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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수심 11㎞ 마리아나 해구…수압은 점보 제트기 50대 무게

중앙일보 2019.06.01 11:30
지난 5월 1일 마리아나 해구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간 잠수정 '리미팅 팩터스(Liminting Factors)'가 촬영한 사진. 절지동물들이 잠수정 근처에서 헤엄을 치고 있다. 아틀랜틱 프로덕션이 디스커버리 태널에 제공한 사진이다.[AP=연합뉴스]

지난 5월 1일 마리아나 해구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간 잠수정 '리미팅 팩터스(Liminting Factors)'가 촬영한 사진. 절지동물들이 잠수정 근처에서 헤엄을 치고 있다. 아틀랜틱 프로덕션이 디스커버리 태널에 제공한 사진이다.[AP=연합뉴스]

얼마 전 지구 바다에서 가장 깊은 곳이라는 마리아나 해구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의 부호이자 탐험가인 빅터베스코보는 5월 1일 잠수정을 타고 마리아나 해구의 수심 1만927m 지점에 도달했다는 소식 말입니다.
베스코보는 거기서 반(半)투명한 갑각류 몸속에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또, 해구 밑바닥에서 플라스틱 봉투와 사탕 포장지도 확인했습니다. 
마리아나 해구 가장 깊은 곳까지 잠수정을 타고 들어갔던 빅터 베스코보. [AP=연합뉴스]

마리아나 해구 가장 깊은 곳까지 잠수정을 타고 들어갔던 빅터 베스코보. [AP=연합뉴스]

해양오염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 발견은 플라스틱 쓰레기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마리아나 해구는 과연 어떤 곳이고, 사람들은 어떻게 그곳까지 내려갔을까 하는 점도 궁금해집니다.
바다의 날(5월 31일)을 보내면서 마리아나 해구와 심해에 대해 찾아봤습니다.
 
가장 깊은 곳은 챌린저 해연
마리아나 해구와 챌린저 해연의 위치.

마리아나 해구와 챌린저 해연의 위치.

널리 알려진 대로 지구 상에서 가장 깊은 곳은 마리아나 해구(Mariana Trench)입니다.
해구(海溝, Trench)는 깊은 바닷속에서도 가늘고 길게 움푹 팬 곳을 말합니다.
전 세계 바다에는 30개 가까운 해구가 있는데, 보통 수심이 6000m 이상입니다.
 
일본 남쪽이면서 필리핀 동쪽인 서태평양 괌 부근에 위치한 마리아나 해구는 마리아나 제도에서도 서쪽으로 200㎞ 정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마리아나는 스페인 여왕의 이름입니다.
해구는 초승달 모양을 하고 있고, 전체 길이는 2550㎞, 폭은 평균 69㎞입니다.
 
육지에서 히말라야 산맥이 있고, 그중에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이 있는 것처럼, 마리아나 해구에서도 가장 깊은 곳은 챌린저 해연(海淵, Challenger Deep)입니다.
이곳은 이번에 베스코보가 들어간 곳이기도 합니다.
챌린저 해연의 깊이는 1만994m(측정오차 ± 40m)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2년 미국 뉴햄프셔 대학 연구팀이 측정한 수치입니다.
높이 8848m인 에베레스트 산이 챌린저 해연에 빠지면 2000m나 물 아래에 잠기는 셈입니다.
 
마리아나 해구에는 챌린저 해연 다음으로 깊은 시레나 해연(Sirena Deep)도 있는데, 이곳 깊이는 1만809m입니다.
챌린저 해연에서 동쪽으로 200㎞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마리아나 해구를 처음 발견한 것은 1875년으로 전 세계 바다를 측량하던 영국의 HMS 챌린저호(號)가 당시로써는 첨단기술인 음파탐지 방법으로 확인했습니다.
 
지구 판 이동 탓에 만들어져 
마리아나 해구 생성 과정. 태평양판이 필리핀판 아래로 밀려 들어가는 섭입과정에서 마리아나 해구가 생성됐다.

마리아나 해구 생성 과정. 태평양판이 필리핀판 아래로 밀려 들어가는 섭입과정에서 마리아나 해구가 생성됐다.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가 만들어진 것은 지구의 지각(地殼) 이동 때문입니다.
판구조론에서 설명하듯 여러 개의 판으로 나뉜 지구의 여러 지각은 맨틀 위에 떠 있고, 천천히 이동하고 있습니다.
 
마리아나 해구에서는 1억8000만 년 전에 형성된 태평양판이 그 뒤에 만들어진 필리핀판 아래로 끼어드는, 이른바 섭입(攝入, subduction)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1년에 수㎝씩 진행되는 그 섭입으로 인해 일부 필리핀판도 태평양판과 함께 아래로 딸려 들어가면서 수직 절벽이 생겼고, 깊은 해구도 만들어졌습니다.
 
