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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트럼프의 뜬금포 '전기보다 증기다'…항모 '사출장치 회귀'에 강한 집념

중앙일보 2019.05.30 05: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일 기간인 지난 28일 주일 미군 요코스카기지에 정박된 강습상륙함(USS Wasp)을 방문해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일 기간인 지난 28일 주일 미군 요코스카기지에 정박된 강습상륙함(USS Wasp)을 방문해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증기(steam)냐, 전기(electric)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일 중이던 지난 28일 미 해군 요코스카기지를 방문해 연설하면서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가 지목한 것은 항공모함에서 함재기를 발진시키는 방식, 즉 사출장치(catapult)에 대한 것이었다. 이날 연설 장소는 미 해군의 강습상륙함(USS Wasp) 함상이었다. 
 
미 군사전문 매체 밀리터리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포드급 최신 핵 추진 항공모함을 건조하면서 약 2년 전부터 기존의 증기식 사출장치 대신 전자기식 사출장치(EMALS)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EMALS가 아닌 증기식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장병들 앞에서 “(전자기식은) 너무 약해서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 뒤 “(증기식은) 지난 65년간 완벽히 작동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왜 구형 기술을 선호하는 것일까.  
 
미 해군 핵 추진 항공모함인 에이브러햄 링컨함에서 F/A-18E 수퍼호넷 전투기가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미 해군은 기존 항모에서 증기식 사출장치(catapult)를 이용해 함재기를 이륙시킨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해군 핵 추진 항공모함인 에이브러햄 링컨함에서 F/A-18E 수퍼호넷 전투기가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미 해군은 기존 항모에서 증기식 사출장치(catapult)를 이용해 함재기를 이륙시킨다. [로이터=연합뉴스]

효율적인 출격 돕는 EMALS  
트럼프가 ‘증기식으로의 회귀’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7년 포드함을 방문한 뒤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에서 “많은 수병이 내게 새로운 시스템(EMALS)이 ‘안 좋다’고 말했다”며 “그들에게 ‘빌어먹을 증기(goddamned steam)’로 돌아갈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미 해군이 EMALS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손실 방지다. 고온·고압의 증기식에 비해 전자기식은 항모는 물론 함재기에 스트레스를 적게 준다. 내구성 측면에서 탁월하다는 의미다. 별도의 증기보일러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공간효율성도 뛰어나다. 또 사출을 위한 재충전 시간이 짧아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항공기를 출격시킬 수 있다. 운용 인력도 더 적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이 선도하는 기술이지만 항모 보유국들이 모두 탐을 내고 있다. 미 해군 항모보다 규모가 작은 항모들을 운용하는 영국이나 프랑스, 중국이 대표적이다.  
 
영국은 최신 항모인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 2척에 EMALS를 적용해 F-35C 스텔스 함재기를 탑재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프랑스도 차세대 항모에 미국식 EMALS 적용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4월 26일 중국 다롄조선소에서 중국의 첫 자국산 항공모함인 '001A'형의 진수식을 가졌다. 기존 중국 항모는 함수가 올라간 스키점프대 형태의 활주로를 이용해 함재기를 이륙시킨다. [신화=연합뉴스]

2017년 4월 26일 중국 다롄조선소에서 중국의 첫 자국산 항공모함인 '001A'형의 진수식을 가졌다. 기존 중국 항모는 함수가 올라간 스키점프대 형태의 활주로를 이용해 함재기를 이륙시킨다. [신화=연합뉴스]

대양으로 세력을 급격히 확장하고 있는 중국은 EMALS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건조에 착수한 세 번째 항모(자국산으로는 두 번째)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면서 EMALS를 탑재할 계획이다.  
 
현재 중국의 항모 2척은 모두 함수가 하늘을 향해 휘어져 올라간 이른바 스키점프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경우 이륙을 위해 무장 탑재량이 제한된다. EMALS를 채용하면 짧은 활주로에서도 완전 무장한 함재기 출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적 내통자'나 전자기식 선호" 
이처럼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EMALS를 ‘세금 먹는 하마’로 여기고 있다.  
 
미 방산 대기업인 제네럴아토믹은 지난 2015년 두 번째 포드급 항모인 존 F. 케네디함에 탑재할 EMALS와 강제착륙장치(AAG)를 7억3700만 달러(약 8800억원)에 공급하기로 계약했다고 밀리터리타임스는 전했다. 제네럴아토믹은 2017년에도 5억3200만 달러(약 6350억원) 규모의 포드급 3번함 EMALS 계약을 따냈다.  
 
미국 버지니아의 헌팅턴 인겔스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두 번째 포드급 핵 추진 항공모함인 존 F. 케네디함의 동체 조립 장면을 지난해 10월 2일 미 해군이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의 헌팅턴 인겔스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두 번째 포드급 핵 추진 항공모함인 존 F. 케네디함의 동체 조립 장면을 지난해 10월 2일 미 해군이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28일 연설에서 이 두 건의 계약을 겨냥한 듯 “시간이 짧아서 다 말하기는 힘들지만, 이 미친 전자기 사출장치 때문에 9억 달러(약 1조750억원)의 (예산이) 오버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증기식에 무슨 문제라도 있냐”며 사출방식 회귀를 재차 강조했다.   
 
이날 트럼프는 장병들에게 인기투표를 하듯 사출 방식 선호도를 묻는 과정에서 누군가 ‘전자기식’이라고 대답하자 “적과 내통하는 사람”이라고 농담까지 던졌다.  
 
요미우리신문은 29일 워싱턴발 기사에서 “트럼프는 고비용 군사계획에 불신감을 갖고 있다”며 “지난 3월에는 한미 양군이 해마다 봄에 실시하던 대규모 연합훈련을 ‘수억 달러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며 취소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또 다른 우려는 EMALS의 신뢰도 저하다. 지난 1월 미 국방부 산하 무기체계 운용시험평가국(DOT&E)이 발표한 보고서에선 “항공작전에 중요한 시스템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거나 나쁘다”고 평가했다. 사실 EMALS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운용 신뢰도 문제가 발생해 포드함 탑재가 예정보다 1년 정도 늦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비싼 돈을 들여가며 도입했는데 제 성능도 못 낸다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 정가에선 트럼프의 시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의 미 공화당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예산을 들여서라도 최신 기술을 채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안전보장상 필요성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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