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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 살해 30대, 해상·육지서 시신유기 정황…훼손 가능성

중앙일보 2019.06.04 11:39
지난 1일 제주로 압송되는 제주 펜션 살인 용의자. 최충일 기자

지난 1일 제주로 압송되는 제주 펜션 살인 용의자. 최충일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고모(36)씨가 범행 후 제주를 떠나며 탄 여객선에서 시신을 버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선박 CCTV에 찍혔다.
 
4일 경찰에 따르면 고씨가 지난달 28일 오후 9시 30분쯤 제주~완도행 여객선 안에서 시신이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바다에 던지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던지는 숫자는 특정되지 않았다. 당일 오후 8시 30분쯤 배에 탄 후 약 1시간쯤 지난 시간이다.
 
제주동부경찰서는 고씨가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는 진술 등을 토대로 지난 2일 해경에 수색협조를 요청했다. 경찰의 요청을 받은 해경은 지난 3일 함정 6척을 투입해 제주~완도 여객선 항로를 중심으로 수색했으나 아직 시신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CCTV에 찍힌 물체가 A씨의 시신이 맞는다면 이를 바다에 유기한 지 일주일째 되는 시점이어서 수색에 난항이 예상된다.
 
경찰 조사 결과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A씨(36)를 살해한 뒤 28일 차를 타고 완도행 배편을 통해 제주를 빠져나갔다. 고씨는 제주를 떠나기 전 대형마트를 들려 종량제 봉투 30장과 여행용 캐리어 가방, 비닐장갑, 화장품 등을 구입했고 전남 영암과 무안, 경기도 김포 등을 거쳐 지난달 31일 거주지인 충북 청주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져 시신을 훼손한 뒤 해상 이외 전남~경기도 사이의 다른 지역에도 유기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살해된 전 남편 A씨는 2년 전 이혼 후 친자 면접교섭권을 얻어 이날 처음으로 부인이 동반한 아들을 만나러 갔다가 행적이 끊겼다.  
경찰 조사에서 고씨가 “전 남편을 죽인 후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고 말했지만, 동기나 공범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점이 가득하다. 우선 단독범행 여부다. 키 160㎝ 내외의 여성이 건장한 남성을 살해한 후 시신을 홀로 옮기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살해 동기도 의문이다. 2년전 이혼한 두 사람은 최근 6살 난 아들 면접 교섭을 위해 접촉했다. 유족 등에 따르면 전 아내에게 살해당한 A씨(36)는 2년 동안 보지 못하던 아들을 만나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A씨는 그동안 전 아내 고씨의 반대로 보지 못하던 아들을 최근 면접교섭 재판을 신청해 2년 만에 만날 기회를 가졌다. 유족은 (펜션으로 가는 길에 차량) “블랙박스를 봤는데 운전하면서 ‘우리 아들 보러 간다’고 노래를 부르더라”고 말했다.  
 
A씨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 25일 오후 5시 사건이 난 펜션에 갔다. 경찰에 따르면 수 시간의 만남 이후 아이는 펜션 밖을 먼저 나섰지만 두 사람은 퇴실하지 않았다. 이틀 후인 27일 고씨는 커다란 가방을 지닌 채 홀로 나왔다.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가족들은 지난달 27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고씨에게 전 남편의 행방을 물었지만 고씨는 “전 남편은 입실 당일인 25일 펜션을 나갔다”고 답했다. 경찰은 전 남편의 휴대전화 신호와 차량 이동 내역을 확인했지만 고씨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아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지난 31일 청주시 고씨의 주거지와 차량 등을 압수수색해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흉기 등을 확인했고 고씨를 체포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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