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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비판보다 대안 주력···경제비전, 9월 국민께 보고"

중앙일보 2019.06.04 00:11 종합 3면 지면보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취임 100일 인터뷰는 3일 오전 국회 본관 당 대표실에서 중앙일보 박승희 편집국장이 60분가량 진행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3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중앙일보 박승희 편집국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3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중앙일보 박승희 편집국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황 대표는 예상 질문과 답변이 적힌 A4 용지를 들고 인터뷰장에 들어섰다. 그는 “남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읽는 ‘앵무새’는 지양하지만, 나는 보좌진과 내 생각을 함께 묶어 페이퍼를 만들고 그 ‘기록’을 토대로 말한다. 인류 발전은 기록에 의해 진행됐으며, 읽는 게 더 나은 행정이라는 철학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인터뷰가 시작되자 종이를 보고 답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각종 현안을 스스로 소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다만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이나 내년 총선 때 거취 등 민감한 질문엔 “모든 얘기엔 때가 있다. 중요한 건 일이 되게 하는 것이지 내가 말을 잘하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다”며 원론적인 답을 내놓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말은 조심하되 비판할 건 비판해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중앙일보 박승희 편집국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중앙일보 박승희 편집국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저도 정치 소비자 입장에서 독자를 대신해 궁금한 것을 묻고 싶습니다. 우선 취임 100일을 맞아 『밤이 깊어 먼길을 나섰습니다』라는 에세이집을 내신다고 들었는데요.  
“당에 들어오고 100일간 숱한 일이 있었죠. 2ㆍ27 전당대회, 4ㆍ3 재보궐, 패스트트랙 대치, 18일간의 민생투쟁 대장정 등. 그 안에서 많은 국민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냥 지나갈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고요, 한장면 한장면이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때 느낀 소회와 감상이랄까, 또한 대안 찾는 과정 등을 고민하면서 그걸 수필 겸 자료집 형태로 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쓰셨나요.
"젊은 작가분과 공동 작업을 했습니다." 
 
100일간 가장 기억이 남는 순간을 꼽으라면 언제일까요.
“제가 눈물을 보이는 일이 드뭅니다. 그런데 민생투쟁 대장정 첫날,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상인분들의 어려움을 들으니 울컥하더군요. 물론 울지는 않았습니다만, 그 잔상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100일간 정치하면서 밖에서 본 정치와 직접 해 본 정치의 차이는 무엇인지요.
“국정엔 하나의 틀이 있습니다. 법도 있고 규정도 있고요. 하지만 정치엔 기본 규정이란 게 없죠.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획일적인 기준도 없습니다. 정치를 잘했다고 상 받고, 못했다고 처벌받고 그렇진 않지 않습니까. 하지만 틀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도 더 중요하고, 또한 틀이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성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틀이 없기 때문에 실수하기도 쉽고 국민에 실망을 끼치기도 쉽습니다. 그런 면에서 책임감 갖고 역량 있는 정치인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정치일정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표님 커리어를 보면 여태 틀 안에선 최선의 결과를 내왔지만, 틀 밖을 생각해야 하는 정치와는 어쩐지 어색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제가 2011년 28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변호사 생활을 했죠. 변호사야말로 틀 없는 영역입니다. 해결방안도 다양하고 결과도 다양하고. 그러나 변호사는 내가 잘못하면 나와 클라이언트가 손해 보면 끝나지만, 정치란 훨씬 큰 책임을 갖고 해야 하는 거죠. 그런 면에서 주변 스태프나 의원들과 상의하면서 문제를 극복해나가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은 정치를 팔로워로 시작하는데, 대표님은 정치를 리더로 시작해서인지 책임감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정치를 하게 된 건 당에 들어와서지만, 정치를 본 건 오래됐죠. 법무부 장관과 총리로 있으면서 그게 사실 준 정치적인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히 총리에 있으면서 간접경험을 했습니다. 그래도 실제 정치는 참 어렵죠. 나만 책임지면 되는 게 아니라 정치를 잘못하면 나라가 힘들어지니깐요. 제가 문재인 정권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은 그게 잘못한 사람 한명의 귀책사유로 끝나버리지 않고, 국민 삶 전체를 망가뜨리고 안보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니깐 그런 겁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3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중앙일보 박승희 편집국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3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중앙일보 박승희 편집국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100% 동감입니다만, 문제는 야당의 기능 중에는 비판도 중요하지만, 대안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특히 수권정당을 하려면 말이죠.  
"중요하죠. 비판만 하는 건 정말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당에 들어온 이후에 이야기한 것 중에는 대부분 이렇게 해야 한다는 대안이 많았습니다. 저는 대안이 없는 비판은 의미가 없다 생각해왔고요, 특히 경제정책은 더욱 그렇습니다. 지금까지는 (현 정부의) 경제 실정을 폭로하는 과정 거쳐왔습니다.  5월 9일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맞아 경제실정백서라 할 수 있는 '징비록'을 낸 것도 그런 일환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안을 더 많이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4일 '2020 경제대전환 프로젝트 특별위원회'가 출범하는데 이것이야말로 한국당의 경제 대안을 찾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어떤 분들로 구성되나요.
"국회의원과 외부 전문가 등 70여명의 매머드급 특위입니다. 형식적으로 하지 않을 겁니다. 두 달 정도 준비해 9월에는 국민에게 우리의 대안을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경제 이외에 현 정부의 안보 실정 백서도 현재 만들고 있습니다." 
 
