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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냉철ㆍ잔혹ㆍ스마트…집착하면 그를 움직일 수 없어"

중앙일보 2019.06.05 05: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집착하면 할수록 그를 움직일 수 없다. 김 위원장은 냉철하고 잔혹하며 스마트한 리더다.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총력 외교 정책을 수정할 때 비로소 북한을 추동할 수 있다.”  
 
앤드루 네이선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교수의 말이다. 네이선 교수는 세계적인 중국 전문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엔 행정부의 중국 정책 자문역으로 위촉됐다. 그가 건넨 명함엔 ‘리안여우(黎安友)’라는 중국어 이름도 인쇄돼있다. 중국과 함께 동북아도 그의 관심사다. 그는 “미ㆍ중 갈등은 하루 아침에 끝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북한 문제 해결의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선 북한만 바라보는(obsessed) 현재의 외교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초청으로 방한한 그를 3일 만났다.  
 
 
미국의 중국 전문가인 앤드루 네이선 컬럼비아대 교수는 3일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놓고 "기나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수진 기자

미국의 중국 전문가인 앤드루 네이선 컬럼비아대 교수는 3일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놓고 "기나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수진 기자

 
미ㆍ중 갈등에 대해 그는 “3차 세계 대전과 같은 사태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양국 모두 불필요한 갈등과 희생을 치르지 않겠다는 공감대는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양국 사이에 낀 한국에겐 그 어느 때보다 현명한 외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요지.
 
화웨이부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까지, 한국은 미ㆍ중 갈등 사이에 끼어있다. 한국 정부에 조언을 부탁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집권한 뒤 미국의 대중 전략 및 정서는 바뀌었다. 정부뿐 아니라 의회ㆍ학계ㆍ언론계 등 미국 사회 전반은 중국에 대해 통일된 목소리를 갖게 됐는데, 중국이 더 공격적이고(pushy) 도전적으로 변했다는 인식 하에 미국도 더 강해져야(tougher)한다는 공감대다. 양국 관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현재 ‘경쟁(competition)’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고민이 깊은 지점일 것이다. 한국 정부에게 중요한 것은 균형(balance)이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그 균형을 잡는 게 참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외교가 중요하다. 한국 외교는 현재 북한에 지나치게 경도돼있다. 북한 지도자는 스마트하고 매우 냉혹하다. 한국이 북한에 집착할수록 그는 멀어지기만 할 것이다. 북한을 움직이기 위해서라도 한국은 대미ㆍ대일ㆍ대중 외교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일본은 화웨이 전선에서 일찌감치 미국편을 들었다. 한국도 그래야 할까.  
“한국과 일본은 좀 다르다고 본다. 일본은 미국 편을 들 수밖에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에서 최고의 환대를 한 것도 일본으로서는 외교적으로 미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중국과도 손을 잡고 있지 않나. 한국은 그러나 미국만이 선택지가 아니다. 그 점을 오히려 외교적으로 기민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외교의 묘미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균형을 찾으면 된다. 선택을 할 필요가 없는 게 한국의 입장이라고 본다.”  
 
미 국방부가 1일(현지시간) 낸 보고서에서 일본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요 동맹으로 적시했지만 한국에 대해선 '동북아 지역의 주요 동맹'이라고만 했는데. 
"미국은 현재 한국이 인도-태평양 정책에 본격 가담했다고 보지 않는다. 일본은 이미 노선을 명확히 했지만 사실상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게 미국 정부의 의중이다."   
 
1989년 5월 14일 천안문 광장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학생과 시민.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1989년 5월 14일 천안문 광장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학생과 시민.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인권 전문가이기도 한데. 마침 오늘(3일)은 중국 천안문 사태 30주년을 하루 앞둔 날이다.
“30주년이어서 더 각광을 받는 측면도 있지만 지난 세월 동안 바뀌지 않은 게 있다. 중국 정부가 아무리 진실을 가리려고 해도, 천안문 사태의 진실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세계 어느 곳의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역사엔 큰 관심이 없다. 그러나 그래도 진실을 잊지 않고 역사를 배우려는 젊은이들은 존재한다.”
 
미ㆍ중 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으로 보나.  
“양국간의 갈등은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어느 쪽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갈등은 장기화할 것이다. 1990년대의 중국은 미국이 인권 문제를 꺼내면 정치범 일부를 석방해주는 제스처를 취하며 간접적으로나마 반응했다. 지금은? 미동도 않는다. 중국의 입장을 요약하자면 ‘미국에 먼저 싸움을 걸지는 않겠지만 미국이 싸움을 걸어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가 되겠다. 미국도 더 이상 패권과 국익을 포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기나긴 싸움이 될 것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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