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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보헤미안 랩소디'와 닮은 듯 다른 엘튼 존의 '로켓맨'

중앙일보 2019.06.04 18:35
영국 팝음악의 살아있는 전설, 엘튼 존의 삶을 다룬 영화 '로켓맨'.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국 팝음악의 살아있는 전설, 엘튼 존의 삶을 다룬 영화 '로켓맨'.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숱한 히트곡과 함께 살아있는 전설이 된 영국 뮤지션의 이야기란 점에서 5일 개봉하는 새 영화 '로켓맨'은 지난해의 '보헤미안 랩소디'(이하 보랩)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영화다. 하지만 '로켓맨'의 주인공 엘튼 존과 '보랩'의 4인조 밴드 퀸의 음악이 다르듯, '로켓맨'도 '보랩'과 다른 매력과 장점이 뚜렷하다.

5일 개봉하는 뮤지컬 영화 '로켓맨'
현실과 판타지 넘나드는 극적 전개
엘튼 존 음악 담아 그의 인생 그려

 '로켓맨'은 뮤지컬 영화다. 발표 순서에 따라 히트곡을 메들리처럼 이어가는 대신 '옐로우 브릭 로드' 같은 대표곡을 전혀 예상 못 한 순간에, 그럼에도 가사의 뜻을 고스란히 살려내며 등장시키는 연출이 빼어나다.  
 
'로켓맨'에는 화려한 무대 의상 외에 시대 배경을 살린 복고풍 패션이 한껏 등장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로켓맨'에는 화려한 무대 의상 외에 시대 배경을 살린 복고풍 패션이 한껏 등장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시각적으로도 화려하다. 튀는 패션은 본래 엘튼 존의 트레이드 마크. 미국 LA의 유명한 클럽 트루바두르에서 열린 첫 해외공연부터, 그의 진기한 무대의상과 비범한 무대매너는 고스란히 이 영화의 눈요기가 된다.
 이야기는 이미 성공을 맛본 엘튼 존(태런 에저튼)이 화려한 무대의상 그대로 중독자들 모임에 나타나 과거를 들려주면서 시작된다. 그의 어린 시절은 늘 밖으로 나돌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어머니의 불화, 비범한 재능을 격려해준 외할머니 등 가족에 대한 기억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영화 '로켓맨'의 초반 장면. 무대의상을 입은 채 중독자 모임에 나타난 엘튼 존(테런 에저튼)이 시공을 뛰어넘어 어린 시절 동네 속에 서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로켓맨'의 초반 장면. 무대의상을 입은 채 중독자 모임에 나타난 엘튼 존(테런 에저튼)이 시공을 뛰어넘어 어린 시절 동네 속에 서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가족들이 '레지'라고 부르는 어린 소년은 영국 왕립음악원이 받아줄 만큼 뛰어난 피아노 실력을 지녔지만,  클래식보다 점차 로큰롤에 마음을 빼앗기고, 동네 술집에서 밴드와 함께 연주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나선다. 음악인생을 함께하게 되는 작사가 버니 토핀(제이미 벨)과의 만남을 비롯해 결정적 순간을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 극영화와 뮤지컬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그려내는 것도 이 영화의 특징이다.    
제이미 벨이 연기한 작사가 버니 토핀(왼쪽)은 작곡가이자 가수 엘튼 존과 창작의 단짝이 된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이미 벨이 연기한 작사가 버니 토핀(왼쪽)은 작곡가이자 가수 엘튼 존과 창작의 단짝이 된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 '로켓맨'은 성장영화다. 동성 연인 겸 매니저와의 쓰디쓴 관계, 이성과의 실패한 결혼 등은 '보랩'의 프레디 머큐리와도 겹쳐지는 부분이다. '프레디 머큐리'처럼 '엘튼 존'도 스스로 직접 지은 예명이다. 영화에 그려지는 바에 따르면, 그 중 존은 '비틀즈'의 존 레논에서 따온 것이다. 
 하지만 이름을 바꾼다고 새로운 정체성이 완성되는 것도, 자신을 충분히 긍정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20대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엄청난 성공과 부를 거머쥐고도 그는 결핍과 약물·알콜 등 온갖 중독에 시달린다. 어린 시절 한번도 따뜻한 포옹을 해 준 적 없는 아버지, 어렵게 동성애자임을 밝혔을 때 놀라는 대신 지극히 냉정한 말을 들려준 어머니 등 가까운 이들이 준 상처는, 아니 그렇게 상처받은 기억은 그를 꾸준히 괴롭힌다. 
엘튼 존이 지난달 칸영화에제서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는 모습. '로켓맨'은 올해 칸영화제에 비경쟁작으로 공식 초청됐다. [AP=연합뉴스]

엘튼 존이 지난달 칸영화에제서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는 모습. '로켓맨'은 올해 칸영화제에 비경쟁작으로 공식 초청됐다. [AP=연합뉴스]

 이런 그가 스스로와 화해하는 과정이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극적 흐름을 이룬다. '보랩'에서 프레디 머큐리의 죽음이 불러냈던 비장함이나 웹블리 공연장면의 열기와는 다르지만, 성장영화로서의 뭉클함은 충분하다. 
 '킹스맨' 시리즈의 스타 테런 에저튼은 이제 연기파로 불러야 할 것 같다. 점차 벗겨져 가는 머리를 비롯한 외모부터 엘튼 존의 판박이가 되어 영화 속 노래도 직접 소화했다. 이 영화의 덱스터 플레처는 브라이언 싱어가 해고된 뒤 '보랩'을 완성했던 감독이기도 하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보랩'이 실제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을 보여줬듯, 실제 엘튼 존의 공연 모습과 현재 모습이 등장한다. 영화 속의 진기한 무대의상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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