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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동포 소유 건물로 국가소송전까지…청구역 3번 출구 앞 3층 건물에 무슨 일이

중앙일보 2019.06.05 11:19
청구역 3번 출구(빨간색 원)으로부터 20m 떨어진 한국계 캐나다인 소유 3층 건물(제일 왼쪽)[사진 네이버 지도]

청구역 3번 출구(빨간색 원)으로부터 20m 떨어진 한국계 캐나다인 소유 3층 건물(제일 왼쪽)[사진 네이버 지도]

캐나다 동포가 자신이 가진 건물이 재개발로 수용된 것은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라며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통한 소송을 제기했다.  
  
5일 서울 중구청과 법무부 등에 따르면 2006년 캐나다로 이민 간 A씨(57)는 지난달 19일 자신이 소유한 토지와 건물이 재개발 과정 중 위법하게 수용됐다며 ISD 중재의향서를 접수했다. 중재의향서 접수는 ISD를 제기하기 위해 거치는 절차로 중재를 신청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하는 단계다. 접수 90일 뒤부터 실제 중재 제기가 가능하다.  
 
 A씨가 2006년 사들인 서울 중구 내 건물은 지하철 6호선과 5호선이 만나는 청구역 3번 출구에서 20m 떨어진 3층 건물이다. 현재 신당8구역 재개발지구로 지정돼 토지 수용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 중구청은 지난해 11월 신당8구역 재개발 사업시행을 인가했고, 지난 4월 대림산업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재개발 조합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2017년 23억7300만원으로 감정가가 매겨졌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A씨는 해당 건물을 2006년 14억4000만원에 거래했다.
서울 신당8구역 재개발 조감도[사진 서울 중구청]

서울 신당8구역 재개발 조감도[사진 서울 중구청]

 A씨는 ISD를 통한 정식 청구 금액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300만 달러(약 35억3910만원) 상당의 손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는 “2015년 발효된 한-캐나다 FTA 상 공공 목적이 아니면 재개발 목적으로 토지와 건물을 수용할 수 없다”며 “조합 주민과 민간 건설회사가 이익을 보는 한국의 재개발 제도는 공공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하철역이 바로 앞에 있고 도로와 전기 등 인프라가 모두 정비돼 있는데 무슨 권한으로 일방적으로 재개발 대상에 포함시키느냐”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조합원 75% 이상 동의를 얻으면 재개발이 가능하도록 한 국내 법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가별로 토지 수용 제도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국내 재개발 관련법이 국제법상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2015년 발효된 한-캐나다 FTA 조항. 공공 목적일 때 수용이 가능하다고 표기돼 있다.[사진 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

2015년 발효된 한-캐나다 FTA 조항. 공공 목적일 때 수용이 가능하다고 표기돼 있다.[사진 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

 재외 동포가 FTA를 근거로 국내 토지 수용제도를 문제로 삼으며 국제 소송을 벌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9월 한국계 미국인인 서모씨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자신의 부동산이 재개발로 강제 수용된 것이 한-미 FTA에 위반된다며 ISD를 활용해 약 300만 달러(3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서씨는 2001년 한국 국적자인 배우자 박모씨와 공동명의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188㎡ 규모 주택과 토지를 3억3000만원에 사들였다. 정부의 재개발 사업에 따라 이 주택과 토지를 2012년 대흥2구역으로 수용했다.  
 
 서울 마포구청은 2016년 3월 토지수용위원회의 조정을 거쳐 서씨에게 주택과 토지를 수용하는 대가로 당시 81만 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9억5474만원)를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서씨는 이에 불복해 서울 서부지법에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는 관련 소송이 잇따르자 국무조정실·기획재정부·외교부·법무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합동대응체계를 구성했다. 정부가 패소할 경우 재개발과 관련된 도시 및 주거 환경 정비법을 개정해야 하고 외국인이나 재외 동포에 지급해야 할 보상금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서씨가 제기한 ISD는 신속 절차로 진행돼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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