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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물살 거센데 한밤 야경투어…구명조끼도 없었다

중앙일보 2019.05.31 00:18 종합 4면 지면보기
다뉴브의 비극 
30일(현지시간) 바이킹 리버크루즈호의 선수에 충돌 당시 흔적이 선명하게 보인다. [EPA=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바이킹 리버크루즈호의 선수에 충돌 당시 흔적이 선명하게 보인다. [EPA=연합뉴스]

악천후 속 선박 관람, 좁은 항로의 무리한 운항, 구명조끼도 갖추지 않은 허술한 안전의식. 29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도나우강)에서 발생한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에서 한국인 26명(사망 7명, 실종 19명) 등 탑승자 다수의 인명피해가 난 것은 복합적 원인이 겹친 결과로 보인다.
 

피해 왜 컸나
배 바닥 평평해 복원력 떨어져
탈출하기 힘든 이중갑판 구조
60대 이상 15명, 인명 피해 커져

헝가리 현지 언론 등 외신은 이날 폭우로 유속이 빨라진 상황에서 배가 충돌해 침몰이 가속화됐다고 전했다. 사고가 발생한 29일 부다페스트에는 29㎜의 비가 내렸다.  
 
바이킹 리버크루즈호의 전체 모습. [EPA=연합뉴스]

바이킹 리버크루즈호의 전체 모습.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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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수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비가 많이 오는 데다 야간이어서 시정이 좋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람선 쪽으로 다가오는 크루즈를 봤다 해도 물살이 거센 탓에 선장 의지대로 선박 조정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비가 며칠째 내려 유속이 빠를 때에는 운항을 중단했어야 했는데 워낙 인기있는 상품이라 운항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람선 탑승객 대부분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고선박인 허블레아니호의 선사 ‘파노라마 데크’의 대변인 미하리 토스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배에 구명조끼가 있었지만 충돌 후 몇 초 안에 배가 가라앉아 승객과 승무원이 구명조끼를 착용할 시간이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30일 외교부도 기자회견을 통해 “현지 공관 확인 결과 탑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쪽 관행이라고 알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사고 원인 조사 과정에서 왜 탑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적정 수를 초과한 관광용 선박 운항이 사고의 배경이란 지적도 나온다. 헝가리 현지 언론 인덱스는 “다뉴브강 야간 투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대형 크루즈들이 점점 늘어나 소형 선박들의 시야를 가려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7년 동안 다뉴브강에서 항해해 온 안드라스 쿠블리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들어 대기업들이 대형선박을 사들여 운항을 늘렸고, 밤마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다니고 있어 위험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 역시 27m 규모의 소형 선박 허블레아니호와 95개 객실을 갖춘 대형 선박의 충돌로 발생했다. 인덱스는 “비슷한 비극이 발생하는 건 시간문제였다”고 꼬집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해군 구조 대원들이 사고 현장으로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에서 해군 구조 대원들이 사고 현장으로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40년간 유람선 회사를 운영한 문전옥 부산항크루즈㈜ 회장은 “사고가 난 다뉴브강은 폭이 좁고 모래가 쌓인 곳이 많아 배가 다닐 수 있는 항로가 제한적인 지형이다. 비바람이 거센 상황에서 많은 유람선이 좁은 항로를 무리하게 운항한 게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문 회장은 또 “강에서 운항하는 배는 선체 바닥이 평평해 기상이 악화할 경우 구조적으로 복원력이 취약하다”며 “크루즈와 충돌한 유람선은 전복되자마자 빠른 속도로 침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난 유람선이 배 안에서 휴식 중인 사람들이 바깥으로 탈출하기 어려운 이중갑판 구조인 점도 희생자 규모가 커진 원인으로 꼽혔다. 김 교수는 “설사 배 밖으로 탈출했더라도 당시 유속이 강해 구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탑승객 중 고령자가 많다는 점이 인명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 관광객 30명은 지난 25일 참좋은여행의 패키지 상품 ‘발칸 2개국·동유럽 4개국’를 이용해 여행을 갔으며, 이들 중 13명이 60대이며 최고령자는 1947년생(72세)이다.
 
사고 직후 현지 당국이 대규모 구조와 수색을 벌였음에도 강풍과 비가 계속돼 어려움을 겪었다. 가보르 차토 헝가리 구급대 관계자는 “물살이 거세 일부 구조자는 부다페스트를 벗어난 곳에서 발견됐다”며 “사고 발생 지역에서 약 3㎞ 떨어진 페퇴피 다리 부근에서 구조된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침몰 사고가 발생한 시점의 다뉴브강 수온은 10~12도 정도로 체온보다 훨씬 낮다.  
 
김지아 기자, 부산=이은지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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