나 지인의 아이들이 입던 옷을 얻어 입힐 만큼 알뜰했다. 아이들에게 새 옷을 입히지 못할 걸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미어지기는 하지만….
 
그렇게 쥐어짜며 살았던 것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펜션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가족과 여행한다고 생각하고 펜션 부지를 물색했다. 3곳 정도 후보지를 정하고 그 지역 이장과 계속 교류하다 50대 초반에 지금의 펜션 부지를 싼값에 사들였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통나무로 펜션을 지으려고 통나무 주택 짓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에 입학해 기본적인 개념과 기술을 배웠다. 구직자 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해 굴삭기 운전기능사 자격증도 땄다. 퇴직 후 거주할 살림집과 펜션을 짓기 시작했다. 
 
유 씨는 본인이 직접 통나무로 펜션을 지으려고 통나무 주택 짓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에 입학해 기본적인 개념과 기술을 배웠다. 구직자 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해 굴삭기 운전기능사 자격증도 땄다(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유 씨는 본인이 직접 통나무로 펜션을 지으려고 통나무 주택 짓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에 입학해 기본적인 개념과 기술을 배웠다. 구직자 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해 굴삭기 운전기능사 자격증도 땄다(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물론 시행착오도 많았다. 하지만 본인이 앞으로 살아야 할 곳이고 본인의 미래라고 생각하니 돌 하나, 통나무 하나가 소중했다.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하려고 했지만 역시 건축과 목공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습득했던 목공기술과 인맥은 큰 힘이 됐고 건축과정에서 다른 기술자들을 보면서 본인의 기술도 크게 향상됐다.
 
펜션은 유행을 많이 타기 때문에 손님을 끌려면 유인책이 필요했다. 마침 손수 가구를 만드는 DIY(Do It Yourself)에 관심이 높아져 펜션 옆에 목공실을 따로 마련해 관련 장비들을 갖췄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DIY 동호회원들을 유치해서 직접 목공 소품을 만들어 집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SNS 활동은 처음에는 자녀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는 유 씨가 직접 카페도 운영하고 적극적으로 고객을 관리하고 있다.
 
원래 펜션은 잔손이 많이 간다. 하지만 유 씨는 사람을 쓰지 않고 자신이 직접 수리하고 텃밭 가꾸기는 물론 객실 청소와 세탁, 숙박 손님 뒷바라지까지 하고 있다.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손님이 많을 때는 몸은 피곤하고 힘들지만 기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가할 때는 본인이 직접 마당에 만들어 놓은 정자에 누워 망중한을 즐기기도 한다. 동네 어르신들이 요청하면 집에 있는 굴삭기로 농사일도 거들고 있다. 지금 계획은 식당을 추가로 운영하는 것이다. 펜션 손님 중에 식사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위치도 국도변이어서 지나가는 손님도 꽤 있을 것 같고 아내의 음식 솜씨도 좋은 편이다.
 
 
위 사례자는 퇴직 20년 전부터 퇴직 이후를 준비한 경우다. 하지만 이렇게 여유 있게 체계적으로 퇴직 후를 준비하는 사람은 드물다. 내가 퇴직자를 위한 교육을 하고 교육 후기를 받아보면 공통적으로 “이런 이야기와 정보를 퇴직이 임박해 알려주면 준비할 시간이 없다”라는 불만이 가장 크게 나온다.
 
이런 수요를 반영해 정부는 40대 공무원을 대상으로 미래설계 과정을 개설해 놓고 있다. 국내 모 대기업에서는 40세 반, 45세 반, 50세 반을 운영한다. 미래설계에 관한 내용을 40세에 한 번, 45세에 또 한 번, 50세에 다시 교육한다는 것이다. 물론 같은 과목이어도 연령대에 따라 교육내용은 다르다. 문제는 이러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퇴직하는 사람의 비율이 극히 일부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준비 안 된 상태에서 퇴직으로 내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17년 8월 정부 합동으로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구축계획을 발표했다. 50대, 60대를 신중년으로 정의하고 이들에게 주된 일자리, 재취업 일자리, 사회공헌 일자리로 이어지는 인생 3모작 기반을 구축한다는 것이 골자다. 주요 경로별(재취업, 창업, 귀농‧귀어‧귀촌, 사회공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생애 경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인프라 보강에도 나선다.
 
고용노동부의 생애설계서비스는 원래 재취업과 관련된 이력서 작성,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방법 등을 주메뉴로 시작했다. 이제는 재취업 관련 서비스는 물론이고 대화 방법, 자산관리, 여가 선용 등 노후생활에 필요한 전반적인 영역을 교육하고 있다. 생애설계서비스는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복지플러스센터(73개소), 고용센터(21개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31개소)에서 담당한다.
 
국민연금공단에서는 '노후준비지원법'에 따라 국민 모두가 체계적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국민연금 노후준비서비스 홈페이지]

국민연금공단에서는 '노후준비지원법'에 따라 국민 모두가 체계적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국민연금 노후준비서비스 홈페이지]

 
노후준비서비스는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에 있는 노후준비지원센터(109개소)에서 담당한다. 국민연금공단의 경우는 ‘노후준비지원법’에 따라 중앙노후준비센터와 지역노후준비센터를 설치하고 해당 노후준비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지역별 노후 준비 교육 내용과 강사들이 소개돼 있고, 필요하면 개인이나 단체에서 신청할 수 있다. 노후준비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진단, 상담, 관계기관 연계 및 사후관리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다양한 지자체별 교육도 있다. 인천경영자총협회에서는 인천 지역 구직자를 대상으로 5일 동안 30시간에 걸쳐 ‘신중년 생애경력설계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50+이상 중장년의 경우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50+캠퍼스와 센터를 방문하면 관련 교육프로그램은 안내받을 수 있다. 교육 이수 후에 커뮤니티활동에 대한 지원도 받을 수도 있다. 부산광역시에서는 ‘50+인생 재설계대학’을 대전광역시에서는 ‘50+인생 재설계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있다.
 
우리 삶에서 퇴직이라는 이벤트는 꼭 한번은 겪게 되는 변화이고 그 스트레스가 심하다. 하지만 혼자 고민하지 말고 주변에 있는 다양한 지원기관을 활용하면서 새로운 나의 일을 찾아간다면 100세 시대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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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재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필진

[박영재의 은퇴와 Jobs] 잘나가는 광고인이었다가 IMF때 35세에 강제로 잘려 일찌감치 백수생활을 경험했다. 이른 나이에 험한 꼴을 당한 뒤 월급쟁이에 염증을 느끼고 PC방 창업, 보험설계사 등 자영업 세계를 전전했다. 지금은 저술과 강의를 통해 은퇴의 노하우와 정보를 제공한다. 좋아하는, 평생 할 수 있는 일, 평생 현역으로 사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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