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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퍼박테리아 환자 연 9727명, 30%가 병원내 감염”

중앙일보 2019.06.03 05:00 종합 16면 지면보기
슈퍼박테리아는 복수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로 다제내성균으로 불린다. 사진은 수퍼 박테리아의 하나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의 현미경 사진. [중앙포토]

슈퍼박테리아는 복수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로 다제내성균으로 불린다. 사진은 수퍼 박테리아의 하나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의 현미경 사진. [중앙포토]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오히려 수퍼 박테리아에 감염되는 환자의 비율이 전체 수퍼 박테리아 감염 환자의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7년 기준 연간 수퍼 박테리아 감염 환자는 9700여명 발생했으며, 이 중 약 40%가 조기에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31일 대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는 수퍼 박테리아를 주제로 바이오 이슈 콘퍼런스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이광준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연구센터 보건연구관은 “수퍼 박테리아의 병원 감염률이 약 30%에 이르는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며 “병원 외 지역사회에서 수퍼 박테리아 감염이 1400건 발생할 때 병원 감염은 350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수퍼 박테리아 병원 감염(Hospital Origin)은 30% 정도이며, 특히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의 경우 병원 감염이 더 많다고 밝혔다. [사진 unsplash]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수퍼 박테리아 병원 감염(Hospital Origin)은 30% 정도이며, 특히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의 경우 병원 감염이 더 많다고 밝혔다. [사진 unsplash]

해당 결과는 전국 8개 병원을 대상으로 한 ‘항생제내성균감시체계(Kor-GLASS)’ 조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국내 보건 당국자가 수퍼 박테리아의 병원 감염(HO) 현황에 대해 구체적 수치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동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이에 앞선 주제 발표에서 “일선 병원에서 관리를 철저히 한다 하더라도 수퍼 박테리아 병원 내 감염률을 10% 이하로 떨어뜨리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지만, 보건 당국은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봤다.
 
수퍼 박테리아의 병원 감염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입원 후 수퍼 박테리아 감염 기간까지 걸리는 기간이다. 이 연구관에 따르면 “수퍼 박테리아에 감염되지 않은 환자가 입원 후 48~72시간 사이 수퍼 박테리아 감염증에 걸리면 병원 감염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제내성균의 하나인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는 병원에서 더 흔히 감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박테리아의 경우 항생제 내성률이 최대 9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포토]

다제내성균의 하나인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는 병원에서 더 흔히 감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박테리아의 경우 항생제 내성률이 최대 9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포토]

병원 밖보다 병원 안에서 더 많이 감염되는 수퍼 박테리아도 있었다. 이 연구관은 “수퍼 박테리아의 하나인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의 경우 절대다수가 응급실·중환자실 등 병원 내에서 감염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지역사회에서 22건의 감염 환자가 발생할 때 병원에서는 무려 180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수퍼 박테리아는 여러 개의 항생제에 동시에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로 ‘다제내성균(MDR)’으로도 불린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발생한 수퍼 박테리아 감염 환자 총 9727명 중 약 40%에 해당하는 3920여명이 감염 후 90일 이내에 사망했다. 
 
특히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의 경우 내성률이 최대 90%에 달해 한 번 감염될 경우 항생제에 의한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류충민 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장은 “미국의 경우 연간 2만 4000여명, 유럽의 경우 연간 3만 3000여명이 수퍼 박테리아로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에 비해 1000명당 항생제 사용량이 월등히 높다. 이 때문에 한국은 항생제 내성률이 높은 특수성이 있다. [그래픽제공=연합뉴스]

한국의 경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에 비해 1000명당 항생제 사용량이 월등히 높다. 이 때문에 한국은 항생제 내성률이 높은 특수성이 있다. [그래픽제공=연합뉴스]

수퍼 박테리아가 나타나는 이유는 항생제의 지나친 사용으로 박테리아가 이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반재구 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 박사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6세 미만의 아동에게 투여하는 항생제의 양을 따졌을 때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라며 “내성 발생 기간이 짧고, 사용이 제한되는 등 이유로 항생제 개발 수익성이 떨어져 신약 개발도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대학 등에서 일차적으로 개발하는 약물을 보다 저렴하게 임상시험까지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반 박사는 “대학의 경우 항생제 후보 물질을 개발하더라도 예산 부족 등으로 인해 동물 모델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이런 역할을 대신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류 센터장은 한편 “응급실·중환자실에서 퍼지는 수퍼박테리아 대부분이 위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노인 요양병원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병실당 환자 수를 줄이는 등 보건당국의 관리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대전=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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