국내 정치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당 지지율이 최근 답보상태인데 왜 그럴까요. 혹시 한국 정치가 진영 싸움에만 빠져서일까요.  
“저는 '진영'이란 말 대신 '영역'이라는 말을 씁니다. '진영'이라는 건 가치가 들어가 있는 용어죠. 예를 들어 택시 운전하시는 분들을 보면, 이분들은 '진영'으로 보자면 한국당과 조금 달랐습니다. 근데 지금은 한국당 정책에 많이 공감하고 계시죠. 결국 모든 걸 진영 논리로만 이야기할 수 없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이제는 진영 논리를 넘어, 결국 국민 중심으로 가야 합니다. 국민이 뭘 원하는가, 무엇이 필요한가, 이런 것을 정책으로 잘 만들어내면 그분들도 좋은 정책은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영'보다 더 큰 '국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당 입장에서 보면 실언일 수 있지만 '막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제가 막말을 하나요?"
 
대표님은 주로 읽으시니 막말하실 일이 없겠죠.
"그러나 비판은 많이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깐 비판을 하다 보니 막말이 된다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국민의 우려와 염려를 살 수 있는 발언은 유의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비판할 것도 비판하지 못하는 건 건전하지 않고, 나라발전도 안 되는 겁니다. 비판은 하되 국민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 잘 준비된 비판을 해야겠죠."
 
막말과 관련해 5·18 폄훼 3인방에 대한 징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 윤리위를 통해 이종명 의원은 제명, 김순례 의원은 당원권 정지, 김진태 의원은 경고 조처를 내렸습니다. 당 윤리위 결정은 다 끝난 거죠. 다만 이 의원에 대한 제명은 의총 결의나 국회 의결 등의 후속 조치가 남아 있는데, 당장은 국회가 열리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절차를 밟을 상황이 되면 진행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과거 사례 하나 묻겠습니다. 대표님은 지난 2월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최순실 태블릿PC의 조작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그 경위를 좀 설명해 주시죠.
“김진태 후보와 문답을 나누다가 갑자기 나온 질문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제 답변은 태블릿PC가 조작됐다고 단정한 게 아니라 재판의 증거품인 만큼 원칙에 따라 신중하게 재판돼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래야 재판 결과에 모든 국민이 납득하고 더는 혼란과 분열이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죠. 저는 당연히 태블릿PC 1심 판결을 존중합니다. 다만 당시 답변 과정에서 태블릿PC가 조작된 것처럼 비치는 발언을 해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한 건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중앙일보 박승희 편집국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중앙일보 박승희 편집국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일각에선 이런 얘기를 하는 분도 있습니다. 대표님이 한국당의 기존 틀에 매여 본인만의 정치, 즉 ‘황교안표 정치’가 안 보인다고요. 
“당에 입당하고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도 ‘통합’을 최우선 가치로 줄곧 얘기했습니다. 지금 당에 계파가 있나요? 또 제가 당에 들어와 처음으로 한 게 한국당의 약점인 청년·여성을 챙긴 거고요. 4·3 재·보궐 때는 경남 창원성산과 통영·고성에 줄곧 내려가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과거 보수정치 지도자와 조금 다르지 않나요. 다른 한 가지는 인재를 모으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현재 시점으로 숫자로 말하면 2000명 가까운 (외부) 인재들이 추천됐고, 그분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 지금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달 중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대표님이 직접 영입한 사람도 있나요.
"있죠"(웃음) 
 
인재 영입이라고 하니 자연스럽게 내년 총선을 연관 짓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총선에선 어느 정도의 인적 쇄신을 하게 될까요. 대표님 종로 출마설도 나옵니다.
"변화가 필요하면 해야 되겠죠. 하지만 일률적인 물갈이보다는 선진화된 방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다 빼는 건 공정하지 않죠, 또 젊다고 무조건 기용하는 것도 공정하지 않습니다. 기준은 공정하되 이기는 공천을 해야 합니다. 저 역시 당이 필요하다면 짐을 지지 않을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지역구든, 비례대표든 결정된 것은 전혀 없습니다.”
 
총선 관련해 또 보수통합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표님은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고, 헌법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통합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어긋나지 않다고 보는데요,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유 의원 안 만나는 건가요, 못 만나는 건가요.
"모든 사람을 다 만나지 못했고, 아직 만날 사람 많습니다. 다만 통합에 관련해 특정인을 얘기하는 건 지금 시점에서 적절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원칙입니다. 헌법 가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또한 법치입니다. 이런 가치를 공유한다면 누구든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게 제 입장입니다."
 
-바른미래당 의원들도 통합의 대상인 것은 맞습니까. 
"개개인에 대해 된다 안 된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가치가 맞으면 폭넓게 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보수통합 원칙엔 공감 … 시간 더 필요”
 
제1 야당 대표로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실망한 점을 꼽자면 무엇일까요. 
“첫째, 잘못된 정책을 고집합니다. 잘못이 있으면 고치면 됩니다. 고치는 것도 역량입니다. 둘째, 거짓말을 합니다. 엉터리 통계를 가져다 쓰죠. 심지어 상대방에게 덮어씌우기까지 합니다. 셋째, 국민을 안 봅니다. 서민을 위한다면서 서민을 안 보는 거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은 올해 말이 되면 더 고통스러운 상황이 올지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묻겠습니다. 대표님에게 정치란 무엇인가요.
“진정성입니다. 국민이 왜 정치인에게 실망할까요? 현장에 와서 사진만 찍고 달라지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정치는 바뀌어야 합니다. 저는 현장을 답을 찾겠습니다. 끝까지 챙기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만난 사람=박승희 편집국장
정리=최민우·김준영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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