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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잠수사들 “강이 바다보다 더 어려워…장비 총동원해야”

중앙일보 2019.05.31 16:29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30일 오후(현지시간) 현지 경찰특공대 잠수요원과 군 장병들이 잠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30일 오후(현지시간) 현지 경찰특공대 잠수요원과 군 장병들이 잠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사고 이틀째인 31일, 세월호 참사 당시 수색 작업에 나섰던 민간잠수사들은 “기상 악화 등으로 혼탁해진 강 수색이 바다 수색보다 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차디찬 진도 앞바다의 맹골수도에서 바다와 사투를 벌였던 그들이지만 다뉴브강의 빠른 유속과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수중시야가 잠수사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어군탐지기(수면에 초음파를 발사한 뒤 반사되는 것을 포착해 물체의 존재를 확인하는 장비) 등 각종 장비를 적절하게 운용하고 수색범위를 초기부터 제대로 설정하면 수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한 유속, 흙탕물 탓에 처절한 수색 작업 될 것”
세월호 민간잠수사로 활동했던 황병주(59)씨는 “현지 영상 등을 보면 불어난 물과 기상 상황 탓에 수중 수색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황씨는 “바다는 정조 시간(밀물과 썰물이 바뀌면서 조류가 느려지는 때로 30분~1시간 정도 이어짐)이 있어서 구조대가 잠시라도 유속 등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강은 정조 시간이 없는 데다가 폭이 좁아 24시간 유속이 강하게 지속돼 구조대의 체력소모 등이 훨씬 심하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선체의 모습을 수중 촬영하고 있는 민간잠수사. [사진=88수중개발 유기주 팀장]

세월호 참사 당시 선체의 모습을 수중 촬영하고 있는 민간잠수사. [사진=88수중개발 유기주 팀장]

그는 다뉴브강의 ‘수중 시야’가 수색 작업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황씨는 “폭우 등이 내리면 수위가 높아질 뿐 아니라 강 전체가 흙탕물로 변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돼 처절한 수색 작업이 예상된다”며 “기상 상황 등이 나아져 수중 가시거리가 조금이나마 하루빨리 확보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침몰한 선체를 수색할 경우 사용 시간에 제한이 있는 공기탱크만이 아니라 무제한으로 산소를 공급해주는 수중 헬멧을 사용하면 작업이 좀 더 수월해질 것”이라며 “다만 수중 헬멧은 장비만 컨테이너 박스로 동원해야 할 만큼 비행기로 옮기기 힘들기 때문에 현지 조달 등의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군탐지기, 그물 등 장비 총 동원해야 
세월호 민간잠수사 전광근(43)씨는 잠수사의 개인 역량에 기대기 보다는 어군탐지기 같은 장비 운용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세월호 때와는 달리 다뉴브강은 가시거리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어군 탐지기로 실종자 등의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며 “강은 비교적 바닥이 평평하기 때문에 시야는 확보되지 않더라도 어군 탐지기가 물체를 포착하는 건 바다보다 더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잠수사와 장비 운용자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무선송수신기가 가동되지 않으면 어군탐지기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면서 “마음만 급해서 무작정 잠수사들을 강 안으로 투입하기보다는 확실한 장비 운용이 가능한 시점에서 수색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에서의 수색 작업이 바다보다 어렵다고 했지만 수색 범위를 설정하고 계획을 짜기에는 더 용이할 수 있다고 봤다. 전씨는 “물살도 세고 시야 확보도 제대로 안 되지만 강폭과 수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적어도 침몰 지점을 설정해놓고 하류로 훑어 내려가면서 강 내부를 샅샅이 뒤질 순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뉴브강은 수온이 10~15도인데 매우 차갑기는 하지만 전문 잠수사들에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고 강물의 깊이도 수색 작업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이어 “유속을 생각할 때 잠수사들이 방향을 잃거나 위험하지 않도록 로프를 철저하게 결합한 상태에서 수색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청 국제구조대원들이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사고 후속 대응을 위해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구조 작업에 필요한 장비들을 옮기고 있다. 변선구 기자

소방청 국제구조대원들이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사고 후속 대응을 위해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구조 작업에 필요한 장비들을 옮기고 있다. 변선구 기자

PSDA(public safety Diving Association·공공안전잠수연합) 아시아본부장인 김석철(65) 민간잠수사는 침몰 지점 인근의 수색도 중요하지만 유속 등을 생각할 때 강 하류에 그물부터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현지 지형 등을 바탕으로 침몰 지점으로부터 5~10㎞ 정도를 설정한 뒤 그물을 설치해 실종자 등이 더 떠내려가는 일을 최소화 해야 한다”며 “어선 등에 그물을 설치해 강바닥을 차례로 훑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뉴브 강도 교각 등에 물이 부딪히면서 약간의 소용돌이 현상이 있을 수 있지만 수색에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초음파 탐지기를 물 위에 띄워 강 내부의 물체 등을 미리 파악한 뒤에 수색 작업을 벌여야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손국희ㆍ박해리ㆍ권유진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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