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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해야지, 근데 양보는 못해”…북ㆍ미 6ㆍ12 회담 1주년

중앙일보 2019.06.07 06:00
영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1차 북ㆍ미 정상회담 1주년이 엿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결렬로 끝난 2차 회담 뒤 3차는 일정을 잡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영국을 방문해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 만나기에 앞서 취재진에게 “적절한 시점에 김(정은 국무) 위원장을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김 위원장은 협상을 하고 싶어하고, 나도 그와 협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3차 북ㆍ미 정상회담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재확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해부터) 중대한 (미사일 또는 핵) 실험이 없었다”며 “(북한이) 핵실험도 장기간 동안 안 했기 때문에 (상황은) 꽤 잘 진행돼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내가 대통령이 됐을 때, 그리고 이전에도 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있었다. 지금은 아무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엔 “중대한 실험이 없었다”는 다소 애매한 표현을 썼다. 예전엔 “미사일 발사가 없었다(No missiles)”고 명확히 표현했다. 이는 지난달 4일과 9일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지난달 연이은 미사일 도발을 놓고 “신뢰 위반이 아니다”라고 발언했으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부터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 모두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소지가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왔다.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1차 북ㆍ미 정상회담 1주년을 앞두고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선 대화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4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로 낸 담화를 통해서다. 현재 북한의 대미 외교 및 협상은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넘어간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외무성은 4일 담화에서 “미국이 자기의 의무를 저버리고 한사코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에 계속 매여달린다면(매달린다면) 6ㆍ12 조미(북ㆍ미) 공동성명의 운명은 기약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은 이어 “미국이 공동성명을 이행하려는 진지한 자세와 성실한 태도를 가지고 문제 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였더라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전진하였을 것”이라며 책임을 미국에 넘겼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3일 '2018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며 "중국은 인권에 관한 한 '그들만의 리그'에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언급하지 않았다.[미 국무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3일 '2018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며 "중국은 인권에 관한 한 '그들만의 리그'에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언급하지 않았다.[미 국무부]

 
북한이 담화에서 밝힌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핵심은 대북 제재다. 그러나 미국은 정부뿐 아니라 의회 및 학계까지 비핵화 없는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해 부정적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4일(현지시간) 유럽 순방 중 워싱턴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은 의사를 재확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은 김 위원장이 하겠다고 한 것(비핵화)을 이행해야 한다”며 “제재 완화를 원한다면 핵무기를 폐기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은 명백하다(unambiguous)”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은 다시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비핵화 달성을 위한 최상의 방법에 대해 기꺼이 대화할 것”이라며 “적절한 수단과 방법에 대해 기꺼이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도훈(오른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도훈(오른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시간이 흐를수록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동력은 사라진다고 한·미의 협상 실무자들은 모두 우려하고 있다. 북한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새 길”을 모색하기까지의 시한은 올해 말로 주장한 데다, 미국은 곧 2020년 재선 레이스 모드에 돌입한다.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달 제주포럼에서 “대화의 창이 영원히 열려있지 않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적어도 여름까지는 대화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는 데 한반도 주변국의 이해는 일치한다. 외교 소식통은 익명을 전제로 “북ㆍ미 양측 모두 대화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요구하면서도 자기들의 입장에선 1cm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며 “이대로는 희망을 계속 갖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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