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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문, 오른쪽의 아베…한·일 관계 잘 풀리기 힘든 구조

중앙선데이 2019.06.01 00:27 638호 7면 지면보기
일본 외교 전략가 소에야 교수
지난해 9월 25일 유엔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뉴욕 파커호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25일 유엔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뉴욕 파커호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에서 손꼽히는 국제정치 전문가인 소에야 요시히데(添谷芳秀) 게이오대 교수는 지난달 25~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빈방문 때 일본 정부가 보여준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진심을 담은 일본식 접대) 외교’에 대해 “미국과의 동맹 없이는 안보 정책이 작동하지 않는 일본 외교의 한계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SUNDAY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한 외교”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경직된 한·일 관계에 대해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은 한 세트”라며 “한·일 양국은 서로를 ‘관리’하는 데 만족해선 안 되며 전략적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동맹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대북 외교를 위해서라도 한국은 독자적인 색깔의 한·미 관계를 구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아베 총리 전략적 대화해야
 
소에야 요시히데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장을 지낸 소에야 교수는 일본 외교의 방향을 제시한 2004년의 저서 『일본의 미들파워 외교:전후 일본의 선택과 구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와 서승원 고려대 교수는 공저 『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에서 그를 “일본에서 큰 그림을 논할 수 있는 대표적 인물이자 가장 균형 잡힌 외교 전략가”라고 소개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초 게이오대에서 진행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 방문 기간 서면 인터뷰를 통해 내용을 보충했다. ‘밀착하는 미·일 동맹’과 ‘최악의 한·일 관계’가 주요 테마였다.
 
오모테나시가 화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필요로 하는 배경에는 전후 일본 외교의 기저에 흐르는 문제, 즉 미국과의 동맹 없이는 일본의 안전보장 정책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정이 있다.”
 
그런 경향이 최근 더 뚜렷한 것 같다.
“1990년대 초까지 일본 외교는 남북한 등거리를 지향했고 대미·대중 관계를 양립시키기 위한 노력도 했다. 톈안먼(天安門) 사건 때도 일본은 서구 국가들만큼 중국을 강하게 비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중국위협론’ 등으로 대항 의식이 높아졌고 한반도 외교와 관련해서도 선택지가 줄면서 미국 의존 현상이 심화됐다.”
 
오모테나시도 그런 측면에서 봐야 하나.
“어떤 의미에서 아베 총리는 그런 일본 외교의 한계에 입각해 대미 외교를 완벽하게 ‘연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그토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달리는 건 ‘미국 제일주의’를 내걸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이해한다고 확신할 수도 없고, 또 근본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미·일 관계에 비해 한·미 관계는 정체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보 정책에 있어서 미국과의 관계가 ‘기본’인 것은 한국도 일본과 같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흉내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미국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대북 외교가 성립할 수 없다. 한국은 한·미 관계의 독자적인 색깔을 창조적으로 구상해야 한다.”
 
한·일 관계 악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1990년대까지 한국과 일본은 나름대로 역사 문제를 잘 처리해 왔다. 하지만 당시에도 일본의 오른쪽(우익이나 강한 보수) 일부에서, 또 한국에선 리버럴(진보) 쪽에서 한·일 화해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있었다. 오른쪽의 아베 총리와 왼쪽의 문 대통령이 양국 정권의 톱이 됐으니 구조적으로 잘 풀리기는 어렵다. ‘전후 레짐으로부터의 탈피’를 내걸고 있는 아베 외교의 특징은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해왔던 외교가 너무 약하고 어정쩡했다는 인식, 영토와 역사에 대해 주장할 것은 주장해야 한다는 자세다.”
 
한국 정부 입장에 대한 견해는.
“우선순위의 문제가 아닐까.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가장 중요한 비전은 ‘한반도’였다. 이를 위해 주변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한·일 관계도 개선하려 했다. 그러려면 역사 문제가 중요했고 이를 DJ·오부치 선언으로 해결했다. 이번 정권의 우선순위는 ‘정의’다. 일본과의 협력, 북한 문제에서 일본의 역할은 훨씬 아래거나 필요 없다는 식이다.”
  
징용 문제, 삼권분립 속 행정부 역할 찾아야
 
지금 양국에 필요한 것은.
“서로를 자극하는 행동을 그만두는 외교적 배려다. 북한 문제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평화체제 구축 등 여러 분야에서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은 세트다. 작전 행동을 할 때는 당연히 하나다. 한·일 관계는 그런 틀에서 논의해야 한다. 양국은 서로를 ‘관리’하는 데 만족할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대화를 나눠야 하는 관계다.”
 
징용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사법부 판결에 행정부가 개입하지 못한다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삼권분립이라면 행정부 차원에서도 할 일이 있을 텐데 그것을 하지 않고 있다. 1965년 협정을 체결한 것도 행정부다. 노무현 행정부는 ‘징용 배상은 끝난 일’이라고 정리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행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걸 하지 않으면 책임 포기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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