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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상수지 7년 만에 적자

중앙일보 2019.06.05 19:11 종합 1면 지면보기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 등으로 글로벌 교역과 투자는 위축되고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신흥국의 경제성장률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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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경제성장 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
세계은행은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고조된 긴장, 가라앉은 투자’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보고서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3%)보다 부진한 2.6%로 내다봤다. 지난 1월 보고서의 전망치(2.9%)보다 0.3%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미국은 올해 2.5% 성장한 뒤 내년에는 1.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유로화 사용 19개국(유로존)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1.2%)는 지난 1월(1.6%)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무역전쟁의 상대방인 중국도 사정은 좋지 않다. 중국의 성장률은 지난해 6.6%에서 올해 6.2%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인도네시아·태국 등을 포함한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신흥국 전체로는 올해 5.9% 성장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5일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6.2%로 낮췄다. 지난 4월 전망치(6.3%)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케네스 강 IMF 아시아ㆍ태평양 담당 부국장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만약 무역이 타격을 입으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를 정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를 정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 지역 성장률이 6%를 밑도는 것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세계은행은 설명했다. 세계은행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따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한반도를 비롯한 일부 지역의 새로워진 갈등을 세계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현재 경제적 모멘텀은 여전히 취약하다”며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고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관광 제한' 카드에 트럼프 '중국 유학생 압박'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대결은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관세폭탄’과 화웨이를 둘러싼 공방에 이어 관광·교육 등 서비스 분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중국이 유커(游客·중국인 여행객)에 대해 대미 관광 차단 카드를 꺼내들자 미국은 36만 명에 이르는 미국 내 중국 유학생을 압박하고 나섰다. 학생비자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졸업 후 미국 내 취업이나 연구에 제한을 가하는 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재능(talent)이 무역과 기술에 이어 다음 타깃이 됐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지만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국 경제 '사면초가'…생산·투자·수출 등 경고등
한국 경제는 생산과 투자·수출·고용·소비 등 전방위적으로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0.4%)이 10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가운데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경상수지가 4월에 6억6000만 달러의 적자로 돌아섰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월간 기준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이후 7년 만이다. 수출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감소(전년 동기 대비)한 것을 고려하면 5월 경상수지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상품수지는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출과 수입이 함께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라는 점이 문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중국과 미국은 각각 한국의 1, 2위 수출 상대국이란 점에서 미·중 무역마찰이 심해질수록 한국의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과 미국의 비중을 합치면 38%가 넘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1분기 수출은 전 분기보다 7.1% 감소해 G20 국가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김영주 무역협회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1분기 수출 감소분 중 55%는 중국 수출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 "성장률 1%대 후반 떨어질 수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OECD는 올해 한국 경제가 2.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전망치(2.6%)보다 0.2%포인트 낮췄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현대경제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중국 경제성장률이 크게 낮아지면 올해 한국의 성장률도 1%대 후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은행은 아직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유지하고 있지만 다음달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하면서 소폭 하향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하지만 정부의 인식은 여전히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4월 경상수지 적자는 일회적·일시적 현상”이라며 “외국인 배당금 지급이 4월에 집중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성태윤(경제학) 연세대 교수는 “외국인 배당금 지급은 해마다 4월이면 있었던 일”이라며 “유독 올해 4월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최근 대외 환경이 악화한 가운데 주력 산업인 반도체가 위축하면서 수출이 줄어드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노동비용이 상승하면서 기업의 경쟁력이 약해진 것은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주정완·강혜란·강기헌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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