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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율 100% 돼지열병 한반도 방어선 뚫렸다

중앙선데이 2019.06.01 00:02 638호 8면 지면보기
북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인
감염되면 100% 치사율을 보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북한에서 발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지난 30일 늦은 밤 북한이 ASF 발생 사실을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공식 보고했다고 밝혔다. OIE 보고에 따르면 지난 23일 압록강 인접 지역인 자강도 우시군 소재 북상협동농장에서 신고돼 이틀 후인 25일 확진됐다. 이 농장은 지난해 중국에서 ASF가 첫 발생한 랴오닝성 인근에 있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농장 내 사육 중인 돼지 99마리 중 77마리가 ASF로 인해 폐사했고 22마리는 살처분됐다. 북한지역에서 ASF가 발생한 사실이 공식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강도 농장 99마리 폐사·살처분
노동신문, 심각성 특집으로 다뤄

가축 이용 고리형 순환 생산 차질
김정은 체제 주요 농업정책 타격

정부, 접경지 10곳 특별관리 지정
북한에 확산 방지 협력 긴급 제안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북한 노동신문은 31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관련 소식을 전하는 3건의 기사를 실어 심각성을 알렸다. 노동신문은 먼저 ASF로 중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보았으며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까지 전파됐다며 국제적 피해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베트남에 지난 2월 ASF가 발생해 지금까지 34개 도시와 주로 급속히 퍼졌고 150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고 현지 신문을 인용했다. 이어 중국과 베트남의 ASF 확산 방지대책을 소개하면서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전했다. 마지막 기사에서는 ASF가 사람에게는 위험하지 않지만 경제적 손실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100만 마리가 넘는 돼지를 살처분해 피해액이 2000만 달러에 달한다는 사례도 곁들였다. 주로 정치 문제를 위주로 거론하는 노동신문이 ASF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기사를 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과 올 2, 3월 등 세 번에 걸쳐 중국 내에서의 ASF 발생 현황을 자세히 전하며 철저한 예방 활동을 강조했었다. 노동신문이 ASF 관련 기사를 수차 게재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이미 북한 내에서 ASF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당국은 또 접경지역 10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방역 활동도 강화한다. [연합뉴스]

당국은 또 접경지역 10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방역 활동도 강화한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지난 4월 말 북한에서 수의사이자 축산 담당 공무원이었던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위원은 “대북 통신원들로부터 북한의 북부 산간지대, 압록강 연안 지역 등 국경지대의 개인 축산 농가에서 갑자기 여러 마리의 돼지가 죽어 나간다는 보고가 수차례 들어왔다”며 “3월부터 자강도·평안북도 등에서 북한 당국이 가축의 이동을 차단하는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중앙SUNDAY 4월 27일자 4~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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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강원도 양구군의 한 양돈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해 돼지 혈청 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후 강원도 양구군의 한 양돈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해 돼지 혈청 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위원은 31일 중앙SUNDAY와의 전화통화에서도 “걱정하던 상황이 공식화됐다”며 “북한 당국이 시장에서 돼지고기 유통과 판매를 강하게 단속한다는 소식이 꾸준히 전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축산업에서 돼지가 차지하는 부분이 가장 크기 때문에 검역·방역 등을 통해 ASF의 확산을 막지 못하면 농업 정책 전반에까지 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조 위원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고리형 순환 생산체제’를 주요 농업 정책으로 새롭게 채택했다. 돼지 등 가축에서 나오는 분뇨를 유기질비료로 만들어 지력을 높여 농산물 생산을 늘리는 정책이다. 농산물 생산이 늘면 사료 문제 역시 자연스럽게 풀려 축산물 생산도 함께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ASF가 퍼져 북한 축산업의 기반인 돼지사육이 큰 타격을 입으면 그 여파가 농업 생산 전반에까지 미칠 것이라고 조 위원은 우려했다.
 
ASF의 북한 내 발병이 공식화하자 우리 정부도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1일 ASF의 국내 유입 차단을 위해 남북 접경지역 10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위기경보 ‘심각’ 단계에 준하는 방역 조치를 시작했다. 대상 지역은 경기도 5곳과 강원도 5곳이다. 해당 지역의 주요 도로에는 통제 초소와 거점 소독시설을 설치하고 축산차량에 대해 방역을 한다. 또 특별관리지역 내 353개 농가의 돼지에 대한 혈청 검사를 통해 ASF 감염 여부를 7일까지 확인한다. 도라산과 고성의 남북 출입국사무소의 출입 인력과 차량에 대한 소독도 강화한다. 북한 내 ASF가 접경지역 인근까지 퍼지면 접경 농가의 출하 도축장 지정, 돼지 이동제한 등도 검토한다. 야생멧돼지 차단 조치도 강화한다.
 
정부는 북한과의 협력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ASF 확산 방지를 위한 남북협력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으며 조만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대북협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북측은 "내부적으로 검토한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알려왔다. 조 위원은 "한반도의 축산 안보를 지키기 위해 북측이 우리 정부의 제안에 응하지 않더라도 지속해서 협력을 촉구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풀리지 않으면 민간 차원에서라도 ASF 관련 남북 간 정보 교류와 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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