마리아나 해구가 깊다고는 하지만 지구 중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아닙니다.
지구는 완전한 구형이 아니라 적도 부근 반지름이 북극이나 남극 쪽 반지름보다 약 25㎞가 더 큽니다.
지구 중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오히려 북극해 밑바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엄청난 수압 이기는 잠수정 필요
유인 잠수정으로 지난 달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 챌린저 해연까지 들어간 '리미팅 팩터(Limiting Facor)'의 모습. [REUTERS=연합뉴스]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유인 잠수정으로 지난 달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 챌린저 해연까지 들어간 '리미팅 팩터(Limiting Facor)'의 모습. [REUTERS=연합뉴스]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다른 심해도 마찬가지겠지만 깊은 마리아나 해구에서는 엄청난 수압이 작용합니다.
보통 바다 아래로 10m 내려갈 때마다 1기압씩 압력이 증가합니다.
 
마리아나 해구에서는 압력이 1000기압 이상, 해수면과 비교하면 1000배나 됩니다.
이 정도 압력은 사람 머리 위에 점보제트기 50대를 올려놓은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해구까지 내려가려면 특수한 장비가 필요합니다. 바로 잠수정(潛水艇, Submersible)입니다.
잠수정은 보통 바다에 떠 있는 모선이나 물속 잠수함의 도움을 받아서 작동하는데, 무인 잠수정도 있고 유인 잠수정도 있습니다.
 
깊은 곳에서 조사하려면, 잠수정 성능이 뛰어나야 합니다.
사람이 타고 있는 잠수정 내부의 낮은 압력(1기압)과 잠수정 바깥의 높은 압력 차이를 견딜 수 있어야 합니다.
잠수정에서 사용하는 장비도 수압을 견딜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해연에 사람이 들어간 것은 1960년입니다.
당시 미 해군 중위 돈 왈시와 스위스 해양학자 자크 피카르가 유인 잠수정을 타고 1만912m까지 들어갔습니다.
95년에는 일본 무인 잠수정 ‘카이코’가 마리아나 해구에 들어가 시료를 채취했습니다.
2009년 미국의 원격조정 무인 잠수정 ‘네레우스(Nereus)’가 챌린저 해연 바닥에 투입됐습니다.
 
2012년에는 영화 ‘아바타’로 유명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잠수정을 타고 들어갔는데, 당시 1만898m까지 내려갔습니다.  
이번에 빅터 베스코보는 1만927m로 유인잠수정으로는 신기록을 세운 것입니다.
2010년 중국이 개발한 유인 잠수정 자오룽.

2010년 중국이 개발한 유인 잠수정 자오룽.

한편, 중국은 2010년 유인 잠수정 ‘자오룽(蛟龍)’을 개발, 2012년 마리아나 해구에서 7062m까지 잠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중국은 2013년 1만1000m급 유인 잠수정 개발에 착수했고, 이번 5월에도 탐사선 ‘탄쒀(探索) 1호’와 원격조정 무인 잠수정 ‘파센(發現)’을 마리아나 해구로 보냈습니다.
탄쒀 1호는 해구 남쪽 해저산(海山)에서 희귀한 산호 숲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보내왔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직원들이 2015년 5월 경남 거제시 장목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에서 무인 심해 잠수정 '해미래'호를 테스트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직원들이 2015년 5월 경남 거제시 장목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에서 무인 심해 잠수정 '해미래'호를 테스트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내에서는 지난 2001년부터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6000m급 무인 잠수정 개발에 들어가 2005년 동해에서 시운전을 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해에는 특이한 생물들 서식
마리아나 해구에서 발견되는 심해어 [중앙포토]

마리아나 해구에서 발견되는 심해어 [중앙포토]

마리아나 해구에서는 단세포 생물인 제노피오포르(Xenophyophore)나, 새우처럼 생긴 갑각류, 반(半)투명한 해삼류 등 이런저런 특이한 생물들도 발견이 됐습니다.
커다란 아메바처럼 생긴 제노피오포르는 먹이를 에워싼 뒤 흡수합니다.
심해에는 산성 물질을 내보내 동물의 뼈를 녹여 먹는 ‘좀비’ 벌레도 있습니다.
거대 대형 단세포 생물인 제노피오포르.

거대 대형 단세포 생물인 제노피오포르.

심해에서 동물 뼈를 분해해 먹고 사는 '좀비' 벌레

심해에서 동물 뼈를 분해해 먹고 사는 '좀비' 벌레

그런데 심해에 사는 생물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일까요? 구체적으로 무얼 먹고 살아가는 것일까요?

