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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총선 1년 전부터 여야의 극한 대치…한국 정치의 고질병

중앙일보 2019.06.05 05:00
교착상태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국회. 원내대표들 간의 협상 채널은 열려 있지만 이렇다할 진척이 없다. 사진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뉴스1]

교착상태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국회. 원내대표들 간의 협상 채널은 열려 있지만 이렇다할 진척이 없다. 사진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뉴스1]

 
6월이 시작된 지도 5일째에 접어들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네 탓’ 공방에 바쁘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에, 한국당은 민주당에 국회 공전의 책임을 전가한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의 또 다른 이름은 민생 포기당이다. 패스트트랙 철회만을 요구하며 민생 지원을 위한 국회 복귀와 추가경정예산 처리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들여 여권을 공격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 전에 모든 것을 끝내 달라고 하는데, 국회가 대통령 일정에 맞추라는 오만한 태도를 보인 것”이라며 “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민주당 원내지도부를 놓아 달라”고 말했다.
 
사실 정치권에선 “올해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내년 4월 21대 총선까지 1년도 채 안 남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면 여야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린다.
 
여당 입장에선 총선 전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리기 때문에 주요 법안들을 처리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진다. 통상적으로 청와대에서도 입법에 대한 강조와 주문이 많아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기 일쑤고, 자연스레 야당의 반발도 커진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대치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인 선거법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운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해야 하는 점도 변수다.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각 정파는 선명성 경쟁에 나설 수 밖에 없고, ‘밀리면 안 된다’는 압박도 커진다. 이 때문에 타협보다는 대결을 선택하는 양상을 띠게 되는 것이다.
 
2015년 11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역사왜곡 교과서 반대"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앙포토]

2015년 11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역사왜곡 교과서 반대"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앙포토]

 
실제로 과거에도 선거 1년 전 국회는 겉돌기 일쑤였다. 20대 총선이 치러지기 1년 전인 2015년에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이슈를 놓고 여야가 대치했다. 그해 11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황교안 총리, 김무성 대표 등 고위 당ㆍ정ㆍ청 통해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자,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 등은 아예 국회 본관에 침낭을 펴고 사흘간 농성을 벌였다.
 
“야당은 역사 교과서 문제를 ‘총선용 동아줄’로 여기고 있다. 민생을 외면한 동아줄은 썩은 동아줄”(새누리당) vs. “민생에 집중하자는 여당의 주장은 국면 전환용 ‘위장 민생’이다”(새정치민주연합)고 설전을 주고받았는데, 여야만 바뀌었지 지금 대치 국면과 닮은 꼴이다. 당시 서울 종로 보신각 공원에서 ‘국정화 저지 문화제’ 등을 여는 등 장외 투쟁을 병행하던 새정치민주연합은 내부 진통 끝에 지역구의 이해와 직결되는 예산안 처리를 위해 원내로 복귀했다.
 
2011년 11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 [중앙포토]

2011년 11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 [중앙포토]

 
19대 총선 1년 전인 2011년에도 여야의 대결이 막장으로 치달았다. 이때는 한ㆍ미 FTA 비준안 처리가 핵심 소재였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4월 협상이 타결됐지만, 국회의 비준을 못 받다가 4년 7개월만인 2011년 11월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기습적으로 본회의를 열고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야권은 극렬히 저항했다. 심지어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려 외신을 장식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때 한ㆍ미 FTA를 추진했던 만큼 타협의 여지가 있었지만, 당시 민주당은 “표결에 응하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살고 우리만 죽는다”는 정서가 강했고, 결국 등원을 거부한 채 밖으로 뛰쳐나갔다. 당시 국회를 방문했던 시그피리도 레예스 엘살바도르 국회의장은 “엘살바도르에선 몸싸움하는 의원들은 국민이 낙선시킨다. 반군 시절엔 직접 정부군과 총을 들고 무수히 싸웠지만, 국회의원이 되고 나선 한 번도 몸싸움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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