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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다움' 어디 갔냐 묻자 "덩치 걸맞게 철들려고 한다"

중앙일보 2019.06.04 00:30 종합 28면 지면보기
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소년 노동자 시절 프레스에 뼈가 으스러졌다. 당선 1주년을 맞는 그는 중앙일보 단독 인터뷰에서 "굽은 팔 때문에 차려 자세가 잘 안 돼서 불량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옷으로 굽은 팔을 감추고 마이크를 일부러 왼쪽으로 잡는다"며 피식 웃었다. 불공정한 한국사회를 곧게 펴는 일이 정치인 이재명의 최대 목표라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소년 노동자 시절 프레스에 뼈가 으스러졌다. 당선 1주년을 맞는 그는 중앙일보 단독 인터뷰에서 "굽은 팔 때문에 차려 자세가 잘 안 돼서 불량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옷으로 굽은 팔을 감추고 마이크를 일부러 왼쪽으로 잡는다"며 피식 웃었다. 불공정한 한국사회를 곧게 펴는 일이 정치인 이재명의 최대 목표라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이재명(55) 경기도지사는 지난 1년간 '천국과 지옥'을 경험했다. 인구 95만명의 기초단체장(성남시장)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인구(1313만명) 기준 전국 최대 광역단체 수장 자리로 껑충 도약했다. 하지만 과반(56.4%) 득표로 당선된 영광은 짧았고, 종북·불륜·패륜·조폭 연루 의혹이 잇따라 터지면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 이 지사는 지난해 10월 경기도청 국감 답변에서 "인생무상"이라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런데 지난 5월 16일 1심 법원(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4개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지사는 "중국 무협지에 만독불침(萬毒不侵·어떤 독에도 죽지 않는 경지)이란 말이 나온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도 아닌 거로 많이 당하니까 내성이 생겨서 웬만한 거로는 생채기도 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고 했다.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었던 그를 당선 1주년에 즈음해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지난달 30일 단독으로 만났다.      
 -과감하게 권위에 도전하던 '이재명다움'이 요즘 잘 안 보이던데.  

 "덩치에 걸맞게 철이 들려고 노력하는 거다. 지금까지 너무 급성장해 몸집이 커졌다. 덩치와 역할에 걸맞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생각을 스스로 해본다. 요즘 SNS를 많이 안 하는데 커터칼을 쓸 곳에 장검을 들면 손 다친다. 과거에는 하는 일이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느낌이라 (내 발언으로) 피해나 상처가 크지 않았는데 이제 덩치도 커지고 우물 밖에 나오다 보니까 정치적 공격이나 이런 것들이 너무 큰 피해와 상처를 입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4개 혐의에 대해 1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5월 16일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4개 혐의에 대해 1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5월 16일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죄가 선고된) 5월 16일 '큰길을 간다'는 발언을 했다. 3년 이후 재선이냐? 대선이냐?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나무가 자라서 그런지 비바람이 거세긴 거센 것 같다. (웃음) 묘목 단계에서는 잘 못 느꼈는데 개인적으로 괴로운 일도 있었다. 가족이 전쟁터로 끌려 나와서 고통받는 것이 정말 가슴 아팠다. 1심 재판 이후 시간이 좀 많아져 아내와 유튜브를 본다. (※3일 추가 문답)앞으로 목표는 재선이다. 이때까지 살아온 것도 그렇고 내가 뭐 하겠다고 해서 되는 일은 없더라. 그냥 현재 하는 일을 하다 보니까 뭐가 돼 있었다. 새로운 길, 새로운 역할 이런 거는 결국 국민이 만드는 거다."  
 -경제가 어려운데 진보든 보수든 여야든 당리당략과 정파적 이익 때문에 싸우니 국민이 진저리친다.  
 "우리는 이념으로 사는 게 아니라 실용으로 살아야 한다. 좌파 정책이냐, 우파 정책이냐가 뭐가 중요한가. 아무 의미 없다. 그냥 똑같은 자원으로 좀 더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면 그대로 하는 거다. 좌우·피아를 안 가리고 우수한 정책은 신속히 받아들인다. 실용주의와 실사구시가 옳다. 정치인은 성과를 내고 실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자유한국당의 회의장 입구 봉쇄로 회의실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로 변경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입구에 모여 문을 열어달라며 항의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자유한국당의 회의장 입구 봉쇄로 회의실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로 변경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입구에 모여 문을 열어달라며 항의하고 있다. [중앙포토]

