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다페스트 유람선 30m 간격 오가, 2년 전에도 충돌 사고”

중앙일보 2019.05.31 00:12 종합 8면 지면보기
다뉴브의 비극
지난 21일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에서 촬영 한 사진. 다리 앞 뒤로 보이는 배만 13척이다. [사진 독자]

지난 21일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에서 촬영 한 사진. 다리 앞 뒤로 보이는 배만 13척이다. [사진 독자]

“유람선을 탔는데 구명조끼는 주지도 않더라고요. 대신 와인을 주더군요.”
 

사고 뒤엔 과열된 관광산업
부다페스트 관광객 한해 2800만
다녀온 60대 “야경 보려 밤에 타
안전 주의 없고 와인만 주더라”

지난 2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여행을 가 다뉴브강 유람선을 탔던 대구 달서구에 사는 최모(66·여)씨의 얘기다.
 
30일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 소식을 접한 그는 “바로 며칠 전 유람선을 탔던 곳에서 참사가 일어났다. 안타까워 죽겠다”고 했다. 최씨는 사고 관광객들이 이용한 참좋은여행사를 통해 지난 18일부터 26일까지 독일·헝가리·체코를 다녀왔다. 20여 명으로 이뤄진 관광 패키지 상품이었다. 그가 보여준 여행사에서 받은 일정표엔 ‘야간 크루즈를 타고 아름다운 부다페스트의 모습을 감상하라’고 쓰여 있었다.
관련기사
 
다뉴브강 유람선은 어떤가.
“관광 패키지로 온 한국 관광객들이 주로 다뉴브강 유람선을 타더라. 선착장에 비슷하게 생긴 유람선이 여러 척 정박해 있었다. 커다란 대형 크루즈선도 보였다. 유람선은 보통 해가 지는 오후 7시가 지나면 관광객들을 하나 둘 태워 슬슬 강으로 나간다.”
 
유람선에 머무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
“40분쯤이다. 유람선은 다뉴브강을 떠다니다가 헝가리 국회의사당 앞으로 돌아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온다. 그때 앞뒤로 같은 유람선이 여러 척 다닌다. 커다란 크루즈선도 지나간다.”
 
다뉴브강을 운항하는 유람선들 사이 사이 간격은 어느 정도 떨어져 있나.
“여러 척이 동시에 떠다니는데, 떠 있는 배들의 간격은 30m 정도 되는 것 같더라. 주말이나 날씨가 좋아 관광객이 많이 몰리면 유람선이 더 많아진다고 한다. 그땐 더 촘촘해질 것 같다. 바다가 아니지만 물살이 다소 센 편이다.”
 
유람선을 타면 구명조끼는 주나.
“이상하더라. 우리나라는 배를 타면 당연히 구명조끼를 먼저 주거나, 아니면 가까운 곳에 둔다. 그것도 아니면 안내문이라도 붙여 두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유람선은 구명조끼를 안 주더라. 입으라고 이야기도 안 하더라. 어디에 있는지 안내문도 안 보였다. 대신 유람선에 타면 와인과 음료수를 쭉 놔두고 마실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와인은 글라스에 아예 담아서 바로 마실 수 있도록 준비해 뒀다.”
 
유람선에 구명 장비는 잘 갖춰져 있는지.
“배 몸체에 붙은 ‘튜브’도 사진을 보고 나중에 있다는 걸 알았다. 나름 자세하게 둘러보고 찾아봤지만 구명보트도 보이지 않았다.”
 
안전사고에 대한 안내를 가이드에게 받았나. 한국인 가이드가 있지 않았나.
“한국인 가이드가 있었다. 여행사에서 동행한 분이다. 그런데 그런 안내는 없었다. 전부 아름다운 경치에 빠져서 그런지 그런 것을 물어보는 관광객도 없었다. 보통 한 유람선엔 30여 명이 한 팀을 이뤄 타는데, 아무도 묻지도 듣지도 않았다. 헝가리 유람선 선장도 안전과 관련한 안내는 전혀 하지 않았다.”
 
