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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웸블리 공연 못 볼 뻔…아미 ‘큰짐’ 덜어준 짐보관 앱

중앙일보 2019.06.07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BTS 해외 공연을 보러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날아간 한국 팬들 사이에 국내 한 스타트업이 만든 짐 보관 모바일 웹 서비스가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A4 크기 넘는 휴대품 입장 불가
여행가방 끌고 애태우던 50여 명
짐 보관 서비스 ‘굿럭’이 한밤 해결

BTS 팬클럽 ‘아미’ 회원인 대학원생 김지영(가명·30·여·서울)씨는 웸블리 공연을 보러 지난달 30일 런던을 방문했다. 공연은 1일과 2일 오후 7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김 씨와 일행들이 낮 동안 여행과 쇼핑을 하다 보니 짐과 가방의 부피가 점점 커졌다. 공연장 입장을 위해 스타디움 앞에 도착하자 짐 처리가 심각한 문제가 됐다.
 
짐 배송, 보관 서비스 어플인 ‘굿럭’의 메인 화면. [모바일 캡처]

짐 배송, 보관 서비스 어플인 ‘굿럭’의 메인 화면. [모바일 캡처]

주최 측은 테러 위험을 이유로 경기장에 A4 용지 크기를 넘는 짐은 갖고 들어갈 수 없게 통제했다. ‘A4 크기 이상 금지(Bag to be no longer than A4)’라고 쓰인 안내문에는 입장 가능한 짐의 가로·세로·두께까지 정해져 있었다. 김 씨는 “반입 규정에 대한 안내가 사전에 있었지만, 관광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짐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들뿐 아니라 공항에서 여행 가방을 들고 곧장 스타디움으로 달려온 팬들도 짐이 그야말로 ‘큰 짐’이 됐다. 발을 동동 구르던 팬들이 스마트폰으로 ‘웸블리 짐 보관’ 등을 검색하다 ‘굿럭(Goodlugg)’이라는 서비스가 순식간에 입소문을 탔다. ‘굿럭’은 한국 스타트업이 세계 최초로 만든 글로벌 러기지(luggage) 플랫폼.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와 같은 원리로 전 세계 100여개 도시에서 여행객들이 가장 가까운 짐 보관소를 6000~8000원에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을 찾은 BTS의 한 팬이 ‘굿럭’에 보내온 감사 인사. [모바일 캡처]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을 찾은 BTS의 한 팬이 ‘굿럭’에 보내온 감사 인사. [모바일 캡처]

그런데 굿럭 접속 뒤에도 문제가 생겼다. 영국의 짐 보관소들은 특정 시간대에 예약이 몰리면 ‘꽉 찼음(full)’이라는 메시지가 뜨도록 설정돼 있었다. 6만명이 몰린 웸블리 스타디움 주변의 굿럭과 제휴한 짐 보관소는 3곳이었는데 모두 ‘꽉 찼다(full)’는 메시지가 떴다. 다급해진 팬들은 굿럭의 24시간 고객 응대 서비스에 구원 요청을 했고, 한국은 한밤중이었지만 굿럭 서비스 팀은 현지 짐 보관소 주인들과 일일이 전화를 해 중요한 정보를 얻어냈다. 보관소 세 곳 중 한 곳에서 “아직 일부 보관 칸이 남아있는데, 짐 보관 시간대 설정을 다르게 하면 하루 동안 맡기는 게 가능하다”는 안내였다.
 
굿럭 측은 이틀간 BTS 팬 50여명을 일일이 안내해 짐 보관 문제를 해결해줬고 이들은 홀가분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굿럭 측은 일부 아미 회원들에게는 프로모션용 무료 쿠폰을 나눠줘 아예 사용료를 받지 않았고 팬 중 일부는 귀국한 뒤 서울 을지로의 굿럭 사무실을 방문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굿럭 윤소희(49) 대표는 국내 카드사 관련 마케팅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다 지난해 8월 러기지 보관·배송 서비스업을 시작했다. 카드 고객 설문에서 ‘국내에서 쓸만한 제휴 서비스는 많은데, 해외여행 시 유용한 서비스가 없다’는 불만에 주목한 것이다.
 
굿럭은 현재 호텔·공항 러기지 직송, 미국 도시 간 짐 배송, 실시간 짐 보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윤 대표는 “여행업과 호텔업이 번성한 데 비해 짐을 보관·배송해 주는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부족하다”며 “여행 시작 날이나 마지막 날에, 짐만 호텔이나 공항으로 보내줘도 여행 시간을 하루 이상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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