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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살까지 살려면 2억 모아라" 日정부 보고서에 열도 발끈

중앙일보 2019.06.07 11:51
 "100세 시대의 노후 생활을 위해선 2000만엔(약 2억원)을 더 모아라."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최근 ‘인생 100세 시대’보고서에 포함시킨 이 내용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아사히ㆍ마이니치 신문이 7일 보도했다.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 "연금 정책의 실패를 국민에게 떠 넘기는 것"이란 비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사히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금 생활을 하는 고령부부(남편은 65세 이상, 부인 60세 이상)의 경우 연금 수입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30년을 더 살아가기 위해선 총 2000만엔을 모아둘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연금(19만18880엔)을 포함한 한 달 수입(20만9198엔)과 지출(26만3718엔)을 비교할 때 1개월 평균 5만엔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근거에서다.  
 
 금융청은 "투자나 자산운용을 통해 '자산수명'을 늘리라는 조언"이라고 해명하지만 이 보고서는 일본 사회에서 매서운 추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금융담당상을 겸하고 있는 아소 다로(麻生太郞)재무상이 기자회견에서 "100살까지 사는 걸 전제로 퇴직금을 계산해본 적이 있나. 나는 그런 사람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내뱉은 것도 원성을 샀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 [EPA=연합뉴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 [EPA=연합뉴스]

 
 6일 야당 의원들이 금융청와 후생노동성 담당자들을 불러 개최한 합동 청문회에선 정부에 대한 비난이 폭주했다. 
 
참석자들은 먼저 2004년 아베 총리가 자민당 간사장을 맡고 있던 시절 이뤄진 연금개혁을 거론했다.
 
 당시 "100년 안심 개혁"이라고 크게 홍보했던 자민당이 이제와서 국민들에게 2000만엔을 더 모으라고 제안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다는 추궁이었다. 
 
의원들은 연금정책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먼저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10월에 (현행 8%인)소비세를 10%로 올린다면서 또 한편으로 국민들에게 저축을 늘리라는 건 모순 아니냐","실제로 2000만엔을 늘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 지금 돈을 벌고 있는 현역세대들도 될까말까다"라는 지적들이 쏟아졌다.
 
일본의 민방인 TV아사히에 출연한 한 패널은 "보통의 사람들은 수입이 줄어들면 지출을 줄이는 데, 정부의 보고서는 수입이 줄어도 반드시 같은 수준의 지출을 유지할 것이란 전제하에서 작성됐다"며 보고서의 비현실성을 꼬집었다.
 
야당은 이 문제를 7월 참의원 선거의 쟁점으로 삼겠다는 자세다. 
 
제1차 아베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을 무너뜨린 2007년 참의원 선거 자민당 참패때도 연금기록의 누락 문제가 선거의 가장 큰 쟁점이었다.  
 
파문이 확산되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보고서에)오해와 불안을 부를 만한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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