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럼프 방한 앞두고 재등장한 北 ‘위성발사’ 보도… 장거리 미사일 만지작(?)

중앙일보 2019.06.05 15:29
2012년 12월 광명성-3호 발사를 기념하는 북한 우표

2012년 12월 광명성-3호 발사를 기념하는 북한 우표

연일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북한이 인공위성 카드를 내보이고 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5일 중국과 러시아, 유럽의 위성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정세론 해설코너에서다. 지난달 6일 ‘날로 활발해지는 평화적 우주개발’에서 각국의 위성 발사 소식을 전한지한 달 만이다. 당시 신문은 중국이 44번째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이 궤도에 진입한 내용을 다뤘고, 5일 보도 역시 유사한 내용이다.  
북한이 한 달 만에 위성 발사를 다룬 건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실제 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명분 쌓기이자 대미 압박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이후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중단(모라토리엄)하고 있는 것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고 있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치적’을 와해시킬 수 있으니 양보하라는 시위 성격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인공위성 발사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활용하는 다단계로켓 기술이 적용된다. 위성을 탑재하는 곳에 재진입(RE-ENTRY) 기술이 적용된 탄두를 장착하면 ICBM이 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선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군사적 도발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북한이 위성 발사 징후를 통해 역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6월 되자 두문불출에서 공개 모드 전환
트럼프 방한 맞춰 대미 압박 끌어올리기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23일(현지시간) 탄도미사일 실험장인 ‘서해위성발사장’(평북 동창리)이 해체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곳을) 곧 파괴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사진은 시험용 발사대 상부구조물로 최근 촬영된 위성사진을 통해 철거가 됐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23일(현지시간) 탄도미사일 실험장인 ‘서해위성발사장’(평북 동창리)이 해체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곳을) 곧 파괴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사진은 시험용 발사대 상부구조물로 최근 촬영된 위성사진을 통해 철거가 됐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은 베트남 하노이 회담(2월 말)을 앞두고 평북 동창리의 미사일 발사장(북한은 서해 위성발사장)을 정비하는 등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 이런 동향은 없는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발사 관련 시설의 정비를 완전히 끝낸 것인지, 그냥 시위용이었던 건지 분석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언제든 북한이 위성 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북한이 지난달 4일과 9일 미국의 심기를 건들지 않는 레드라인을 지키면서도 기술을 과시한 단거리미사일을 쏜 것처럼 위성이라는 '빠져나갈 구명'을 활용해 미국을 당혹하게 할 가능성을 내비쳤을 수 있다는 뜻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북한이 이렇게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는 건 이달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맞춰 대화냐 대결이냐 양자택일을 주문하는 동시에 협상 재개의 뜻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도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말까지 지켜보겠다”고 했는데, 시한이 얼마 남지 않자 미국을 조이는 주문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신들이 먼저 협상을 제안하기보다 ‘도발 가능성’을 보이면서 미국이 먼저 나서라는 손짓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전날(4일) 오후 8시쯤(미국 동부기준 오전 7시) 담화를 내고 “역사적인 6ㆍ12 조미(북미) 공동성명 발표 1돌을 맞으며 미국은 마땅히 지난 1년간을 돌이켜보아야 하며 더 늦기 전에 어느 것이 올바른 전략적 선택으로 되는가를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지금의 셈법을 바꾸고 하루빨리 우리의 요구에 화답해 나오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우리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고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노이회담 결렬에 따른 내부 추스리기를 어느 정도 마친 뒤 이달 들어 ‘우리는 스탠바이(준비)됐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특히 외무성 대변인 담화나 위성 발사 보도 재등장은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대미 압박에 박차를 가하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