 -'다른 것(도덕성 시비 등)은 모르겠지만 일은 잘하는 것 같다'는 평이 있다.
 "'일도 잘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실현 불가능한 얘기는 하지 않고, 말한 건 반드시 지켰고, 옳다고 생각하면 저항이나 정치적 손실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니 그런 평판을 얻은 것 같다. 의사협회가 극력 반대하지만, 경기도가 수술실 CCTV 설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그 사례다. 우리가 선도적인 정책을 많이 하는데 처음에는 엄청 얻어맞지만, 나중에는 자산이 되기도 한다. 원래 지방자치를 하는 이유가 톱다운(하향식)이 아니라 바텀업(상향식)이 맞다. 국가 차원의 신규 정책을 시행할 때 전국을 상대로 실험하다 실패하면 큰일 난다. 선진국처럼 지방에서 해보고 좋으면 국가 차원으로 확대하면 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재명 지사 취임 이후 도입한 정책 중에 ▶청년 기본소득 ▶지역 화폐 ▶공공주택 건설 원가 공개와 후분양제 도입 등의 정책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변형해 도입하고 있다며 "경기도발 나비효과"라고 설명했다. 초등 4년생 치과 주치의 운영, 군 복무 청년 상해보험(최대 5000만원 보장) 가입 지원, 공공산후조리원 설치, 무상교복 지급 등도 가성비 높은 복지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만 24세 청년에게 1분기당 25만원의 청년기본소득을 올해 초부터 도입했다. [사진 경기도]

경기도는 만 24세 청년에게 1분기당 25만원의 청년기본소득을 올해 초부터 도입했다. [사진 경기도]

