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이나인사이트] 29살 청년이 세운 디디는 어떻게 중국 대륙을 평정했나

중앙일보 2019.06.05 00:04 종합 26면 지면보기
중국 창업 생태계의 경쟁력
중국의 공유자동차 시장을 평정한 디디추싱 앱은 도시민들의 출퇴근 전쟁 해소에 큰 역할을 했다. 하루 평균 3100만건의 차량 탑승이 이 앱을 통해 이뤄진다. 중국인 남성의 휴대폰에 실제 디디추싱 앱 화면을합성한 사진.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중국의 공유자동차 시장을 평정한 디디추싱 앱은 도시민들의 출퇴근 전쟁 해소에 큰 역할을 했다. 하루 평균 3100만건의 차량 탑승이 이 앱을 통해 이뤄진다. 중국인 남성의 휴대폰에 실제 디디추싱 앱 화면을합성한 사진.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모빌리티 산업의 원조 격인 우버(Uber)가 지난달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초기 주가가 당초 예상을 밑돌긴 했지만 2014년 알리바바 이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였다. 현재 세계 63개국 7000여개 도시로 영역을 확장한 우버지만 토종 기업에 밀려 눈물을 머금고 회군(回軍)한 사례가 있다. 다름 아닌 중국 시장에서였다.
 

불편없이 택시 잡는 법 궁리끝 창업
알리바바·텐센트 공동 투자 업고
62조원 기업가치 유니콘으로 성장
규제 발목 잡는 한국 현실과 대조

중국은 전 세계에서 공유경제가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자리를 잡은 나라다. 공유경제의 싹은 미국에서 텄지만, 꽃은 중국에서 피는 형국이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디디추싱(滴滴出行)으로 대표되는 공유승차 산업이다.  
  
필자는 업무 특성상 중국 출장이 잦은 편이다. 과거엔 공항 택시 승강장에서 큰 짐을 든 채 긴 줄을 서는 게 고역이었지만 요즘은 걱정이 없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디디 정류장’으로 가면 미리 예약해 둔 차량이 와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줄을 안 선다는 것 말고도 예약에서 결제까지의 모든 과정을 휴대폰 앱으로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진짜 장점이다. 지도와 연동된 앱으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지정하면 일일이 기사에게 행선지를 설명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시간 교통상황과 연계된 최적 경로까지 자동으로 뜬다. 현재 위치 등 주행 상황을 지인과 공유하면 도착 시간에 맞춰 마중 나오게 할 수도 있다. 요금 지불 또한 중국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통해 자동으로 이뤄지니 목적지에서 그냥 내리면 된다. 위안화 현찰을 준비할 필요도 없다.
 
청웨이

청웨이

29살의 영업사원 청웨이(程維)가 디디다처(滴滴打車)를 창업한 건 2012년의 일이다. 운전을 못 해 택시로 출퇴근하던 청웨이가 “어떻게 하면 택시 잡는 고생을 덜 수 있을까” 궁리한 결과가 창업으로 이어졌다. 인구에 비해 택시가 부족해 출퇴근 시간에는 콜 전화 연결조차 힘들 정도이던 중국에 출현한 신종 서비스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초기에는 택시 호출 위주였으나 지금은 모빌리티 서비스의 종합세트라 부를 정도로 진화했다. 다양한 차종의 승용차와 승합차 이용은 물론 카풀, 대리운전, 공유자전거 등 도로 교통에 관한 모든 서비스가 제공된다.
  
원조 우버도 토종 기업에 밀려 철수
 
초기의 중국 공유자동차 시장은 텐센트의 투자를 받아낸 디디다처와 알리바바의 투자를 등에 업은 콰이디다처(快的打車), 여기에 우버의 현지법인 우버차이나까지 가세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무료 이용권을 뿌리는 등 출혈 경쟁을 마다하지 않던 중 콰이디와 디디가 2015년 2월 전략적 합병을 통해 디디추싱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1년 6개월 뒤디디추싱은 우버차이나를 인수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대륙에야심 차게 진출한 원조 업체 우버가 토종 기업과의 경쟁에 밀린 나머지 지분 20%를 갖는 조건에 현지 사업을 접고 철수한 것이다.
 
