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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가 가장 사랑하는 목소리…7년 만에 내한 이유는

중앙일보 2019.05.30 07:00
7년 만에 새 앨범을 들고 내한한 스웨덴 뮤지션 라세 린드. 긴 어둠을 뚫고 빛으로 나온 듯 밝게 웃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7년 만에 새 앨범을 들고 내한한 스웨덴 뮤지션 라세 린드. 긴 어둠을 뚫고 빛으로 나온 듯 밝게 웃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통상 OST는 다른 음악보다 긴 생명력을 갖는다. 노래를 듣는 순간 드라마 혹은 영화의 한 장면이 머릿속에 펼쳐지면서 그때의 기억 회로를 건드리는 탓이다. 그런 면에서 스웨덴 싱어송라이터 라세 린드(45)는 복 받은 뮤지션이다. 그의 음악은 한국 드라마를 통해 사랑에 달뜬 청춘의 배경음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2000년 발표한 곡 ‘컴온 스루(C’mon Through)’와 ‘더 스터프(The Stuff)’가 드라마 ‘소울메이트’(2006)에 삽입된 것이 시작이었다.  
 

‘소울메이트’ ‘도깨비’ OST로 유명한
스웨덴 뮤지션 라세 린드 새 앨범 발매
어머니 별세 후 방황…사랑으로 극복
“기다려준 한국 팬 감사…공연 기대해”

음악과 영상이 만나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을 두고 “마법 같은 일”이라고 표현하는 그 자신 역시 한국과 사랑에 빠졌다. 2009년부터 1년간은 서울 신촌에 눌러앉아 자취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때의 경험담을 담아 에세이 『라쎄 린드의 할로, 서울』을 펴내고, 동명의 미니앨범을 발표하는 등 서울에 적잖은 애착을 보였다. 
 
이후에도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의 ‘아이 쿠드 기브 유 러브(I Could Give You Love)’를 비롯해 드라마 ‘엔젤아이즈’(2014) ‘풍선껌’(2015) 등 그를 향한 한국 드라마 음악감독들의 구애는 계속됐다. ‘도깨비’(2016~2017)의 ‘허쉬’(Hush)는 국내 음원 차트 1위까지 차지했다. 그럼에도 7년간 새로운 음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스웨덴으로 돌아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와 김고은의 테마곡으로 나온 ‘허쉬’ 역시 라세 린드가 부른 곡이다. 당시 국내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와 김고은의 테마곡으로 나온 ‘허쉬’ 역시 라세 린드가 부른 곡이다. 당시 국내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 tvN]

28일 서울 신대방동에서 만난 린드는 “2013년 어머니가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한동안 음악을 만들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2년간 아버지와 번갈아가며 병간호를 하면서 음악을 많이 들려 드렸어요. 아픈 사람을 앞에 두고 연주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어머니가 저희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하셨거든요. 연극 연출가 겸 뮤지션으로 활동한 아버지에게 15살 때 처음 기타를 선물 받아 음악을 시작했는데…. 다시 기타를 들고 곡을 쓰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 무렵 만난 나탈리와 2014년 결혼한 그는 천천히 일상의 행복을 되찾아갔다. “자전거를 타다 처음 만났다”는 이들은 스톡홀름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내면의 소리에 집중했다. “어느 날 기타를 잡았는데 다시 노래하고 싶더라고요. 우리 관계에 대해, 사랑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고 싶은 게 생겨난 거죠.” 타이틀곡 ‘보이(Boy)’를 시작으로 10곡이 나오기까지 여섯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일단 시작을 하고 나니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더라고요. 보통 어쿠스틱 악기로 작곡하기 때문에 이렇게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많이 들어간 곡도 처음이고요.”
 
27일 발매된 라세 린드의 새 정규 앨범 ‘데몬스 인 어 로켓’ 재킷. [사진 칠리뮤직코리아]

27일 발매된 라세 린드의 새 정규 앨범 ‘데몬스 인 어 로켓’ 재킷. [사진 칠리뮤직코리아]

그렇게 완성된 새 정규앨범 타이틀은 ‘데몬스 인 어 로켓(Demons in a Locket)’. 음악을 쉬는 동안에도 자신을 잊지 않고 찾아준 한국에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자 지난 27일 한국에서 첫선을 보였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팬인 부부는 슬리데린의 로켓(목걸이)에서 영감을 받아 앨범 재킷을 만들었다. 디자이너로서 실력 발휘를 한 아내 나탈리는 “사람을 좌절하게 만드는 어두운 기운을 모두 로켓에 담아 날려버리자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예전보다 한층 경쾌해진 음악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발 구르기를 하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생각하는 한국에서 사랑받는 비결은 뭘까. 1998년 데뷔 이후 밴드 트라이베카 활동을 겸해온 그는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잔잔한 멜로디와 본인의 음색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스웨덴에서 소프트한 발라드는 별로 인기 있는 장르가 아니에요. 더 로킹하고 강한 사운드를 선호하죠. 저 역시 마룬5나 콜드플레이 같은 밴드를 좋아하긴 하지만 저는 훨씬 더 가성을 많이 쓰잖아요.” OST 제안이 들어오면 “멜로디를 가장 중점에 두고 결정한다”는 그는 “영어 가사를 좀 더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발음을 또박또박하게 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달 1일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리는 라세 린드의 공연. 윤종신 큐레이티드 시리즈의 17번째 공연이자 한국-스웨덴 수교 60주년 특별공연으로 진행된다. [사진 현대카드]

다음 달 1일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리는 라세 린드의 공연. 윤종신 큐레이티드 시리즈의 17번째 공연이자 한국-스웨덴 수교 60주년 특별공연으로 진행된다. [사진 현대카드]

다음 달 1일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7년 만의 콘서트도 마련돼 있다. 한국-스웨덴 수교 60주년을 맞아 특별공연으로 진행된다. 새 앨범부터 드라마 OST까지 다양한 곡들을 준비 중이다. “지난 10년 동안 스웨덴에서도 한국에 대한 인상이 많이 바뀌었어요. K팝 시장도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고, 이제 애플보다 삼성ㆍLG의 스마트폰을 더 많이 쓰죠.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인해 한국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요. 아직 한국에서 스웨덴에 대한 인지도는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지만 제 음악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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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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