압력은 높고, 수온은 낮고, 빛은 없는 캄캄한 마리아나 해구에서 살아가는 생물들 먹이가 극도로 부족합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수심도 깊어서 해수 표면에 살던 생물, 플랑크톤이나 어류 사체가 가라앉더라도 바닥까지 떨어지는 양이 극히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빛을 내는 기관을 머리에 달고 다니는 아귀가 있는 것처럼 심해 생물끼리 서로 잡아먹기도 하겠지만, 숫자가 많지 않아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심해에는 특이한 생태계가 있습니다.
바로 열수광상(熱水鑛床, Hydrothermal Vent) 생태계입니다.
검은 연기가 피어나는 것 같은 열수광상. 뜨거운 물과 함께 미생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황화물이 분출된다.[중앙포토]

검은 연기가 피어나는 것 같은 열수광상. 뜨거운 물과 함께 미생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황화물이 분출된다.[중앙포토]

열수광상은 해저에 생긴 균열을 통해 지열에 데워진 뜨거운 물이 분출하는 곳을 말합니다.
 
열수광상 중에는 황화물을 다량 함유해 시커먼 연기 같은 게 나오는가 하면, 칼슘이나 실리콘 등을 함유해 흰 연기를 내뿜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이런 열수광상 주변에는 작은 갑각류나 요각류도 있고, 달팽이·새우·관벌레·게도 눈에 띕니다.
심해 열수광상 주변에 다양한 생물이 살 수 있는 것은 화학합성(Chemosynthesis)을 하는 세균들 덕분입니다.

식물이 태양 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하고, 이산화탄소를 유기물로 만듭니다.
태양광이 없는 심해에서는 황화물 등 화학물질을 이용해 유기물을 만드는 거죠.
열수광상 주변에서 발견되는 대형 관벌레. [중앙포토]

열수광상 주변에서 발견되는 대형 관벌레. [중앙포토]

세균들은 열수광상에서 공급되는 황화물(sulfide)을 황산염(sulfate)으로 산화시키면서 거기서 얻은 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유기물로 만들고, 성장합니다.
열수광상 주변에는 이 화학합성 세균을 먹고 사는 먹이사슬이 형성돼 있습니다.
 
마리아나 해구까지 뻗친 해양오염
지난달 유인 잠수정 '리미팅 팩터(Limiting Facor)'가 촬영한 마리아나 해구 밑바닥의 모습. 아틀랜틱 프로덕션이 디스커버리 태널에 제공한 사진이다.

지난달 유인 잠수정 '리미팅 팩터(Limiting Facor)'가 촬영한 마리아나 해구 밑바닥의 모습. 아틀랜틱 프로덕션이 디스커버리 태널에 제공한 사진이다.

마리아나 해구를 탐사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손길에서 가장 멀리 떨어졌다는 이곳 역시 환경오염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1970년대에 사용이 금지된 인공 화학물질이 여전히 마리아나 해구에서는 검출이 됩니다.
 
마리아나 해구 갑각류에서는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POPs)인 폴리염화바이페닐(PCBs)이나 폴리브롬화디페닐에테르(PBDEs) 등이 검출됐습니다.
PCBs 변압기 절연체로, PBDEs는 화재 방지가 목적인 난연재로 사용된 물질입니다.
이들 물질은 수십 년이 지나도 분해가 거의 되지 않기 때문에 플라스틱 조각이나 동물 사체를 통해 바다 밑바닥까지 도달하는 것입니다.
 
마리아나 해구에서 채집한 생물체에서 방사성 물질인 탄소-14가 검출됐는데, 이는 핵실험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달 마리아나 해구 탐사에 성공한 유인 잠수정 '리미팅 팩터(Limiting Facor)'와 모선. 아틀랜틱 프로덕션이 디스커버리 태널에 제공한 사진이다. [AP=연합뉴스]

지난달 마리아나 해구 탐사에 성공한 유인 잠수정 '리미팅 팩터(Limiting Facor)'와 모선. 아틀랜틱 프로덕션이 디스커버리 태널에 제공한 사진이다. [AP=연합뉴스]

세계 각국이 잠수정 개발 경쟁을 벌이는 것처럼 마리아나 해구는 아니더라도 심해 자원에 대한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망간단괴 같은 해저 광물 개발, 불타는 얼음이라는 메탄 하이드레이트 같은 에너지 자원 개발, 핵폐기물 투기장 확보 등 해저개발에 대한 욕심입니다.
 
하지만 인류의 지나친 탐욕은 자칫 지구에서 마지막 남은 청정지역마저 훼손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이번에 마리아나 해구에서 발견된 쓰레기는 그런 경고가 아닐까요.
심해 잠수정 '딥시 챌린저'가 2012년 시험 가동을 진행하는 모습.

심해 잠수정 '딥시 챌린저'가 2012년 시험 가동을 진행하는 모습.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2009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마리아나 해구 해역 대부분을 해양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주변 섬과 바다 50만6000㎢(남한 면적의 5배)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는 것입니다.  
마리아나 해구는 미국의 영해에 속합니다. 인근 괌이 미국령이기 때문이죠.
 
만약 인류의 미래를 위해 마리아나 해구를 비롯해 지구의 심해를 개발해야 한다면,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조심스럽게 진행돼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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