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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로도 못 밝혀 낸 ‘남산 3억원’...이백순 신상훈 위증 혐의로 기소

중앙일보 2019.06.04 18:03
2017년 7월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이희건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신상훈 전 사장(오른쪽)이 웃으며 행사에 참석한 주주들에게 같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신한금융그룹]

2017년 7월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이희건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신상훈 전 사장(오른쪽)이 웃으며 행사에 참석한 주주들에게 같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신한금융그룹]

2008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 측으로 전달됐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 '남산 3억원' 사건이 미궁 속에 남게 됐다. 2010년 이후 9년 만에 이뤄진 검찰 재수사로도 3억원이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노만석)는 4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2008년 현금 3억원이 남산 주차장에서 누군가에게 전달된 사실은 있지만 수령자와 명목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신 법정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 이백순 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불구속 기소됐다. 신 전 사장 측 실무자 3명은 약식기소됐다. 반면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법정에서 위증한 혐의가 있다며 재수사를 권고한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은 무혐의 처분됐다. 
 
검찰에 따르면 2008년 2월 이백순 당시 부사장 지시에 따라 현금 3억원이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이름 모를 사람에게 전달됐다. 수사 결과 이 전 부사장 지시를 받은 신한은행 비서실 직원 두 명이 현금 3억원이 담긴 가방 3개를 남산 자유센터 주차장에 가져갔다. 이들이 이 전 부사장과 만난 한 남성이 운전한 차량 트렁크에 돈가방을 실어준 사실은 확인된다.
 
하지만 신한은행 직원 두 사람은 검찰에서 “돈을 받은 사람의 인상착의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문제의 3억원을 이상득 전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이 받았다고 추정했지만 이들 역시 검찰 수사에서 돈을 받은 점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백순 전 부사장이 ‘남산 3억원 존재 자체가 날조’라고 주장하면서 일체 관련 사실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어 수령자와 그 이유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계좌추적과 압수물 분석,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남산 3억원의 조성에 활용된 경영자문료가 신상훈 전 사장(당시 신한은행장)이 비서실을 통해 관리한 정황을 포착했다. 그러나 당시 비서실은 이 돈이 고(故) 이희건(1917~2011년)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허락을 받아 그를 위해 사용한 것처럼 꾸미고 관련자들이 그렇게 말을 맞춰 허위 증언을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허위 증언을 한 신한은행 비서실 직원 3명을 위증 혐의로 약식 기소했다. 신 전 사장의 경우 비서실 직원의 위증을 묵인하고 본인도 미리 계획한 대로 위증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백순 전 부사장의 경우 남산 3억원의 출처인 경영자문료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이를 몰랐다고 위증한 점 때문에 함께 기소됐다.  
 
이번 수사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까지 받았던 라응찬 전 회장은 불기소 처분됐다. 검찰 관계자는 “라 전 회장은 경영자문료 조성에 깊숙이 관여한 핵심 인물은 아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남산 3억원 제공 등 신한금융 사건’에 대해 검찰에 재수사를 권고했다. 검찰은 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지난해 12월~2019년 5월 라 전 회장과 이상득 전 의원 등 32명을 조사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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