디디추싱의 앱을 내려받아 등록한 사용자 5억5000만명과 3000만대를 헤아리는 등록 차량 및 4000여개의 제휴 렌터카 업체 사이에는 하루 평균 3100만 건 이상의 거래가 이루어진다. 디디추싱의 기업 가치는 약 520억 달러(62조원)로 평가받고 있다. 영업 실적을 공개하고 있진 않지만 2017년도 총매출액은 250~270억 달러로 추산되며 2018년 순수익은 1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 ‘췬옌(群雁)’ 플랫폼을 선보이며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디디추싱을 운영하면서 축적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량 공유, 스마트 교통 시설, 지능형 교통망 등 세 가지 유형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스마트 신호등 및 안내판 등으로 스마트시티 구현에 다가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디디추싱을 비롯한 중국의 공유경제 서비스는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절약을 중시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중국인들의 소비 기조와 부합하는 기반 위에 정보기술(IT) 인프라가 보태진 결과다. 혹자는 공유경제가 미국이나 유럽보다 중국에서 더 빨리 자리 잡는 이유로 ‘공유’에 대해 이질감이 덜한 중국의 사회주의 배경을 들기도 한다.
 
디디추싱의 성공 사례에는 몇 가지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우선 중국 인터넷 관련 산업의 생태계다. 중국의 인터넷 관련 산업을 이끄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는 모두 디디추싱의 대규모 투자자란 점에서는 동업자 관계에 있다. 영문 명칭의 이니셜을 따 BAT라 불리는 세 기업은 삼국지의 위·촉·오처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때로는 공통 이익을 찾아 합종연횡하면서 시장을 키우고 발전을 도모하기도 한다.
 
국내 대기업과는 달리 BAT를 비롯한 중국의 거대 기업들은 스타트업 기업에 상당히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BAT는 다양한 영역의 신생기업들에 투자하거나, 인수 합병하며 그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중이다. 그 결과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중국 유니콘 기업 중 70% 이상이 BAT와 연관될 정도에 이르렀다. 기술과 아이디어로 창업해 고속 성장한 BAT가 ‘올챙이 시절’을 잊지 않고 될성부른 떡잎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BAT가 구축해 놓은 온라인 플랫폼과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스타트업의 성장 발판이 되고 있다는 점도 중국의 장점이다. 다른 국가들이 ‘현금→신용카드→모바일 결제’의 단계로 넘어간 데 반해, 중국은 현금에서 바로 모바일 결제 단계로 넘어가며 최첨단의 핀테크 환경을 구축했다. 알리바바그룹 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이 세계 최대의 핀테크 업체로 성장했고, 10억명이 사용하는 텐센트의 모바일 플랫폼 위챗(웨이신)에 적용된 위챗페이는 중국인의 삶을 바꾸는 촉매제가 되었다.
 
중국에서 IT를 기반으로 한 혁신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는 요인으로 중국 정부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정부가 신종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에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고 법적 근거를 따지고 들었더라면 200개가 넘는 중국의 유니콘 기업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는 중국 정부가 판을 깔고 자금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인터넷 대기업이 주도해 일으킨 변화다. 국내외에서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스타트업을 만들고 키울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다는 점 또한 중국의 장점이다. 해외 유학으로 실력을 쌓은 엔지니어가 중국으로 돌아와 창업하는 것은 애국심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큰 부를 얻을 수 있다는 동기 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중국은 인재와 돈, 데이터, 정부 지원이 함께 돌아가는 선순환 생태계다. 디디추싱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봤지만 다른 유니콘 기업들 또한 이러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당사자이자 수혜자란 점에서 예외가 없다.
  
중국 정부는 판부터 깔아줘
 
눈을 한국으로 돌리면 안타깝고 아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승차공유 산업은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지만, 우버나 디디추싱의 주력 서비스는 한국에선 불법으로 설 땅이 없다. 차량 공유서비스와 택시업계의 갈등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여기서 중요하게 떠오르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개인택시 면허 권리금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에서부터 기존 업계와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하고 모빌리티 플랫폼 생태계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등등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산적해 있다.
 
의사결정이 늦어질수록 한국의 모빌리티 산업은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질 수 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흐름을 모빌리티 산업도 비껴갈 수 없다.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逢山開路 遇水架橋)’는 말이 있다. 지금이 바로 길을 내고 다리를 놓을 때다.
 
조상래 플래텀(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대표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