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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요구하는 미국, 북한 안전보장·경제지원 얘기해야

중앙선데이 2019.06.08 00:37 639호 3면 지면보기
조셉 디트라니

조셉 디트라니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는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를 아우르는 북핵 문제 전문가다. 조지 W 부시 정부 때인 2003~2006년 북핵 차석대표를 맡아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냈다. 이후 국가정보국(DNI) 대북 특임담당관을 맡았으며 버락 오바마 정부 때인 2009~2012년엔 DNI 산하 국가비확산센터(NCPC) 소장을 지냈다.
 
지난달 31일 제주포럼 참석차 방한한 디트라니 전 대표는 “한·미 정상의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시도를 지지한다”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어떤 선택을 하든 한·미가 한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이 다가오지만 북핵 문제는 답보 상태다. 워싱턴에선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는데.
“미 정부 안팎에 ‘북한은 결국 핵을 포기하지 않고 일부라도 남길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평양에도 그런 목소리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그는 젊다. 제재 속에서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된 나라로 40~50년을 사는 걸 바라지 않을 것이다. 올해 연두교서에서도 경제 발전에 초점을 맞춘 걸 보면 ‘핵무기가 나의 유산은 아니다’고 말하려 한다고 본다. 문제는 경제 발전과 동시에 체제 생존도 도모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안전 보장을 원한다.”
 
북한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둘러싸고 미국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투자해 왔다는 점이다. 미국 현직 대통령 중 북한과 두 번의 정상회담을 했고 앞으로도 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은 그가 처음이다. 둘째, 김 위원장이 북한 내 최고 결정권자인 것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내 궁극적인 의사 결정권자라는 점이다. 현 정부에서는 국무장관이든 국가안보보좌관이든 결국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길 원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미국이 제재를 과신하고 있는 건 아닌가.
“제재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 북한이 동의하도록 유도하려면 제재 그 이상이 필요하다. 안전 보장과 경제 개발 지원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빅딜’이 북한의 모든 핵 시설이라면 안전 보장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도 ‘행동 대 행동, 말 대 말’ 원칙에 따라 ‘불가침 조항’이 들어가 있었다. 북한이 주한미군 주둔이나 핵무기 보유 문제를 거론하고 싶다면 거론하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그런 말조차 오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협상이 시작되면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진전을 위한 묘안이 있나.
“지금 당장 북한이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의 전화를 받은 뒤 양쪽 팀이 회의를 시작해야 한다.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이 만났지만 실질적인 협상은 거의 없었다. 6자회담이 실패한 이유는 우리가 협상 테이블을 떠났기 때문이다. 오래 기다릴수록 과거의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커진다. 북한이 연말을 거론하며 (미측에 태도를 바꾸라고) 최후통첩을 했지만 미국은 이런 식의 협박에는 움직이지 않는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놓고 한·미 간 의견이 엇갈린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의견 차가 큰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런 여론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대화 재개를 위한 신뢰 쌓기의 일환으로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반면 개성공단을 통해 들어가는 돈이 정권으로 가거나 핵무기 개발에 쓰일 수 있으니 북한의 실질적인 조치가 가시화될 때까지는 잠시 유보하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핵심은 한·미 양국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한 팀이란 걸 북한에 보여주는 데 있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말 한국에 오지 않나.”
 
빅딜이 이뤄지더라도 미 의회의 비준을 거쳐야 할 거란 관측도 제기되는데.
“(비준 동의권이 있는) 미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대통령은 최고 군 통수권자이자 외교적으로도 많은 권한이 있다.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수만 있다면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합의를 의회가 반대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제주=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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