 -문재인 정부의 국가채무비율 40% 이상 확대 추진을 놓고 논란도 생겼는데, 복지 확대에 따른 재원은 어떻게 감당하나.  
 "경기도는 (권한이 없어서) 증세도 불가능하다. 겨우 지출을 조정하거나 불로소득 등 세입 부분에 누락된 것을 확실하게 징수하는 정도의 역할을 한다. 우리가 신규로 시행하는 복지정책에 엄청난 예산이 들어갈 거라 오해하지만, 올해 전체 예산은 이번 추경까지 포함해 26조원 정도다. 지난해 신규로 시작한 복지정책을 다 합쳐도 3000억원이 안 될 거다. 1% 정도라 신규 복지 정책을 수행하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어떻게 보나.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라 둘 다 포기할 수 없다. 성장과 분배도 대치된 개념으로 보지 말고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소득주도성장은 다양한 영역에서 강력하게 추진해야 효과가 나올 텐데 증세 안 하면 무슨 수로 그 부담을, 그 복지를 하겠나. 부자증세라고 표현하면 좀 그렇지만, 증세 필요성이 있다. 모든 기업이 세금을 더 내서 시장을 확대해놓으면 기업활동의 장이 커져서 모든 기업에 이익이 된다."
 -지금은 저부담·저복지인데, 중부담·중복지에 동의하나.
 "부담도 늘리고 복지도 늘리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결국 가처분 소득을 늘려서 사회 전체 토양을 튼튼하게 하는 거다. 경제를 생태계로 볼 때 풀밭이 말라죽고 있으면 풀밭에 물을 줘야 한다. 그러면 물을 어디서 마련해야 하는데 증세일 수도 있고 새로운 재원의 발굴일 수도 있다. 시장이 메말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공동의 부담을 늘리자는 거다."
이재명 시장은 경기지역화폐가 지역 골목경제 경제 활성화 등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이재명 시장은 경기지역화폐가 지역 골목경제 경제 활성화 등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성남시장 때부터 현금 복지 논란을 일으켰는데 최근 전국 시·군·구청장 협의회가 현금 복지 경쟁을 중단하자고 했다.
 "만약 복지 정책을 지역적 차이가 없게 만드는 게 목표라면 지방자치를 할 이유가 없다. 지금 지자체는 증세 권리도 없기 때문에 있는 예산을 잘 쓰는 게 잘하는 거다.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주민 복지 늘리는 게 실력이다. 빚지는 게 아니라 일정한 예산이 있다. 이를 갖고 주민에게 직접혜택이 되는 방식으로 쓸 거냐, 간접혜택이 되는 방식으로 쓸 거냐는 정책 결단의 문제다. 교통비를 대주는 건 나쁜 거고 다리 놓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생각은 도그마다. 둘 다 해보고 나은 쪽으로 가면 된다. 정책의 자유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사회갈등 이슈와 정치 이슈로 질문을 옮겨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논란 당시 18%(2016년 12월)까지 치솟았던 이재명 지사 지지율은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5% 선까지 급락했다. 무죄 판결로 일단 급한 위기는 넘겼다지만 광활한 경기도에는 정책 이슈 지뢰밭도 많다.  
경기 버스 파업 찬반 투표가 시작된 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버스업체에서 경기자동차노조 회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경기 버스 파업 찬반 투표가 시작된 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버스업체에서 경기자동차노조 회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차기 대권 경쟁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버스 파업 위기 때 요금 인상 없이 해결했는데 경기도는 200원을 인상했다. '버스 판 4대강'이라고 비판하던 이 지사가 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소신을 바꿨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시장을 경쟁자로 보는) 그런 생각은 없다. 각자 자기 일 잘하면 된다. 수도권 인접 지자체는 요금을 동시에 올리는 게 맞다. 근무시간도 단축해야 하고 처우 개선 요구도 있어서 요금 인상 요인은 분명히 있다. 서울도 인상 요인이 있는데 세금으로 방어해 왔다. 준공영제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지금처럼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퍼주기식 수익금 공동관리제에 반대한다. 경기도는 검증 가능한 노선 입찰제로 준공영제를 하자는 거다."
 -'촛불 혁명' 당시 '박근혜 구속'을 제일 먼저 제기했는데 최근 거론되는 사면론을 어떻게 보나.
 "제가 판단할 일은 아니다. 저는 경기 도정이나 열심히 하려고 한다. (웃음)"
 -민주노총 폭력 시위가 많은데도 경기도 조직에 노동국을 신설하는 게 맞나.
 "(노조도) 불법적으로 하면 안 된다. 성남시장 시절 (노동계와) 몇 차례 부딪힌 일이 있다. 규칙을 어기는 것은 절대 용납하면 안 된다. 편갈이 하지 말고 규칙은 지켜야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집무실에는 지난해 6월 지방 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당선 축하 난 화분이 아직도 놓여있었다. 부인 김혜경 씨와 찍은 사진도 보였다.김상선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 집무실에는 지난해 6월 지방 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당선 축하 난 화분이 아직도 놓여있었다. 부인 김혜경 씨와 찍은 사진도 보였다.김상선 기자

이재명 지사 집무실 서가에는『후흑학(厚黑學)』『대한민국국부론』 등의 책이 꽂혀 있다. 장세정 기자

이재명 지사 집무실 서가에는『후흑학(厚黑學)』『대한민국국부론』 등의 책이 꽂혀 있다. 장세정 기자

 -지난해 6월 도지사 선거가 치열해 소회가 남다를 텐데.  
 "시간이 짧긴 했지만, 도민들께서 기대에 충족될만한 성과를 냈는지는 의문이어서 안타깝다.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100% 완벽하게 도정에 임하지 못한 점들은 앞으로 더 많은 노력과 성과로 보답하겠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최은경 기자(경기도청 출입)가 인터뷰에 참여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중앙일보 단독 인터뷰에서 "공정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역설했다. 김상선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중앙일보 단독 인터뷰에서 "공정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역설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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