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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변호사 영역 침해할 것이라는 주장은 오해"

중앙일보 2019.06.04 05:00
국내 탐정 관련 4개 기관이 참여한 공동 학술대회가 지난달 30일 동국대 문화관에서 열렸다. 조강수 기자

국내 탐정 관련 4개 기관이 참여한 공동 학술대회가 지난달 30일 동국대 문화관에서 열렸다. 조강수 기자

 "민간조사(PI·Private Investigation·탐정)가 합법화되면 변호사업계의 영역을 침범해 손해를 끼칠 것이라는 주장은 오해다. 오히려 서로 '윈윈'할 수 있다."(백기종 대한공인탐정연구원 원장)
 

일본선 변호사가 탐정에 업무 의뢰 많아
합법화시 1만 5000명 일자리, 1조원대 매출 예상
탐정, 현 정부 지정 신직업 9가지에 포함
관련 4개 기관, 지난달 말 동국대서 학술대회

"OECD가입 35개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민간조사 제도가 합법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9명의 국회의원이 11번의 입법 발의를 했지만 중도에 무산됐다. 다행히 지난해 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현 정부의 신직업 9가지 중 하나로 탐정을 포함시켰다. 특히 현 정부는 2020년까지 탐정 제도의 법제화를 끝낼 방침으로 안다. "(이상원 대한민간조사연구학회 회장·용인대 교수)  
 
동국대 법무대학원(학장 강동욱 교수) 등 4개 민간조사 관련 기관이 지난달 30일 동국대 문화관에서 개최한 2019 공동 학술세미나에선 탐정제의 합법화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한국 탐정 민간조사제도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문재인 정부의 중점 정책 과제인 일자리 창출 전략에 부합하고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분야의 사적 구제 측면에서 민간조사업을 제도권 안으로 흡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탐정 학술대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탐정업무의 구체적 영역'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왼쪽부터 백기종 원장, 이상원 회장, 조현빈 순천향대 교수, 성용은 극동대 교수.

탐정 학술대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탐정업무의 구체적 영역'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왼쪽부터 백기종 원장, 이상원 회장, 조현빈 순천향대 교수, 성용은 극동대 교수.

 
백 원장은 구체적 사례를 들며 민간조사업이 탐정과 변호사간의 협업 체제로 운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강원도의 대형 건설회사에서 공사 수주에 비해 자꾸 손해가 나자 민간조사원을 투입해 조사를 시켰다"며 "그 결과 건설 현장 소장 등 3명이 짜고 32억원의 부정을 저지른 사실을 파악해 강원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사건에 변호사 5명이 투입된 것에서 보듯, 민간조사 활동은 진실 발견과 함께 변호사 수익 창출에도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일본 탐정업무의 현황과 발전에 대한 실사례'라는 제목으로 기조발표를 한 가나자와 히데노리 일본조사업협회 이사도 "일본에서 탐정에게 들어오는 기업 관련 업무 의뢰는 주로 그 기업과 고문계약을 맺은 변호사를 통해서 온다"며 "회사내 사원간 트러블, 계약내용의 확인, 현장 팩트 체크 등을 의뢰받으며 변호사와 탐정간에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백 원장은 탐정의 업무범위가 수사 및 법률 분야뿐 아니라 기업의 재고조사, 의료 분쟁, 기업 직원의 평판 조사 등 200여개 영역에 달해 경찰 출신에게만 유리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건수 백석대 교수는 "현재 국내 불법 민간조사업체는 약 4000~5000개 정도로 파악되며 심부름 센터인 '흥신소'에선 최소 200만~300만원까지 받고 배우자의 뒷조사를 통해 불륜 사실을 확인하는 등 불법 활동을 해왔다"며 "민간조사 관련한 법률을 제정하지 않고 그런 불법활동을 방치 또는 묵시적으로 허용하는 정책 자체가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탐정제도 도입시 국내엔 1만 5000여명이 민간조사원에 종사하고 1조 2724억원의 매출액이 발생할 것이라는 연구 자료도 언급했다.  
패널들이 민간조사업 등 관리법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승우 변호사, 강동욱 원장, 이건수 백석대 교수, 김혁 부경대 교수.

패널들이 민간조사업 등 관리법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승우 변호사, 강동욱 원장, 이건수 백석대 교수, 김혁 부경대 교수.

 
강동욱 법무대학원장은 "지난해 동국대 법무대학원에 탐정법무 전공이 개설된 이래 첫 공동학술세미나라서 의미가 있다"며 "탐정은 주로 수사기관이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의 업무를 담당하는데 우리는 탐정제도가 법률적으로 제도화돼 있지 않아 많은 오해와 혼란이 발생하고 있고 오래전부터 외국 탐정기업에 의해 국내 시장이 크게 잠식당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민간조사제도가 도입될 경우 업무 관장을 경찰청이 맡느냐, 법무부가 맡느냐는 업계의 해묵은 논쟁거리다. 현재 일본과 스페인에선 경찰이, 미국에선 주별로 경찰 또는 별도 면허전담부서가, 영국과 프랑스에선 내무부가 관리감독을 맡고 있다. 이건수 교수는 "대부분의 선진국가들은 민간조사제도를 채택해 자격시험제도와 체계적인 교육제도를 통해 문제없이 운영하고 있다"며 "국내에선 행정안전부 소관하에 등록제 형태로 이뤄지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조강수 기자 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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