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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제재하면 블랙리스트 보복"···무역전쟁에 불똥 튄 한국

중앙일보 2019.05.31 21:1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중국이 ‘외국 기업 블랙리스트’ 작성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대미 보복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상무부의 가오펑(高峰) 대변인은 31일 오후 중국은 앞으로 관련 법률과 법규에 따라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리스트’ 제도를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오펑 대변인은 무엇이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리스트’인지와 관련해 “시장 규칙을 준수하지 않거나, 계약 정신을 위배하거나, 비상업적 목적으로 중국 기업에 대한 부품 공급을 중단하거나 봉쇄하거나, 또는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엄중하게 손해를 미치는 외국의 기업과 조직, 개인 등”이라고 밝혔다. 중국 언론에 답하는 형식을 통해서다.
그는 “현재 세계는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면서 정상적인 국제 경제활동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일부 외국 실체가 비상업적인 목적을 갖고 정상적인 시장규칙과 계약 정신을 위배해 중국 기업을 봉쇄하고 부품공급을 중단하는 등 배타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상무부,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리스트’ 건립 발표
화웨이에 부품 공급 중단하면 블랙리스트 포함될 듯
미국은 물론 한국 등 세계적으로 큰 불똥 튈 것 우려돼

이에 따라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은 물론 중국의 국가 안전과 이익이 침해를 받고 있다”며 중국은 중국의 국가 안전과 사회의 공공이익, 기업의 합법 권익을 지키기 위해 ‘신뢰할 수 없는 리스트 제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가오펑 대변인은 “어떤 근거로 그런 제도를 만드냐”는 중국 신화사 기자의 질문에 중국의 ‘대외무역법’과 ‘반독점법’ 외에 ‘국가안전법’을 거론했다. 국가안전법에 따르게 될 경우 중국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이 강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또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리스트’에 포함되는 곳에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지에 대해선 “이른 시일 안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 상무부 발표는 화웨이(華爲) 등 중국 기업에 부품 공급을 중단하는 외국 기업을 중국 정부가 처벌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돼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적으로는 화웨이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보복 성격을 가진다. 희토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에 이어 이번에는 실제적인 법률 조치로 미국 기업에 반격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동시에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정책에 동의해 부품을 공급하지 않으려 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서도 중국이 보복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중국을 상대하는 제3자 기업도 유탄을 맞을 수 있다.  
그간 중국의 대미 반격은 미국의 정책을 하나하나 비판하는 여론전에 주로 맞춰져 있었으나 지난 29일 인민일보가 “내가 경고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勿謂言之不豫)”라는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발한 이후 실제적인 반격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베이지의 정통한 소식통은 “오는 6월 말 일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강력한 압박 카드를 동원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문제는 이 같은 미·중의 격렬한 싸움에 우리 기업도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기업은 물론 정부도 함께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주재 한국기업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로 미중 갈등이 확대되면 엉뚱하게도 우리 기업들이 엉뚱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1일부터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전면전이 본격 시작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1일 오전 0시부터 미국산 수입품 일부에 대해 품목별로 5~25% 추가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역시 지난 10일 미·중 무역 협상이 막판에 틀어지자 지난 2천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10일 중국에서 출발하는 화물이 미국에 도착할 때까지 약 2~3주가 걸리기 때문에 일종의 관세 인상 지연 효과가 있었다. 6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기 전까지 당분간 두 국가의 '보복관세' 전쟁은 이어질 예정이다. 다이샹룽 전 중국 인민은행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만날 것이며 긍정적인 뉴스가 나오기를 바란다"면서도  "(무역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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