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진강·한강 ‘탈북 멧돼지’ 막아라…돼지열병 차단 총력

중앙일보 2019.06.04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방역당국이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인근에서 돼지열병 방역 약품을 살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이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인근에서 돼지열병 방역 약품을 살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이하 돼지열병)이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남·북한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방역 비상이 걸렸다.
 

접경지역 지자체 방역 비상
감염 멧돼지 사체 유입 대비하고
잔반 사용농가엔 사료 변경 권고
“예방백신 없어 철저히 방역해야”

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30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돼지열병이 발생한 사실을 보고했다. 발병 장소는 압록강 인접 지역인 자강도 우시군에 있는 한 협동농장이다. 이 농장에선 돼지 99마리 가운데 77마리가 돼지열병에 걸려 폐사했다.
 
정부는 경기·강원도 접경지역 10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정하고 지난달 31일부터 양돈농가에 방역담당관 143명을 보내 긴급 방역에 나서는 등 방역상황을 점검했다. 또 양돈 농가에서 돼지 피를 뽑아 정밀 검사를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접경지역에서 돼지열병 의심 증상을 보인 농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접경지역인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군 등 5개 시·군 농가 118곳에서는 돼지 20만7000여 마리를 기르고 있다. 강원도 전체 사육량의 약 40%다.
 
강원도는 이곳에 거점 소독 시설을 기존 4곳에서 9곳으로 늘렸다. 도는 예비비 1억5800만원을 투입해 양돈 농가 43곳에 돼지열병 바이러스 매개체로 꼽히는 멧돼지 접근을 막기 위한 울타리를 설치할 계획이다.
 
조형우 강원도 동물방역과 계장은 “돼지열병을 일으키는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폐사율이 100%로 농가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이를 예방할 백신도 없어 철저히 방역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과 접하고 있는 경기도도 만일의 전파 가능성에 대비해 차단방역에 나섰다.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김포·파주·연천 등 192개 농가(26만 마리 사육)를 긴급방역했다. 또 이 지역 농가의 돼지를 대상으로 혈액을 채취해 정밀검사에 들어갔다. 결과는 4일께 나올 예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북한과는 비무장지대(DMZ)의 남북 양쪽에 이중 철책이 가로막고 있어 야생멧돼지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그러나 임진강이나 한강 하구를 통해 감염된 야생멧돼지 사체가 떠내려오는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돼지 사료로 쓰이는 음식물 쓰레기가 돼지열병을 퍼뜨리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지면서 지역마다 전수조사도 시작됐다. 부산시는 지난달 음식물을 사료로 쓰는 농가 8곳을 전수조사했다. 인천 강화군도 먹다 남은 음식물을 돼지에게 먹이는 농가에 사료를 바꾸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이 감염병은 아시아에서는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처음 발병했다. 이후 몽골·베트남·캄보디아·홍콩 등 아시아 전역에 퍼지고 있다. 감염 돼지는 고열과 출혈 증상을 보이다가 10일 이내에 폐사한다. 대체로 감염된 개체와의 접촉이나 분비물로 감염된다. 구제역보다 공기 전파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예방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폐사율은 100%로 높다. 인간 전염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감염 매개체로는 야생멧돼지가 꼽힌다. 멧돼지는 이 병에 걸리더라도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은 채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살아간다. 이 때문에 북한 야생멧돼지에 의한 바이러스의 국내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장 소독도 중요하지만, 야생멧돼지 때문에 전파되지 않게 울타리 보수 등 방역관리가 중요하다”며 “밀수입된 축산물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도 있는 만큼 국경 검역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철원·파주=박진호·전익진·최종권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