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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넘버 투' 이인영의 취임 한 달, "청와대 가이드라인? 독선적 표현"

중앙일보 2019.06.06 16:14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와 더불어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와 더불어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시험을 보고 싶어도 시험장에 들어갈 수가 없으니 이거야 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취임 한 달(8일)을 앞둔 소감을 묻자 헛웃음을 지으며 한 말이다. 당내 원내대표 경선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표차로 ‘친문 주류’ 김태년 의원을 이기며 기세를 올린 지 한 달. 그의 말에선 취임 후에도 패스트트랙 덫에 걸린 국회가 한 발자국도 못 나간 데 대한 답답함이 묻어났다. 6일 전화로 궁금한 몇 가지를 물었다. 그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가이드라인이 너무 강해 협상 진도가 잘 안 나간다”고 말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쪽과는 협상 여지가 있었다는 의미인가.
“접점을 찾았다 싶은 순간이 두어 차례 있었는데, 그때마다 마지막에 잘 안 되더라. 그건 황 대표의 가이드라인이 작용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야당에 대해 부드럽게 나가다가 최근 기류가 바뀐 것도 그 때문인가.
“패스트 트랙에 대해서 ‘100% 사과, 100% 철회’를 말하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한국당에선 되려 ‘여당 원내대표가 협상 권한을 가지게끔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거둬 달라’고 주장하는데.
“무례하고 독선적인 표현이다. 저쪽에서 요구사항을 번번이 번복한다. 대통령과 정당 대표의 회동에서 이니셔티브(initiativeㆍ주도권)는 대통령에게 있는 게 상식 아닌가.”
 
이 원내대표가 냈던 원내대표 경선 출마의 변(辯) 중 하나는 “황교안 대표의 86세대 폄훼를 그대로 보고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전대협 1기 의장을 지낸, 86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의 분노가 출마의 주요 동인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그는 취임 초 야당에 대한 입장이 강경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비판과 비난을 자제하며 협상에 적극적이었다. 경선 과정에서 의원들에게 한 “진보 ‘꼰대’ 이미지에서 벗어나겠다”, “남의 말 잘 안 듣는다는데 바뀌겠다”는 약속을 지키려 노력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최근 야당, 특히 황 대표를 향한 발언 수위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 원내대표 주변에선 한국당이 ‘청와대 가이드라인’ 운운하며 공격하는 것에 대한 불쾌감이 크다고 한다.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 상황에 대해 그는 “국민의 인내심이 다 할 때까지 지극 정성을 다해 기다리겠다”고 말했지만, 범여권 단독 개원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국회를 단독으로라도 소집해야 한다는 의견은 여전히 있다. 한국당에서 이걸 원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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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국회 상황과 별도로 그가 당 내부적으로는 별다른 잡음 없이 이해찬 대표에 이은 ‘넘버 투’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시적으로는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재선 이원욱 의원을 원내수석부대표로 임명하고, 보궐선거로 국회에 들어온 초선의원들을 대거 원내부대표에 앉히면서 ‘라인업’의 변화를 꾀한 게 두드러진다. 원내부대표와 상임위, 정책라인을 통해 청와대와도 꾸준히 소통 중이라고 한다.
 
최근 이해찬 대표가 지난해 전당대회 때부터 관계가 불편한 것으로 알려진 전해철 의원을 자신의 특보단장에 임명한 것도 이인영 대표와 연결짓는 해석이 나온다.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문 의원 다수가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인영 의원을 지원했다. 그래서 이해찬 대표가 전 의원을 발탁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친문 이해찬 vs 비문 이인영’의 긴장 관계가 성립되는 걸 선제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분석이 많다. 전 의원도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당이 하나로 뭉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단장직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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