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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수석 윗선으로 증거자료 확보 못 해”…현기환으로 마무리 된 정보경찰 수사

중앙일보 2019.06.03 17:24
2016년 12월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9일 오전 부산지검 청사에 들어가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받고 있다.[중앙포토]

2016년 12월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9일 오전 부산지검 청사에 들어가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받고 있다.[중앙포토]

박근혜 정부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55) 전 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 인사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청와대 내부에서 정보 경찰에 지시를 내린 ‘윗선’으로 의심받는 현기환(60)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성훈)는 정보 경찰의 선거‧정치 개입 사건을 수사한 결과 2016년 총선 당시 ‘친박’ 후보 당선을 위한 정보수집에 나선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강 전 경찰청장을 구속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강 전 청장 시절 경찰청 차장을 지낸 이철성 전 경찰청장과 김상운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 박기호 당시 경찰청 정보심의관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당시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과 박화진 치안비서관, 정창배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이모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정무수석실 관계자 4명도 불구속기소 됐다.
 
2013년 12월 개봉한 영화 '변호인' 주연을 맡은 배우 송강호. [중앙포토]

2013년 12월 개봉한 영화 '변호인' 주연을 맡은 배우 송강호. [중앙포토]

 
 검찰은 강·이 전 청장 등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인 2012∼2016년 차례로 경찰청 정보국장으로 일하면서 청와대·여당에 비판적인 세력을 좌파로 규정하고 사찰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당시 경찰청 정보국이 지역 정보 경찰 라인을 동원해 ‘전국 판세분석 및 선거대책’, ‘지역별 선거 동향’ 등 선거에 개입하는 정보문건을 만든 것으로 파악했다.  
 
 강·이 전 청장 등은 2012~2016년에는 정부‧여당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진보교육감과 국가인권위 일부 위원 등을 좌파로 규정해 견제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정치 개입 정보활동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언론사 노조 동향과 진보 연예인 동향을 파악한 문건도 작성했다. 문건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일대기로 만든 영화 ‘변호인’이 다른 이슈와 결합하여 정부‧여당에 대한 악화요인이 되지 않도록 여론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등의 정황이 담겼다.    
 
 정보활동 결과는 취합 후 청와대 치안비서관실을 통해 정무수석에게 보고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현기환 전 정무수석 윗선에 대한 증거자료는 확보하지 못했다”면서도 “경찰에 보완 지휘를 내린 상태라 단정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현 전 수석은 2008년 부산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출신으로 2015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2016년 총선개입 정보활동 구조도[자료 서울중앙지검]

2016년 총선개입 정보활동 구조도[자료 서울중앙지검]

 
 2012년 이전 상황이 기록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정보경찰 활동 문건은 공소시효 때문에 기소에 포함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2012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계기로 공무원 선거개입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났다”며 “일부 자료가 확인된 부분이 있지만 선거법 강화 이전 행위라 시효가 상당히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1월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하던 경찰이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영포빌딩에서 관련 문건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청 정보국이 위법하게 모은 문건이 세간에 공개되면서 경찰청 자체 진상조사단이 만들어졌다. 그해 6월 경찰청 진상조사단의 수사의뢰로 ‘경찰청 특별수사단’이 꾸려져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     
 
 정보 경찰 활동은 과거 정부뿐 아니라 이번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로 진행돼 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처럼 청와대는 정보경찰이 자기 입맛에 맞는 문건을 가져다 주면 뭔가 보상을 해주는 형태로 진행돼 왔다”며 “이번 수사를 계기로 정권에 활용되는 정보경찰을 막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문건 의혹 등을 제기한 김태우 전 청와대 수사관도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등 매 정부마다 정보경찰 활동은 유사하게 진행돼 왔다”고 밝혔다.  
   
김민상‧백희연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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