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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순직 영웅의 딸, 교사 꿈 버리고 해군 가족 되다

중앙일보 2019.06.05 17:50
“아빠의 모든 것이던 해군과 거리가 멀어지는 게 상상이 안 갔어요”
 
2010년 3월 천안함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의 딸 태경(29)씨는 어엿한 해군 가족이 돼 있었다. 당시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태경씨는 아버지의 순직을 계기로 진로를 다시 정했다. 그리고 해군에 군무원으로 들어가 2015년부터 진해 해군기지 인사참모부에서 재직하고 있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해군 가족이 된 것이다. 6일 현충일을 맞아 태경씨의 근황을 물어봤다.
 
고 한주호 준위 동상이 위치한 진해루해병공원에서 딸 태경씨가 아버지 영정 앞에 섰다. 태경씨는 "위험한 일에 몸을 던지던 게 아빠의 일상이고 운명이었다"고 말했다.[한태경씨 제공]

고 한주호 준위 동상이 위치한 진해루해병공원에서 딸 태경씨가 아버지 영정 앞에 섰다. 태경씨는 "위험한 일에 몸을 던지던 게 아빠의 일상이고 운명이었다"고 말했다.[한태경씨 제공]

 
태경씨가 맡은 업무는 참배행사 준비.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먼저 떠난 아버지 생각에 눈물을 쏟곤 했다는 그는 지난 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제는 이 업무가 딱 적성에 맞는다”고 말했다.
 
태경씨의 꿈은 원래 교사였다. 아버지가 교대에 간 오빠 상기(34)씨를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태경씨 역시 자연스럽게 사범대에 진학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떠난 뒤 가족들이 해군 관사를 나오게 되면서 태경씨의 생각이 바뀌었다.
 
“아빠는 늘 해군특수전전단(UDT/SEAL)을 자랑스러워했고, 자부심은 엄청났어요. 그런데 해군과 이제 멀어진다고 하니 상상이 안 갔죠. 속으로 ‘아빠, 내가 뭘 하면 아빠가 행복해할래’라고 몇 번을 물었어요.”
 
그렇게 공부를 시작해 합격 후 임명장을 들고 가장 먼저 국립대전현충원의 아버지 묘소를 찾았다. 태경씨는 “해군 가족이 됐다고 아빠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아버지 한 준위는 살신성인의 표상이 됐지만 태경씨에겐 “그게 아빠의 일상이라 처음엔 의아했다”고 털어놨다. 한 준위는 2010년 3월 30일 가라앉은 천안함 속 장병들을 구하겠다며 바다에 뛰어들었다. 악조건 속 수색을 만류하는 동료들에게 “후배들에게만 맡겨서는 위험하다. 오늘 완전히 다 마치겠다. 함수 객실을 전부 탐색하고 나오겠다”고 말한 게 유언이 됐다. 2009년 아프리카 소말리아 청해부대 1진으로 파병됐을 때도 최고령 장병으로 참가했다.
 
태경씨는 “‘연세 50이 넘어 파병 가는 건 위험하지 않냐’고 가족들이 뜯어말린 기억이 있다”며 “그걸 뿌리치고 몸을 던지는 게 아빠의 생활이었고 운명이었다”고 회고했다.
 
태경씨는 아버지의 삶을 생각하면 한순간 한순간을 허투루 살 수 없다고 했다. 여전히 한 준위를 기리는 국민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고 했다. “매년 현충일마다 아빠 묘소에 꾸준히 찾아오시는 분들이 계셔요. 저도 아빠처럼 멋있게 살고 싶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아빠 옆에 갈 때 자랑스럽게 살았다고 말하고 싶거든요.”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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