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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피해 특별법을” 상경시위

중앙일보 2019.06.04 00:04 종합 16면 지면보기
“여야가 정쟁만 하고 포항 시민의 고통은 눈곱만치도 생각 안 합니다.”
 

국회 파행에 법 제정 미뤄지자
시민 1000여 명 여의도 집회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1000여 명이 모인 집회에서 ‘포항 11·15 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의 김홍재 공동대표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모임 사람들은 버스 약 20대에 나눠타고 상경한 포항 시민들이었다. ‘촉발지진’이란 지열발전이 지진을 촉발했다는 정부 조사 결과를 반영해 대책위가 쓰는 표현이다.
 
집회에는 “지진으로 다 죽은 지역경제 살려내라”, “지진피해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라” 등이 적힌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김 대표는 “포항 촉발지진이 일어난 지 1년 7개월이 됐지만, 정부는 어떠한 대책도 마련해주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포항시가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박명재·김정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허대만·오중기 지역위원장, 정의당 박창호 경북도당위원장 등이 “대책 마련에 여야가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대책위는 지난 3월 “지열 발전이 지진을 촉발했다”는 정부의 조사 결과가 나오자 청와대에 특별법 국민청원을 했다. 20만명 이상의 동의로 청와대가 최근 답변을 했지만 “국회 차원에서 법 제정을 추진하면 정부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수준이었다. 정부는 포항 지진 이후 5848억원(현재까지 3591억원 지원, 2023년까지 특별재생 사업 2257억원 투입)을 지원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정부의 추경안에 1131억원이 추가로 배정돼 있다.
 
대책위는 이날 여야에 불만과 불신을 감추지 않았다. 여야 원내대표에게 전달한 호소문에서는 “포항은 국책사업인 지열발전 사업으로 발생한 지진의 상처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도시라는 꿈이 산산조각이 날 위기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또 “실질적이고 완전한 피해배상 및 지역재건, 진상규명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 제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는 포항 민심에 ‘상대적 박탈감’이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여권의 한 인사는 “포항이 고향인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이상득 전 의원이 건재하던 때와 달리 정권이 바뀌면서 박탈감이 커진 상태에서 포항 지진이 불을 지른 격”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역 정가에서는 “여야 모두에 소외받고 있다”는 불만이 누적돼 이번 상경 투쟁으로 이어졌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호소문을 전달한 공원식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국가가 가해자인 인재다. 정부의 객관적 발표에 포항 시민이 환영했는데 3개월이 지나도록 국회도 안 열리고 법 제정도 안 해주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에게도 “시민 42%가 지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인구 감소와 부동산 가격 폭락, 기업유치 실패 등 경제 손실은 1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온다”고 주장했다. 공 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나 역시 지진 때 아파트 15층인 집에 있었다. 장식장 등 집기가 다 무너지는데, 휠체어를 타는 40대 아들과 함께 있었다. 피하는 게 불가능해 아들을 껴안고 ‘함께 죽자’고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회가 정상화 되면 빨리 포항지진 대책을 만들어서 떳떳하게 포항 시민을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특별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6월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중점 법안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현·이우림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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