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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하고 트로피 뺏긴 한국 U-18 축구대표팀

중앙일보 2019.05.31 00:06 경제 7면 지면보기
한국 U-18 축구대표팀이 판다컵 우승 트로피에 발을 올려 지탄을 받았다. [사진 웨이보]

한국 U-18 축구대표팀이 판다컵 우승 트로피에 발을 올려 지탄을 받았다. [사진 웨이보]

한국 18세 이하(U-18) 축구대표팀이 중국에서 열린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도 철없는 행동으로 물의를 빚었다. 결국 우승 트로피까지 회수당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트로피에 발 올린 채 기념 촬영
일부 선수 시상식 후 경솔한 행동
중국 축구팬 “무시당했다” 분노
축구협회 공식 사과 등 진화 나서

인민망(人民網) 등 중국 매체들은 30일 한국 U-18 축구대표팀이 전날 청두에서 열린 2019 판다컵에서 우승한 뒤 세리머니를 하는 과정에서 트로피에 발을 올린 채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보도했다. 한국·중국·태국·뉴질랜드 등 4개국이 참가한 국제 친선대회인 판다컵에서 한국은 3전 전승을 거둬 우승했다. 특히 대회 최종전에서 한국은 중국을 3-0으로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시상식 직후 일부 선수의 경솔한 행동이 중국 팬들을 자극했다. 시상식 현장을 촬영한 중국 사진기자는 “한국 선수들이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과정에서 트로피를 함부로 대했고, 일부 선수는 소변을 보는 동작을 취했다”고 했다. 당시 경기장에서 이 장면을 본 다른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곧바로 제지에 나섰지만, 이 내용이 웨이보(微博) 등 중국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대회 자체를 모독당했다” “예의부터 먼저 배우라” “공개 사과하라”는 중국인의 질타가 이어졌다.
 
중국 내 파문이 커지자 18세 이하 대표팀 선수 전원과 김정수 감독은 30일 새벽 청두의 숙소 호텔에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 선수들은 사과문을 통해 “우리는 축구 선수로서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 모든 중국 축구 팬과 선수, 중국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김 감독도 “좋은 대회에 초대해주셨는데 불미스러운 행동을 해 사과한다. 이번 일은 완전히 내 잘못”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30일 오전에 청두축구협회를 직접 방문해 대회 관계자들에게 다시한번 사과했다. 대한축구협회도 같은 날 중국축구협회와 청두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내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판다컵 조직위원회는 이번 사안에 대해 “이 대회는 청두시가 중국축구협회의 지원을 받아 만든 국제대회다. 우승 트로피는 중국축구협회 축구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었다”면서 “심각한 모욕이자 스포츠 정신을 훼손한 행위였다. 이런 선수들이 대회에 오는 건 반갑지 않다. 우리는 스포츠맨십을 갖춘 팀을 환영한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결국 30일 오후 대회 조직위는 한국 대표팀으로부터 우승 트로피를 회수했다. 중국축구협회도 관련 사안을 보고서로 정리해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제출했다.
 
중국은 이 대회에서 3경기 동안 한 골도 넣지 못하고 7골을 내줘 3전 3패 최하위로 마쳤다. 결과와 내용 모두 좋지 않아 중국 축구팬들의 실망이 큰 상황에서 한국 선수들의 상식 밖 행동이 중국을 크게 자극했다. 한국 U-18 대표팀 선수들은 30일 예정됐던 모든 외부 일정을 취소하고, 숙소 내에 머물며 자숙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31일 대표팀이 귀국한 뒤 불미스러운 행동을 한 상황과 해당 선수의 징계를 논의하겠다. 재발 방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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