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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하얀색 ‘스카이 우리’ 이야기

중앙선데이 2019.06.01 00:20 638호 29면 지면보기
강홍준 사회 에디터

강홍준 사회 에디터

성균관대 약학대 이모 교수(60·구속)가 자기 딸을 2018년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보내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논문이었다. 딸 이름을 과학기술인용색인(SCI)에 등재된 국제학술지 논문에 떡 하니 올리려 한 것이다. 이 교수는 자기 실험실의 대학원생들에게 동물실험도 시키고 데이터도 구하게 하는 등 ‘갑질’을 부렸다. 그렇다면 이 교수의 딸은 자신이 쓰지도 않은 논문을 들고 어떻게 서울대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앞문과 뒷문도 아니고 옆문과 그 문을 열 키가 있었다. 연구논문이나 특허, 수상실적을 내면 지원할 수 있는 특수자격·경력 소지자 선발 전형이 바로 대학을 들어가는 옆문이고, 그런 논문실적을 받아주는 대학 교수들 사이의 커넥션이 옆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했다.
 
의대나 치의대에 들어가기 위한 옆문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한양대 의대 P 전 교수의 아들이 2012학년도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서 의학교육입문검사(MEET)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도 합격할 수 있었던 건 서류평가 덕분이었다. 그 역시 SCI급 국제학술지 논문 실적을 제출했는데 이게 먹힌 것이다. 물론 서류 평가 등 2단계 전형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의대라는 우리 안에 있는 P 전 교수의 동료 교수들이었다.
 
이런 사실이 드러난 뒤 결말은 무엇이었을까. P 전 교수는 사표를 내고 학교를 떠났고, 아들은 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런데 사표를 낸 전직 의대 교수는 수도권의 한 병원에서 진료를 계속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아들의 입학이 취소되거나 무효로 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학술지 논문이 자녀 입학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사례는 아마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부정입학의 사례가 광범위하다는 데 있다. 동원되는 논문의 급에서 차이가 날 뿐 본질은 거의 같다. 의(치의)학전문대학원 같은 곳에 들어가기 위해선 국제학술지 논문이, 국내 일반 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선 국내 학술지 논문이 필요하다. 서류 평가나 면접 같은 정성적 평가는 과정이 불투명하고, 결과도 공개되지 않는다. 전형에 들어간 사람들이 입만 다물어주면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모 교수와 P 전 교수의 사례도 내부자가 입을 열었기 때문에 밖으로 드러날 수 있었다.
 
실제로 얼마 전 서울의 모 의학전문대학원의 입시 부정 의혹을 취재하기 위해 국회의원을 통해 해당 대학에 자료를 요청했으나 자료를 구하지 못했다. 모 국회의원도 대학 측이 자료를 주지 않는다며 난색을 보였다.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안 된다, 경찰 등 사법기관이 수사자료로 요청해도 줄까 말까 한데….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차고 넘쳤다.
 
교육부는 얼마 전 교수 자녀들의 공저자 논문 실태를 조사해 발표했다. 최근 10년 동안 모두 50개 대학의 교수 87명이 자신의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올린 사실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일부는 자녀의 대학 또는 대학원 입학에 쓰인 사실도 밝혀지면서 전국 15개 대학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도 벌이고 있다. 특별감사 결과 더 많은 부정 사례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덧붙여 의(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서류 평가나 면접 평가 등 정성평가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병원 의사는 “스카이캐슬의 최정점에 있는 의대에서 누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다들 알고 있지만 말은 하지 않는다. 그 사회의 폐쇄성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선 서울대 의대에 자녀를 넣기 위해 돈과 ‘코디’가 필요했다. 현실에선 논문과 논문을 줄 수 있는 부모면 된다.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밀어주고 당겨주는 ‘스카이 우리’가 우리 주변에 버티고 있다.
 
강홍준 사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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