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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1척, 차 3억7600만 대가 내뿜는 이산화황 배출

중앙선데이 2019.06.08 00:02 639호 14면 지면보기
미세먼지 ‘황과의 전쟁’
㈜로우카본테크의 이철 대표(오른쪽)와 노창래 기술연구소장이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장정필 객원기자]

㈜로우카본테크의 이철 대표(오른쪽)와 노창래 기술연구소장이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장정필 객원기자]

지난 4월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있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박천홍)에 러시아 이르쿠츠크 에네르고 클리모프 파벨 수석 엔지니어가 찾아 왔다. 이 회사는 남한 8배 크기의 이르쿠츠크주에서 화력발전소 여러 곳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손엔 갈색빛이 도는 러시아산 석탄이 있었다. 환경기계연구실 소속 심성훈 박사는 연구소 1층에 있는 연소로로 그를 데리고 갔다. 이날 실험은 국내 벤처기업인 로우카본테크(대표 이철)가 개발한 탈황(脫黃, 황을 떼어냄)촉매제를 러시아산 석탄에 넣어 연소시켰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심 박사는 “러시아산 석탄은 황 성분이 4%를 넘는 고유황탄이다. 촉매제를 넣었더니 이산화황 농도가 원래 석탄보다 30% 줄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화력발전소 관계자들의 고민은 이산화황(SO₂) 저감이다. 이산화황은 아황산가스라고도 한다. 화력발전소를 가동하는 석탄을 태우면 발생한다. 몸에 들어가면 기관지나 눈, 코 등의 점막을 자극하며 폐렴 등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이며, 대기중에선 미세먼지로 바뀌기에 전 세계적으로 배출규제 대상인 오염물질이다. 로우카본테크가 지난해 7월 한국기계연구원에게 의뢰한 연소실험에서도 황 저감 효과는 같게 나왔다. 심 박사는 “이산화황 농도가 120ppm이었던 국내 석탄이 촉매제를 넣어 태울 때 0으로 떨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받아온 러시아 이르쿠츠크 에네르고는 촉매제 2만 t(240억원 규모)을 수입하기로 했고, 로우카본테크는 전남 강진산업단지에 공장을 세우고 촉매제 양산에 돌입했다.
 
러시아는 물론이고 우리도 황(黃·Sulphur)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30년 이상 된 노후 화력발전소 6기를 조기 폐쇄하는 한편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될 때 화력발전소 출력을 80%로 제한하고 있다.
 
현재 각국 화력발전소의 탈황 방법은 대부분 후처리다. 석탄을 태운 뒤 발생하는 배기가스에 탈황설비를 다는 것이다. 배기가스에 소석회나 중탄산나트륨을 분말 형태로 뿌려 나온 부산물을 전기집진기로 제거(건식탈황)하거나 배기가스를 석회석이 함유된 물에 통과하게 하는 방법(습식탈황)으로 황을 줄이는 방식이다. 습식은 폐수처리, 건식은 설치비용의 문제가 뒤따른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로우카본테크의 탈황촉매제는 전처리다. 촉매제를 넣어 석탄을 태우면 이산화황이 재에 달라붙어 줄어들게 하는 게 탈황 원리다. 이렇게 되면 연소하기 이전 단계에서도 이산화황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철 대표는 “황 함유율 0.5% 석탄을 사용하는 500MW(메가와트)급 화력발전소에서 약 350ppm이 발생하는데 전처리와 후처리 방법을 결합하면 0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황과의 전쟁은 바다에선 본격화하고 있다. 2020년 1월 1일부터 국제해사기구(IMO)는 전 세계에서 유조선이나 크루즈 같은 선박의 연료유(벙커C유 등)에 대해 규제를 대폭 강화한다. 황 함유량 상한선 기준을 현행 3.5%에서 0.5% 이하로 대폭 강화해 0.5% 이상 황을 함유한 고황유(高黃油)를 선박 연료로 사용하거나 운송도 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대형 크루즈 한 척에서 나오는 이산화황은 자동차 3억7600만 대에서 나오는 것과 같다. 미세먼지 발생에 영향을 끼치는 질소산화물의 경우 크루즈 한 척과 자동차 42만1153대와 맞먹는다. 선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황이 다른 오염물질과 비교할 때 심각한 수준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해상에서 황 규제는 국제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를 보여왔다.
 
사실 부산이나 인천 등 항만도시에선 선박으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이 심각하다. 인천의 경우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나 건설 기계나 항만에서 나오는 오염원 배출 규모에선 거의 변화가 없게 나타나고 있다.  조경두 인천연구원 인천기후환경연구센터장은 “육상 수송 연료에 대해서는 탈황이 잘 이루어지고 있으나 항만에서는 쉽지 않아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다에서 벌어지는 황과의 전쟁 역시 ▶저유황유 사용 ▶액화석유가스(LNG) 대체 ▶탈황장치 부착 ▶탈황 기술 개발 등 4개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다. 저유황유·LNG 사용은 선주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탈황장치도 육상에서처럼 오·폐수 배출 등의 문제가 있다. 전의찬 세종대 환경에너지공간융합학과 교수는 “석탄발전소는 탈황장치 설치가 쉬운 편이나 선박은 쉽지 않아 그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산화황(SO₂)
산소 원자 두 개와 황 원자 한 개가 결합한 물질. 색깔이 없으며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유독성 기체다. 몸에 흡수되면 기관지, 눈, 코 등의 점막을 통해 자극을 주며 만성노출이 되면 폐렴, 기관지염, 천식, 폐기종 등 질환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산화칼슘(CaO)을 만나면 아황산칼슘(CaSO₃)으로 중화된다.
전처리
연소물(석탄)에 탈황제를 혼합해 연소 전 단계에서 이산화황의 발생을 원천저감하는 기술.
 
강진·대전=강홍준 기자, 정미리 인턴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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