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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성추행 고발했다 학교서 산채로 화형당한 여학생

중앙일보 2019.05.30 18:14
교장의 성추행 사실을 고발했다가 또래 남학생들에게 화형당한 누스랏 자한 라피(19). [뉴스1]

교장의 성추행 사실을 고발했다가 또래 남학생들에게 화형당한 누스랏 자한 라피(19). [뉴스1]

방글라데시에서 교장의 성추행을 고발한 여학생이 학교 옥상에서 산 채로 화형당한 사건과 관련 총 16명이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30일 영국 BBC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경찰은 여학생을 살해한 남학생들이 교장의 명령 아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계획을 세워 살인을 저질렀다며 관련자 전원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현지 검찰은 이들 16명 모두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16명은 대부분 학생이었으며 이 중 2명은 지역 정치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교장은 경찰 조사에서 남학생들에게 피해 여학생을 살해할 것을 지시했다고 자백했다. 
 
누스랏 자한 라피(19)는 수도 다카에서 160km 떨어진 소도시 페니에 있는 이슬람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그는 지난 3월 27일 교장의 부름을 받고 교장실로 갔다. 교장은 라피에게 여러 차례 불쾌한 신체접촉을 했고 라피는 저항 끝에 도망쳤다.  
 
이슬람 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사회적 시선과 낙인이 두려워 성추행을 당해도 발설하지 않지만 라피는 용기를 내 교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교장은 곧바로 경찰에 체포됐지만 이후 라피에게는 엄청난 시련이 닥쳤다. 라피의 고발에 분노한 남학생들이 교장을 석방하라는 시위를 벌인 것이다.  
 
남학생들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라피는 4월 6일 믿었던 친구의 배신으로 결국 산 채로 화형됐다. 기말고사 기간이었던 이날 라피는 급우가 옥상에서 집단 구타를 당하고 있다는 여자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학교 옥상에 올라갔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4~5명의 남학생들이 라피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라피에게 고소를 취하할 것을 요구했다. 라피가 거부하자 남학생들은 라피의 몸에 휘발유를 부은 뒤 불을 붙였다. 라피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응급차 안에서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용의자들은 라피가 분신자살한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 현장을 훼손한 것으로 밝혀졌다.
 
누스랏 자한 라피의 죽음이 알려지자 지역 주민들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뉴스1]

누스랏 자한 라피의 죽음이 알려지자 지역 주민들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뉴스1]

지역뉴스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라피의 죽음이 알려지자 방글라데시 사회는 분노했다. 수천 명의 인파가 항의 집회를 열었고 많은 사람들이 라피의 장례식의 참석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소식을 들은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그의 가족을 만나 "범죄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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