유람선에서 관광객들은 주로 어디 있나.
“헝가리는 요즘 오후 8시쯤 지나면 슬슬 어두워진다. 유람선엔 왈츠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상당수 관광객은 어두워져도 배 앞머리에 나가 사진을 찍는다. 2층 꼭대기에 올라가 사진 찍는 사람도 많다.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 충격으로 배가 흔들리면 강으로 떨어질 수 있겠다 싶어 개인적으론 매우 불안했다. 물살이 센 편이어서 불안함을 느낀 것 같다.”
 
참좋은여행사에서 유럽 여행을 떠나기 전 배포한 여행 일정표의 일부. 야간 크루즈를 탄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사진 독자]

참좋은여행사에서 유럽 여행을 떠나기 전 배포한 여행 일정표의 일부. 야간 크루즈를 탄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사진 독자]

동유럽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 유람선 투어는 ‘필수 코스’로 인식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새벽 사고가 난 참좋은여행사의 상품뿐만 아니라 대다수 여행사에서도 유람선 투어는 꼭 넣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국내 여행사 관계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은 내가 아는 한 거의 국내 전 여행사가 하는 일정이다. 부다페스트가 동유럽에서는 체코와 함께 메인 여행지다. 따라서 동유럽을 여행하면 헝가리를 거치게 되고, 그러면 다뉴브강 유람선 프로그램은 거의 다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여행객들이 온라인 블로그 등에 올린 후기를 종합하면 다뉴브강 유람선은 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보기 위해 탑승한다. 다뉴브강 양옆으로 헝가리의 명소가 즐비해 있기 때문이다. 헝가리 국회의사당과 어부의 요새 등 주요 명소가 펼쳐져 있으며, 특히 해당 건물들은 야간에도 매우 밝게 불을 켜 놓고 있기 때문에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행객 후기를 보면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야경이 너무 아름답다’ 등의 이야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다’ ‘작은 배라 휘청거렸다’ 등의 후기도 종종 있었다.
 
유람선은 크기와 모양 등 종류가 여러 가지다. 사고가 발생한 유람선처럼 수십 명을 태울 수 있는 유람선도 있고, 그보다 더 크기가 크거나 작은 유람선들도 각 선착장에서 여러 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는 대략 1시간에서 1시간30분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큰 배 움직일 때 작은 배 잘 못 봐”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와 관련해 부다페스트의 과열된 관광 산업이 참사를 초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부다페스트는 동유럽의 대표적 관광지다. 현지인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도시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 현지 언론에서 나올 정도다. 지난해에만 약 2800만 명의 관광객이 부다페스트를 방문했다고 한다. 부다페스트 인구는 200만 명에 못 미친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다뉴브강 유람선 투어도 인기를 끌었다. 영국 가디언은 “소규모 관광 보트부터 대형 크루즈까지 하루 수백 척(hundreds of)의 배가 다뉴브강을 오간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 ‘444’는 “야간에만 70척이 운항한다”고 보도했다.
 
유람선 수가 늘고 규모가 대형화되면서 사고 가능성이 상존해 왔다. 444에 따르면 약 1년 반 전에도 비슷한 충돌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사고 유람선과 충돌한 대형 유람선 측 관계자는 현지 언론 인덱스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소규모로 운영되던 유람선 사업이 점차 큰 기업에 인수되며 대형 선박 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야간 유람선에 대해 “근처에서 대형 선박이 움직일 경우 소형 선박에서 야간전조등을 켜도 무용지물이다. 크루즈 선장이 이를 보지 못하는 위험한 상황도 벌어진다”면서 “야간 크루즈 운항을 적절히 규제해야 했으나 당국자들이 지역 경제 부흥을 위해 안전을 도외시했다”고 주장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이승호·이후연·홍지유 기자 youknow@joongang.co.kr
미세먼지 실험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만 참여해도 바나나맛 우유가!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