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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스타벅스 업은 암호화폐 ‘토큰이코노미’로 진화

중앙선데이 2019.06.01 00:21 638호 12면 지면보기
김근갑씨는 페이스북에서 ‘글로벌코인(가칭)’으로 마사지기를 구입했다. 페이스북이 발행한 글로벌코인을 쓰면 매번 결제 금액의 2%를 ‘토큰’으로 보상을 받는다. 그가 물건을 살 때도 페이스북만 이용하는 이유다. 더 이상 이베이를 찾지 않는다. 김씨는 토큰을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바꾸거나 게임머니를 구입하는 데 쓴다.
 

IT 공룡들 속속 암호화폐 결제망
미 증권거래위도 우호 입장 밝혀
비트코인 1년 만에 1000만원 회복

블록체인 기반 이익 나누는 ‘토큰’
사업자 비용 절감, 소비자 보상 혜택
새 디지털 화폐로 영역 계속 확장

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 당장 내년에 페이스북이 글로벌코인을 발행하면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국내외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대기업들이 ‘토큰이코노미’를 주목하고 있다. 토큰이코노미란 보상 시스템에 기반을 둔 지급·결제 등의 경제 생태계를 뜻한다. OK캐시백이나 신용카드 포인트도 토큰이코노미의 한 종류다. 그런데 암호화폐를 매개로 하면 활동(지출·증명 등)한 만큼 보상 지급이 명확해지고 고객의 이탈을 막을 수 있어, 암호화폐를 사용한 기업들의 토큰이코노미 생태계 구축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 자체가 지급·결제망이기 때문에 신용카드 수수료 등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카카오, 6월부터 암호화폐 보상 지급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ICT 공룡 중에서는 페이스북이 가장 발 빠르게 나섰다. 페이스북은 미국 달러화, 유럽연합(EU) 유로화, 일본 엔화 등과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인 글로벌코인을 내년에 발행할 전망이다. 내년 1분기 12개국에서 왓츠앱·인스타그램 등 자사 서비스에 글로벌코인의 송금·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한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화를 비롯한 기존 화폐에 고정 가치로 발행되는 암호화폐를 말한다.
 
페이스북은 그럴 만한 힘이 있다. 월 24억 명(활성 사용자 수 기준)의 사용자를 거느린 페이스북의 지난해 매출은 558억3800만 달러(약 66조원)였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57위인 우루과이(561억5697만 달러, 2017년 기준)와 비슷한 수치다. 페이스북 하나만으로 국가 경제 규모의 디지털 화폐 생태계가 새로 생기는 셈이다. 블록체인 캐피탈의 파트너인 스펜서 보가트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 암호화폐가 나오면 암호화폐 사용자가 2~3배 이상 늘어날 것이며 비트코인 채택 움직임도 촉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 매출 50조원 규모의 스타벅스도 암호화폐 스타트업 ‘플렉사’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비트코인·이더리움·라이트코인·비트코인캐시 등 암호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결제망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플렉사는 아마존 홀푸드마켓과 배스킨라빈스·카리부 커피 등도 협력사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한 삼성전자 갤럭시S10 사용자라면 스타벅스나 홀푸드마켓에서 암호화폐로 물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국내에서는 카카오가 6월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Klaytn)’에서 소셜데이팅·자전거공유·티켓결제 등 서비스 기업 9개와 손을 잡고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사용자의 활동에 따라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지급한다. 티켓몬스터도 테라 프로젝트를 통해 e커머스(전자상거래) 암호화폐 결제 솔루션을 2분기에 내놓을 계획이다. 네이버 라인은 지난해 선보인 ‘링크체인’이라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올해 아시아 전역의 스타트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이다.
  
‘토큰’도 발행자 의도따라 왜곡 가능성
 
국내외 주요 ICT 기업들이 토큰이코노미를 주목하는 이유는 고객 관리·확장이 용이해서다. 그간 기업들은 고객 유치·관리를 위해 할인·적립이나 마일리지 지급 등에 적지 않은 마케팅 비용을 썼다. 그러나 혜택만 받고 사라지는 ‘얌체 고객’도 많아 비용을 쓴 만큼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지 못했고, 부채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고객으로서는 보상으로 받은 토큰을 유효기간 없이 제품·서비스를 구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게다가 토큰이코노미는 블록체인 기반이어서 위·변조 가능성이 극히 작아 사업자나 고객 모두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 지난해 내내 하락하던 비트코인(BTC) 가격이 300만원대에서 1000만원대로 급등한 것도 암호화폐의 실사용 가능성이 커져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4월 3일 암호화폐공개(ICO)를 진행한 미국의 운송·여객 회사 턴키젯에 ‘비조치의견서(no-action letter)’를 발송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에서 시세가 급변하지 않고 실거래가 가능한 암호화폐라면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글로벌 ICT 생태계가 온라인 기반의 플랫폼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토큰이코노미 확장의 한 요인이다. 4~5년 전부터 해외 직구 열풍이 일어난 것처럼 상품·서비스의 국경이 모호해지면서 국가 단위가 아닌, 플랫폼에 기반을 둔 경제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블록체인에 대한 비관론도 만만찮다. 아직 완벽하게 구현된 기술이 아니며, 발행자의 의도에 따라 토큰이코노미 생태계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킹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다만 역사적으로 화폐는 유통이 편리하고 신뢰를 높이는 쪽으로 진화했다. 상거래 범위가 ‘씨족부족→국가→국경 간 거래’로 확장하는 것과 발맞춰 조개껍데기·동화·금·증권·달러로 바뀌었다. ICT 플랫폼이 급격히 발달하고 있는 요즘에는 법정화폐의 환차손을 줄이고 거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디지털 화폐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여현덕 조지메이슨대 석좌교수는 “신뢰·보상 유인이 확실하다면 사용자를 모으기 용이하다”며 “블록체인은 보상에 대한 사용자들의 인식을 한단계 높여줬다”고 설명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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