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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아빠의 고속도로 역주행… 3살 아이, 예비신부 등 3명 숨져

중앙일보 2019.06.04 10:35
조현병 환자로 추정되는 40대 운전자가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다 교통사고를 내 3살 아이와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등 3명이 숨졌다.

역주행 운전자 부인 "남편이 아들 데리고 나가" 신고
사고 직전에 수차례 역주행 신고 접수, 경찰 출동
결혼 앞둔 포르테 운전자 날벼락, 현장에서 숨져

4일 오전 7시34분쯤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역주행 교통사고로 화물차 운전자와 동승자 등 3명이 숨졌다. [사진 공주소방서]

4일 오전 7시34분쯤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역주행 교통사고로 화물차 운전자와 동승자 등 3명이 숨졌다. [사진 공주소방서]

 
4일 오전 7시 34분쯤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대전방향 65.5㎞ 지점에서 박모(40)씨가 몰던 라보 화물차가 역주행하다 마주 오던 포르테 승용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박씨와 라보 화물차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들(3)이 크게 다쳐 현장에서 모두 숨졌다. 포르테 운전자 최모(29·여)씨도 인근 대학병원으로 긴급히 후송됐지만, 목숨을 구하지 못했다.
 
경찰은 고속도로 2차로를 정상적으로 운행하던 최씨가 같은 차로로 역주행하던 라보 화물차를 발견한 뒤 이를 피하려고 갓길 쪽으로 핸들을 틀었지만, 충돌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씨는 당시 직장이 있는 충남의 한 소도시로 가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최씨의 포르테 차량에서는 청첩장 20여장이 발견됐다. 청첩장에는 22일 부산의 한 결혼식장에서 최씨가 결혼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결혼을 불과 18일 앞두고 변을 당한 것이다.
4일 오전 7시34분쯤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역주행 교통사고로 화물차 운전자와 동승자 등 3명이 숨졌다. [사진 공주소방서]

4일 오전 7시34분쯤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역주행 교통사고로 화물차 운전자와 동승자 등 3명이 숨졌다. [사진 공주소방서]

 
사고 직전 충남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에는 “역주행하는 라보 트럭이 있다”는 신고가 12건이나 접수됐다. 첫 신고는 오전 7시19분쯤 당진-대전고속도로 대전방향 41㎞ 지점에서 처음으로 접수됐다. 박씨는 처음 신고부터 사고 때까지 최소 24.5㎞ 구간을 역주행한 것이다.
 
사고 구간을 지나던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서는 라보 화물차가 고속도로를 빠르게 역주행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당진-대전고속도로 대전방향 유구IC에 설치된 한국도로공사 폐쇄회로TV(CCTV) 영상에서도 라보 화물차가 1차로를 달려가다 다른 차량과 충돌하기 직전의 아찔한 모습이 담겼다.
 
박씨의 역주행 모습은 고속도로를 이용해 충남도청으로 가던 통근버스 블랙박스 영상에도 찍혔다. 영상에는 1차로를 주행하던 통근버스가 역주행하던 라보 화물차를 발견하자 속도를 줄이고 차선을 변경했다. 앞서가던 화물차도 내리막길을 달려오던 라보 화물차를 발견하고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전 7시30분쯤고속도로순찰대가박씨 차량을 발견해 3㎞가량 추격 중 사고가 났다”며 “박씨가 무슨 이유로 차량을 돌려 역주행을 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4일 오전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역주행 교통사고 가해 화물차(노란색 원)가 1차로로 역주행하고 있다. [독자 제공]

4일 오전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역주행 교통사고 가해 화물차(노란색 원)가 1차로로 역주행하고 있다. [독자 제공]

 
경찰에 따르면 경남 양산시에 사는 박씨는 이날 새벽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아내가 남편과 아들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 경남경찰청에 신고한 건 오전 7시26분쯤이다. 사고 발생 8분 전이다.

 
박씨 부인은 경찰에 “오전 2시까지 대화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는데 깨보니 남편과 아이가 없어졌다”며 “남편이 조현병 치료를 받은 환자인데 최근에 약을 먹지 않아 위험하다”고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남지방경찰청은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박씨가 공주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 오전 7시 31분쯤 충남지방경찰청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박씨의 라보 화물차는 오전 3시34분 경부고속도로 남양산TG를 통해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경찰은 박씨가 대전을 거쳐 당진 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화물차의 이동경로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공주=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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