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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현장실사 막겠다" 대우조선 노조 쇠사슬 시위

중앙일보 2019.06.03 16:26
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정문앞에서 대우조선지회 조합원이 몸에 자물쇠를 감고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의 현장실사를 거부하고 있다. [뉴스1]

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정문앞에서 대우조선지회 조합원이 몸에 자물쇠를 감고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의 현장실사를 거부하고 있다. [뉴스1]

“돌아가십시오. 그리고 다시는 오지 마십시오.”(이민형 대우조선 노조 조직쟁의 실장)
“(현장실사를)반대하는 이유가 뭔지 들어볼 수 있습니까.”(강영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장)

대우조선 인수 현장 실사단 2차례 진입 시도 무산
현대중 노조 날 "물적분할 임시주총 무효 소송 낼 것"

 
3일 낮 12시 45분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이하 대우조선) 정문 앞. 대우조선 인수에 나선 강영 실사단장 등이 대형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 정문 앞으로 다가서자 이민형 실장이 이들을 막아서며 이같이 말했다. 양쪽은 “현장실사를 해야 한다”“돌아가십시오”라는 취지의 말을 반복하다 5분여 만에 강 단장이 발길을 돌리면서 대화는 끝났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 현대중공업이 3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에서 현장 실사를 하려 했지만 노조 측 반발로 무산됐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현장실사단은 이날 오전 9시 20분에 정문 인근에 도착해 노조에 대화를 요청했다. 하지만 노조 측으로부터 거절당한 뒤 철수했다가 두 번째로 다시 왔으나 또 무산된 것이다. 
 
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정문앞에서 대우조선지회 조합원이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에게 현장실사 거부 의사를 오전에 이어 재차 전하고 있다. [뉴스1]

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정문앞에서 대우조선지회 조합원이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에게 현장실사 거부 의사를 오전에 이어 재차 전하고 있다. [뉴스1]

강영 실사단장은 두 차례 현장 실사 무산 후 기자들에게 “노조가 원천 봉쇄해 오늘은 현장실사가 어려울 것 같다. 돌아가서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이날 정문 등 출입구 6곳에 노조원 500여명을 분산 배치해 현장 실사단의 진입에 대비했다. 특히 신상기 대우조선 지회장과 대우조선해양 동종사 매각반대 지역 경제살리기거제 범시민대책위원회 소속 김해연 전 도의원 등 5~6명이 서로의 몸을 쇠사슬로 연결해 ‘현장 실사단을 출입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신 지회장은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일체 대화는 없다. 2·3차 현장 실사를 시도하면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2008년 10월 대우조선 인수전에 참여한 한화·포스코·GS·현대중공업 등 4개 회사가 보낸 실사단을 막은 적도 있다. 결국 대우조선 노조가 조선소 출입문과 헬기장 등을 봉쇄해 실사는 무산됐다. 이후 현장 실사 없이 매각이 추진되다 결국 매각 자체가 불발로 끝났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 주주총회에서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법인분할이 통과됐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3일 오전 8시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울산 본사 내 노조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주총 무효 투쟁에 돌입했다. 노조는 지난달 3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회사 법인분할(물적 분할)은 무효라는 입장이다. 김형균 현대중공업노조 정책실장은 “(현대중공업) 주주들이 변경된 장소와 시간을 충분히 알 수 없었고, 현실적으로 이동하기 쉽지 않았다”며 “주총결의 취소소송을 이르면 다음 주쯤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들이 3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조는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주총과 관련해 전면 무효화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현대중공업 노조와 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들이 3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조는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주총과 관련해 전면 무효화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실제 노조 봉쇄로 장소를 변경해 주총을 개최했으나 대법원이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2000년 국민은행 주총(주식매수선택권 부여결의 등 부존재 확인 소송)과 2013년 씨제이헬로비전 주총(주주총회결의 부존재 확인 소송)에 대해 각각 2003년과 2016년 무효를 판결했다. 반면 현대중공업 사측은 확성기와 유인물 등을 통해 현장에서 충분히 알렸고, 버스 등을 주주들에게 제공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한영석·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 이사는 이날 담화문을 내고 단체협약 승계와 고용안정을 거듭 약속했다. 공동대표 이사는 “분할 후에도 어떠한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약속한다”며 “이제는 화합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자”고 밝혔다.  
 
거제·울산=위성욱·이은지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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