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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이분법 끝났다"했지만…‘좌우 하이브리드’ 가능할까

중앙일보 2019.06.06 18:35
지난 3일 홍카레오 녹화 현장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3일 홍카레오 녹화 현장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런 게 정상적인 거죠. 진보든 보수든 들어 보고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수용하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토론(지난 3일) ‘홍카레오’ 방송에 붙은 댓글이다. ‘TV홍카콜라’와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각각 조회 수 100만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한 원인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을 깼다는 점이 자주 거론됐다.
 
홍카레오의 실험에 이어 6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비슷한 화두를 던졌다. 이날 현충일 추념사에서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 보수든 진보든 모든 애국을 존경한다”고 말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사람이나 생각을 보수와 진보로 나눠 대립하던 이념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에는 보수와 진보의 역사가 함께 어울려 있다”면서 “사회를 보수와 진보,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제64회 현충일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제64회 현충일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념적 이분법을 넘어선 진보와 보수의 ‘하이브리드(혼합물)’는 정치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극한으로 대립해 현재로썬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지만,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진보 좌파 vs 보수 우파, 남 vs 여, 청년 vs 노인 등의 이분법적 갈등이 만연한 것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모든 영역에서 고정된 보수는 없고, 마찬가지로 모든 영역에서 고정된 진보도 없다”며 “실제의 세상사는 설명이 복잡한데 작은 차이를 큰 차이로 비약하는 측면이 있고 그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좌우의 동거’, ‘보수와 진보의 협력’이 트렌드가 될 가능성은 각종 여론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다. 자신을 중도 성향(중도 보수+중도 진보)이라고 답하는 응답자가 두꺼운 층을 형성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인 알앤써치가 지난 3~4일 조사한 설문에서 자신의 정치 성향은 ‘진보(19.2%)-중도 진보(26.8%)-중도 보수(24.3%)-보수(15.8%)’로 나타났다. 올 1월부터 매주 진행된 조사 결과에서 ‘중도 진보’와 ‘중도 보수’의 답변은 최소 23%~최대 30%를 오가며 교차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왼쪽)와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5월 1일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한국노총 노동절 마라톤대회에서 만났다. 선거제·개혁 법안의‘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충돌했던 양당 대표는 이날 웃으며 손을 잡았다. 오종택 기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왼쪽)와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5월 1일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한국노총 노동절 마라톤대회에서 만났다. 선거제·개혁 법안의‘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충돌했던 양당 대표는 이날 웃으며 손을 잡았다. 오종택 기자

중도층을 형성하는 이들은 ‘하이브리드 정치’를 기대하고 극단적인 현실의 정치에는 실증을 느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설 교수는 “보수 진영에서도 성 소수자에 관심을 보이는 관점이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유권자는 그런 점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데, 총선 국면이 되면 각 당이 선명성 경쟁을 하면서 극단으로 치달으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라며 “언론도 그런 ‘이미지 정치’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성 정치가 논리와 일관성 부족을 극복해야 ‘공존’의 길이 열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이분법의 시대는 지났다는 문 대통령의 방향은 맞지만, ‘독재자의 후예’ ‘빨갱이’ ‘김원봉’ 등의 발언으로 이념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며 “시대에 걸맞은 통치행위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카레오의 흥행에 대해 김 교수는 “새로운 시도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자신이 속한 진영의 과오와 한계를 계속해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의 약점에는 관대하고 남의 약점에 엄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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