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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과 분권 두 마리 토끼 노리는 양정철…野 "노골적 선거운동"

중앙일보 2019.06.05 18:00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전국을 누비며 지역 정책 네트워크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양 원장 본인은 언론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다고 말하지만 한편에선 의도적인 광폭행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 원장은 최근 서훈 국정원장과의 비공개 만찬 사실이 드러나 ‘관권선거 기획’이란 야권의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권 광역단체장들과의 연쇄 회동을 이어가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그는 지난 달 14일 취임 당시 민주연구원의 역할을 ‘총선의 병참기지’라고 규정하면서 내년 총선의 밑그림을 그리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태다.
 
양 원장은 지난 4일 서울과 경기도의 정책연구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를 만났다. 7일에는 인천연구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박남춘 인천시장과도 자연스럽게 환담을 할 계획이다. 10일에는 경남발전연구원, 11일에는 부산 연구원을 방문하면서 김경수 경남지사, 오거돈 부산시장과 만날 예정이다. 13일에는 대전세종연구원과의 업무협약 일정이 있다. 양 원장이 박원순ㆍ이재명ㆍ김경수 등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군을 잇달아 공개적으로 만나는 것에 대해 정치적 해석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국회 주변에선 양 원장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당 소속 차기 주자들의 총력 지원을 끌어내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오른쪽)이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경기연구원과 민주연구원의 공동연구협력 MOU에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오른쪽)이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경기연구원과 민주연구원의 공동연구협력 MOU에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총선을 겨냥한 사전 선거운동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인가 문(文)주연구원장인가’라는 논평을 통해 “양정철의 오만한 행보가 도를 넘었다”며 “말로는 정책 협약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총선 협약이자 선거 전략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하다”고 비판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페이스북에서 “스스로 총선 ‘병참기지’라고 공언한 양정철의 거침없는 총선 행보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며 “아예 노골적인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연구원 측은 “현장을 잘 아는 지역 싱크탱크와 정책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취지이고 야당 지자체장에게도 같은 제안을 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양 원장의 행보를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방 분권’과 연결짓는 해석도 있다. 당 관계자는 “물론 내년 총선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지방 분권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 싱크탱크의 역량을 강화하는 게 필수적이다. 민주연구원이 그런 부분에서 각 싱크탱크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커홀릭’으로 알려진 양 원장은 일정도 철저히 실무적으로 짠다고 한다. 5일에는 민주연구원 주관으로 국회에서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자치분권과 지역혁신’ 토론회가 열렸는데 정작 양 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연구원 관계자는 “양 원장이 의례적 인사말을 하기 위한 행사나 토론회 참석은 가급적 하지 않으려 한다”며 “실질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양정철 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열린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에서 박 시장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양정철 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열린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에서 박 시장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민주연구원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연구원이 총선 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고 보는 건 민주당이라는 큰 조직을 너무 우습게 아는 것”이라며 “어디까지나 당이 주도하고 연구원장은 나름의 역할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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