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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장자연 사건 부실의혹 제기···'줄소송' 부른 과거사위

중앙일보 2019.06.05 12:18
"조사 기록을 살펴보니 할 말이 없습니다. 수사를 권고할 수준이 아닌 것 같습니다."
 
경찰의 '김학의 사건' 1차 수사 당시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수사를 권고하자 한 검찰 관계자가 보인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과거사위의 실무기구인 진상조사단의 조사 기록을 살펴본 뒤 검찰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을 직감했다고 한다.
 
과거사위에 '줄소송'…"섣부른 의혹 제기로 자초"
김용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이 29일 오후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의혹과 과거 검·경 수사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이 29일 오후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의혹과 과거 검·경 수사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의·장자연 사건' 등 과거사위가 재수사를 권고한 사건이 검찰 수사 결과 잇따라 근거 없는 것으로 나타나며 과거사위에 대한 줄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과거사위의 섣부른 의혹 제기가 자초한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김학의 사건'의 2013년 경찰 1차 수사 당시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검찰 관계자의 지적대로 부실한 조사 내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과거사위는 지난 3월 25일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곽상도 자유 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당시 곽 의원과 이 전 비서관이 사건을 내사하던 경찰을 질책하거나 경찰청 수사지휘라인을 부당하게 인사 조처 하는 방법으로 수사를 방해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수사 대상에 오른 곽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수사 권고 전까지 조사단이 자신과 이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 시도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외압행사 의혹을 주장해온 이세민 전 경찰청 수사기획관 역시 과거사위의 수사권고 전까진 조사단의 조사를 받은 적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사위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보고라인에 있었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사 권고대상에서 제외해 정치적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과거사위는 지난달 '김학의 사건'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외압행사 의혹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 근무자의 관련 진술이 존재한다고 밝혔지만, 이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선 "조사단 면담에서 그런 취지의 진술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곽 의원은 과거사위와 조사단 등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과거사위 제기 의혹…"근거가 없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의 여환섭 단장(청주지검장)이 4일 오전 서울 동부지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친 수사에서 특수 강간 등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함께 구속기소 했다. [연합뉴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의 여환섭 단장(청주지검장)이 4일 오전 서울 동부지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친 수사에서 특수 강간 등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함께 구속기소 했다. [연합뉴스]

과거사위가 '윤중천 리스트'의 일원으로 규정하며 검찰에 수사를 촉구한 대상인 한상대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도 잇따라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두 사람에 대한 과거사위의 수사 촉구에 대해 대검은 내부적으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김학의 사건'을 재수사한 검찰 수사단 역시 "수사에 착수할 만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과거 검·경 수사 당시 윤 씨의 휴대전화에 두 사람의 전화번호가 없었고 통화내용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 사람의 의혹과 관련한 관련자 진술도 검찰 수사과정에서 나오지 않았다.
 
과거사위의 수사 권고로 검찰이 재수사한 이른바 '남산 3억원' 사건도 앞선 수사와 비슷한 결론이 내려졌다. '남산 3억원' 사건은 신한금융 측이 2008년 이상득 전 의원 측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으로 촉발됐다.
 
검찰은 4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을 위증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다만 의혹의 핵심인 누가 돈을 받았는지, 돈의 성격은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과거사위는 지난 1월 검찰에 수사를 권고하며 "검찰이 봐주게 수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수사를 벌인 검찰은 "당시 검찰이 남산을 현장 검증하는 등 실체 규명을 위해 노력했다"며 "수사가 미진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다"고 밝혔다.
 
"피의사실공표 문제 삼던 과거사위의 적반하장"
법조계에선 과거사위와 조사단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섣부른 언론 공보가 화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과거사위와 조사단의 활동에 대해 "피의사실공표를 검찰의 대표적 병폐로 지목한 과거사위가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조사단 역시 확인되지 않은 조사 진행 상황이나 제보 내용을 일방적으로 언론에 공표하는 등 사실상의 피의사실공표를 자행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과거사위는 검찰의 '주요 적폐 행위' 중 하나로 '피의사실 공표'를 선정하고 조사를 벌여왔다. 조사단의 보고를 토대로 과거사위는 지난달 28일 '피의사실 공표' 문제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검찰은 수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공소 제기 전 피의사실공표를 통해 피의자를 압박하고 유죄의 심증을 부추기는 여론전을 벌이는 등 관행적으로 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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