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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중국을 어떻게 할 것인가

중앙일보 2019.05.31 00:34 종합 28면 지면보기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시선이 달라졌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래 중국이 군사·정치·경제적 변화를 맞았고 미국의 중국에 대한 태도는 급격히 방어적 태세로 전환됐다. 이런 상황 때문에 한국은 난감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미국의 변화는 2010년 무렵에 이미 시작됐다.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전략을 세웠다. 2008년 금융 위기로 미국의 신용이 추락하자 중국 전문가들은 드러내 놓고 미국의 쇠퇴를 논하기 시작해 미국을 자극했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 이후 사드 보복, 센카쿠 열도 분쟁, 남중국해 분쟁, 일대일로 전략 추진 등 한층 적극적인 노선을 선택했다. 그리고 마침내 경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쟁국뿐 아니라 동맹국에도 공격을 퍼붓는 무역 정책을 폈고, 결국 그의 정책 가운데 어떤 부분이 지속 가능한지 알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미국 민주당도 중국 무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대중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중대한 결정이었다. 여기에는 중국이 국제 무역 체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책임감 있는 대국’의 모습을 갖추게 한다는 전략이 깔렸었다. 아무도 중국이 자본주의 경제를 채택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는데, 중국은 국제 규칙을 따르며 시장 지향적인 경제를 추구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시진핑 주석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권력을 집중시켰다. 경제 정책 면에서도 국가 통제를 강화했다. 시장 지향적 모델을 따르기보다는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전략과 같은 야심 찬 계획에 따라 인공지능(AI)부터 전기자동차,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첨단기술 부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이와 동시에 중국 기업들은 때로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가며 선진국의 개방성을 악용했고, 지적 재산권의 취약점을 약용해 이익을 취했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은 끊임없는 사업 확장과 가격 인하에 집중한 성공적인 경영으로 성장했지만 지속해서 산업 스파이를 이용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정책적 딜레마를 안게 됐다. 중국 기업들의 산업 정책 관행이나 지적 재산권 절도를 지적하면 중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들이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커진다. 이를 묵인하면 경쟁 우위에서 점점 밀려난다. 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계 경제는 아직도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연합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은 중국의 압박에 맞서 한층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성공을 비난해서는 안 되며 미국과 동맹국들이 현 상황에 잘 적응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애석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과학 기술과 친환경 산업 등의 새로운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에 있어 별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경제 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 모두는 중국의 국제적 행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중국이 WTO 합의를 제대로 준수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관세 전쟁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해를 입히는 비효율적인 싸움이다. 그러나 중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서 무역 정책의 선택지가 줄어들었고, 미국과 유럽은 중국 투자자들의 기술 구매와 일대일로 전략과 연계된 프로젝트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
 
한국도 이제 같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할 경우 한국의 경제 발전에 핵심 동력이 돼 온 산업적 능력의 희생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진지하게 구해 봐야 한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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