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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프리즘] 한강 하구의 기형 물고기

중앙일보 2019.05.31 00:34 종합 28면 지면보기
전익진 경인총국장

전익진 경인총국장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일대 한강 하구에서 조업 중인 어민들은 기형 물고기 출현을 언론에 알린 것을 두고 “자기 발등을 찍은 기분”이라며 후회한다. 지난달 ‘등이 굽은 등의 기형 물고기가 10마리 가운데 1~2마리 발견되고 있다’고 공개한 게 발단이었다. 어민들은 그 이후 전개된 상황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속하고 실질적인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이 미흡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행주 지역 물고기에 대한 이미지만 나빠졌다고 탄식한다.
 
어민들은 유력한 오염원으로 어장과 맞닿아 있는 서울시의 하수처리장 2곳을 지목하고 있다. 평소 오물이 둥둥 떠내려오거나 역한 냄새를 풍기는 시커먼 물이 내려오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5년째 지속되면서 어민들은 불안감에 휩싸였고, 언론에 호소했던 것이다.
 
최근 고양시가 의뢰해 실시한 용역 조사 보고서에는 이런 문제점이 지적돼 있었다. 서울시 하수처리장 방류수와 행주대교 인근에서 잡은 붕어에서 합성 머스크 화합물인 ‘머스크 케톤(화장품 및 화학 위생용품 성분)’이 검출됐다는 내용이다. 머스크 케톤 성분은 물고기가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조직이나 기관의 손상, 기형 등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유럽과 일본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화학물질이다.
 
서울시는 “현재 하수처리장에서 방류 중인 하수의 수질은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BOD) 농도 10ppm 이하로 매우 깨끗하게 정화된 상태”라면서 “기형 물고기와 끈벌레 발생 원인으로 하수처리장을 꼽는 것은 단순히 심정적인 결론”이라고 반박한다. 이에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어민들은 최근 서울시 측에 임기응변식 대응을 지양하고 한강 현장 종합조사를 어민들과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주변에 1000만 인구가 밀집해 있는 한강 수중 생태계의 이상 현상은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생태환경은 국민 보건 및 식품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정부와 관련 지자체장이 팔을 걷고 나서 어민들과 현장을 살펴보고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전익진 경인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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