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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민주노총, 홍위병처럼 굴지 말라

중앙일보 2019.06.03 00:01 종합 30면 지면보기
전영기 중앙일보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칼럼니스트

공포와 광기의 시대였던 중국 문화대혁명(1966~76)의 초기 공안부장은 셰푸즈(謝富治)라는 사람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경찰청장에 해당한다.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이 친애하는 홍위병들이 온 세상을 헤집으며 폭력을 일삼고 다닐 때 셰푸즈는 다음과 같이 경찰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홍위병이 사람을 죽이면 처벌해야 하는가? 내 견해로는 만일 사람들이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그들의 일이다. 우리 일이 아니다. 만일 대중이 나쁜 사람을 극도로 증오하면 우리는 그들을 막을 수 없다(필립 쇼트가 쓴 『마오쩌둥』 제2권, 356쪽).”
 

‘현대중 주총’에 불법무도한 폭행
폭력 면허 받은 홍위병 연상케 해
한국은 선거와 법치가 살아있나

아무리 공산주의라 해도 사람에게 폭력을 허용하고 그러다 죽어도 할 수 없다는 사고방식을 형사사법 책임자가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셰푸즈의 발언은 전체주의 독재자 마오쩌둥의 ‘학생들의 운동을 억압하는 데 경찰이 나서지 말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공안부장에게 애초부터 경찰의 수장으로서 직업관이나 소명의식 따위는 없었다. 이 모습은 선거나 의회,법치, 3권분립 같은 것이 작동하지 않았던 문화혁명의 시대적 특성이다.
 
지난 주 울산에서 민주노총(위원장 김명환) 소속원들이 보여준 공공연한 불법과 무도한 폭력을 보면서 이 집단이 문재인 정부의 탄생에 조금 공이 있다 해서 무슨 문화혁명 때 홍위병 행세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노총 노조원 수천명은 5월 31일 현대중공업의 주주총회가 열린 울산대 체육관을 공격했다. 임금인상이나 근로조건이 아닌 경영상의 문제에 노조가 개입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그들은 합법적인 주총을 보호하기 위해 체육관을 지키던 경찰 1명을 잡아 “개 패듯 두들겨 온 몸에 성한 곳이 없게” 만들어 놨다고 한다. 민주노총 노동자 3명이 집단 폭행했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경찰이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팰 수 있느냐’고 항의하자 “회사가 고용한 용역인줄 알았다”고 능글맞게 답변하더라는 것이다. 집단 폭행자들은 헬멧에 마스크를 써 누구인지 알아보기도 어렵게 꾸몄는데 폭력 면허라도 받은 사람처럼 유유히 현장을 빠져 나갔다는 게 경찰의 증언이다.
 
노조원의 동생이나 아들뻘 되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캠퍼스는 욕설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폭력자들은 체육관의 대형 유리창들을 박살내고 무대의 외벽 일부를 부숴 버렸다. 대물 피해액은 수천만원에 이른다고하는데 울산대측은 따로 손해 배상을 청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회사측이 궁여지책으로 울산대로 주총장을 옮기기 전 원래 회의 장소로 정했던 곳은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이라는 민간 건물이었다. 5월 27일 법원이 주총방해 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리자 민주노총은 이를 비웃듯 소속원들을 동원해 회관을 점거하고 생업에 종사하던 개인들을 쫓아 냈다. 원천적으로 주총을 방해하겠다는 불법 선언이었다. 조폭과 다를 게 없다. 뒤늦게 경찰 병력이 도착했지만 물리력을 완비한 ‘노동자 해방구’에 법치는 통하지 않았다. 그에 앞서 현대중 노조원들은 서울 상경 투쟁도 했는데 이 때도 공권력 집행자인 경찰 1명의 치아를 두 개 부러뜨렸다. 법원은 무슨 이유에선지 폭력 행사 노조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민주노총의 폭력성과 무도함은 도를 넘었다. 그들의 행태에서 민주적인 준법성과 노조다운 진취성을 못 본지는 한참됐다. 눈치보기가 체질화된 경찰, 거리의 불법과 폭행에 관대해진 법원, 사업자에겐 저승사자처럼 매몰차고 노조엔 무슨 죄를 졌는지 꿀먹은 벙어리, 뒷북 치기로 일관하는 고용노동부, 민주노총이라면 일단 접어주고 들어가는 이 정권의 분위기가 저들의 불법 성향을 키우고 있다. 행여 민주노총이 홍위병처럼 굴지 않길 바란다. 당신들이 사는 이 나라는 문화혁명 시대의 중국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선거로 정권이 교체되고 의회와 헌법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의 나라다.
 
전영기 중앙일보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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