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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얘기하면 가습기 살균제 사태 떠올라”

중앙일보 2019.06.01 14:00
 
최창민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미세먼지와 폐 질환의 상관 관계를 연구한 결과물을 보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강주안 기자

최창민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미세먼지와 폐 질환의 상관 관계를 연구한 결과물을 보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강주안 기자

 “요즘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며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지만 가장 우려스러운 건 기본적인 역학 연구조차 제대로 안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기본연구조차 진행 어려운 현실 비판

미세먼지와 질병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온 최창민(47)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폐암 진단 및 항암치료가 주 전공분야다. 그는 미세먼지와 폐 질환의 관련성을 추적한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이 최근 미세먼지와 관련해 밝혀낸 사실들을 소개해 달라.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 등을 활용해 미세먼지와 폐렴 발생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에 노출된 후 3주 정도 지나면 폐렴 발생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8세 이하의 소아청소년과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의 경우는 어떤가.
 “대기오염물질이 폐암 환자의 생존에 미치는 연구도 진행했다. 그 결과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가 모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왔고 특히 초미세먼지가 더 안좋게 나왔다.”
 짐작은 했지만 미세먼지가 폐 질환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셈인데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우리 현실은 연구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미세먼지 때문에 새로운 기구를 만들고 요란하게 움직이지만 정작 가장 절실한 일들은 하지 못한다. 질병 관련 연구가 대표적이다. 미세먼지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려면 지역ㆍ연령 등 많은 요인들을 복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그런데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데이터를 안 주곤 한다. 생년월일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을 지우고 달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 정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도 그렇다. 가장 시급한 연구부터 겹겹의 장벽에 가로막힌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의료 연구만의 문제인가.
 “그렇지 않다. 미세먼지 전반에 대해 연구가 제대로 안돼있다. 측정부터 발생 요인 등 모든 것에 제대로 된 자료가 없다. 가령 경기도와 서울을 출퇴근 하는 사람들은 어디서 어느 정도 미세먼지에 노출되는지, 디젤 차량을 모는 운전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지 등 치밀한 분석이 돼야 하는데 이런 기본이 안 되고 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아닐까.
“중국만 해도 우리와 많이 차이가 난다. 그들은 굉장히 많은 연구를 진행해왔다. 미세먼지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중국에 항의해야 한다고 하지만 아마 지금 상태에서 중국과 테이블에 마주 앉으면 일방적으로 밀릴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데이터와 연구 결과가 있고 우리는 없다. 그러니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정말 그렇게 앞서있다고 보나.
“연구 뿐 아니라 정책도 그렇다. 중국의 명소인 황산(黃山)을 간 적이 있다. 그 일대에는 화물차 등 대기오염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더라. 환경부 발표대로 우리 미세먼지가 과거보다 나아진 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쏟는 노력에 비하면 한국은 많이 못 미치는 실정이다. 중국은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해 체계적인 연구와 노력을 한다.  물론 우리를 생각해서는 아니고 그들 자신을 위해서다.”
석쇠 위에서 보기 좋게 구워지고 있는 고등어 구이 (일명 고갈비)

석쇠 위에서 보기 좋게 구워지고 있는 고등어 구이 (일명 고갈비)

 고등어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얘기도 있었는데.
“어이없는 얘기다. 고등어나 삼겹살 요리를 할 때 미세먼지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식자재와 기름의 불완전 연소도 있고 석쇠와 프라이팬 재질에 따라서 유해물질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노출 시간을 생각해보라. 대기오염은 하루 종일 그 안에 있는 것이지만 요리는 잠시일 뿐이고 창을 열어 환기를 하면 금방 수치가 떨어진다. 요리를 하루 종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일반인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일상생활 속에서 비행기 탑승이나 모발 염색 등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있지만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미세먼지는 대기를 채우고 있어 장시간 들이마시기 때문에 심각한 것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꼽는다면.
“폐암 등 미세먼지가 유발하는 질병과 관련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폐암 환자의 원인과 예후를 분석하는 시스템이 이제야 구축을 시작하는 단계다. 정확히 측정을 하고 표본 코호트(인자를 공유하는 집단)를 만드는 투자가 필요하다. 질병을 예측하려면 주소와 연동하는 게 필요한데 개인정보보호 이슈 등에 막혀 진행이 어렵다. 심지어 우리 병원에서 진료 받던 환자가 퇴원 이후 사망을 해도 그런 사실조차 알 수 없다. 정부가 생명과 관련한 연구에 대해서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시민들과 디젤 버스 운전자 등 다양한 사례를 연구해야 하지만 지금은 진행할 수가 없다. 초미세먼지는 제대로 측정한 지도 몇 년 안되는 형편이다. 기본적인 연구라도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의 노력이 절실하다. 지역별로 미세먼지 데이터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도록 측정망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미세먼지가 그렇게 위험한가.
 “미세먼지 안에 카드뮴ㆍ타르ㆍ크롬 같은 다양한 유해물질이 들어있다. 먼지를 들이마시면 웬만한 크기는 코털과 기도ㆍ섬모 등에서 걸러낸다. 그러나 초미세먼지는 거의 안 걸러지고 폐로 쑥 들어간다. 거기에 어떤 발암물질이 들었을지는 분석이 어렵다. 미세먼지 문제를 얘기하다 보면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떠오른다. 당시 원인도 모른 채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전국에서 산모들이 폐가 나빠져서 중환자실로 오기 시작했다. 폐가 굳어갔다. 처음엔 질병을 의심했다. 역학조사를 진행했는데 답이 안나왔다. 가습기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가습기를 가져다 배양을 했는데도 원인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때 아산병원 의료진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떠올렸다. 동물 등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정부에 ‘살균제가 원인’이라고 알렸다. 이후 살균제 사용을 중단하니 더 이상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 미세먼지도 각종 발암물질이 섞여 있을 텐데 어느날 특정 지역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곤 한다.”
최창민 교수
 서울대 의대를 나와 2007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했다. 폐암 진단 및 치료 기관지내시경, 폐암 항암치료가 주 전공분야이다. 현재 호흡기내과 및 종양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폐암 진단과 치료에 대한 다양한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면 보건의료빅데이터와 IOT, AI 관련 국책과제를 수행해오고 있다. 대한폐암학회와 결핵및호흡기학회의 폐암관련 위원회에서도 활동 중이다.
강주안 기자 joo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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