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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조각인가 그림인가, 20세기 미술의 자화상

중앙일보 2019.06.04 00:03 종합 25면 지면보기
알렉산더 칼더(1898~1976)의 ‘더 클로브’(1936). [사진 학고재갤러리]

알렉산더 칼더(1898~1976)의 ‘더 클로브’(1936). [사진 학고재갤러리]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 ‘빨간 초승달’. [사진 학고재]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 ‘빨간 초승달’. [사진 학고재]

높이 21㎝. 종이처럼 얇은 두 개 면으로 이뤄진 조각. 아담한 크기에 별다른 장식도 없는데 갤러리 전시장 한가운데서 강력한 매력을 뿜으며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 있다. 알렉산더 칼더(1898~1976)의 ‘더 클로브’(1936). 이 조각은 키네틱 아트의 선구자로 불리는 칼더가 만든 가장 초기의 스테빌(움직이지 않는 조각)중 하나다. 선으로 그린 드로잉을 삼차원 조각으로 바꾸는 시도를 했던 칼더의 기념비적인 작품 중 하나다.

학고재갤러리, '픽처플레인'전
‘키네틱 아트’ 이끈 칼더의 초기작부터
리히터·라우센버그 등 12명 만나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는 ‘픽처 플레인: 수직, 수평의 화면과 움직이는 달’ 전에서 20세기 현대미술 대표 거장 12인 작가들의 작품 32점을 소개하고 있다. 게르하르트 리히터(87), 로버트 라우센버그(1925~2008), 윌렘 드 쿠닝(1904~1997), 시그마 폴케(1941~2010) 등 ‘미술 교과서’에서나 만나온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전시다.
 
미술 시장에서도 가격이 매우 높은 이들 작품이 어떻게 한 전시에 나왔을까? 우찬규 학고재 대표는 “전시작은 영국의 미술자문회사 수잔 앤 로렌스 반 하겐 컬렉션을 통해 골라왔다”며 “32점은 세계의 다양한 컬렉터들의 소장품”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기획한 수잔은 런던과 파리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이자 소장가로, 아들 로렌스와 함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여러 전시작 중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것은 칼더의 ‘더 클로브’와 모빌 조각 ‘빨간 초승달’(1969)이다. 이주헌 미술평론가는 “칼더는 몬드리안의 작품을 본뒤 받은 영감을 조각으로 풀어냈다”며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의 조각들은 작가의 창의적인 시선을 위트 있게 전한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에선 컬러 드로잉 ‘별자리’(1971), ‘무제’(1971)도 함께 볼 수 있다.
 
에른스트 키르히너의 ‘얕은 욕조 안의 두 소녀’. [사진 학고재]

에른스트 키르히너의 ‘얕은 욕조 안의 두 소녀’. [사진 학고재]

독일 표현주의를 이끈 키르히너의 회화 ‘얕은 욕조 안의 두 소녀’(1912/13 ~1920)도 눈여겨볼 만하다. 드레스덴 출신으로 사회의 인습에 도전한 작가가 초록과 빨강 등 강렬한 원색을 대비시키며 분방하게 그린 작품이다.
 
로버트 라우센버그가 일상의 이미지를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제작한 ‘반 블렉 시리즈’(1978)도 현대미술사에서 반드시 언급되는 작품들이다. 이웃 가족의 모습을 표현한 초상화이지만, 얼굴을 묘사하는 대신 인물을 암시하는 천 조각을 모아 짜깁기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거의 스키 타듯이’. [사진 학고재]

데이비드 호크니의 ‘거의 스키 타듯이’. [사진 학고재]

데이비드 호크니(82)의 ‘거의 스키 타듯이’(1991)는 호크니가 오페라 ‘그림자 없는 여인’ 무대를 완성하고 그린 그림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수잔은 “호크니는 오페라 무대 미술감독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며 “이 그림은 다각도의 시점을 화면에 담아내며 공간감을 강조한 구성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7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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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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