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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부 독립만 훼손하는 김형연 법제처장 임명

중앙일보 2019.05.30 00:07 종합 30면 지면보기
‘책임’과 ‘원칙’이 실종된 인사 
청와대는 또 김형연 전 법무비서관을 국가 법령 해석을 총괄하는 법제처장에 임명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부적절하다. 우선 돌려막기 ‘코드 판사’ 인사의 전형이다. 김 처장은 현 정부가 출범하자 인천지법 부장판사에서 사표를 내고 수리 이틀 만에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직행했다. 당시 대법원에 “왜 사표를 빨리 수리해 주지 않느냐”며 독촉 전화까지 했다고 해 말이 많았다. 그후 2년 만에 행정부의 차관급으로 고속 승진했으니 판사 후배들조차 “김 처장이 판사의 새로운 출세 모델을 만들었다”고 조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김 처장의 후임 법무비서관에 임명된 김영식 전 부장판사 역시 퇴임 3개월만에 청와대로 직행했다. 특히 김 처장과 김 비서관 둘 다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 출신이다. 법원 학술동아리 간부끼리 법무비서관 자리를 물려주고 받은 셈이다.
 
이번 인사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 중 사법부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재판의 공정성·독립성에 대한 국민 불신을 가중시키는 인사라 아니할 수 없다. 청와대는 앞서 그 자리에 대통령과 같은 로펌에 근무했던 변호사 김외숙(신임 청와대 인사수석)을 발탁해 9·19 평양 공동선언의 국회 비준 대상 여부 등을 놓고 야권과 ‘코드 해석’ 공방을 벌여 왔다. 이번엔 대통령 비서를 지낸 사람을 임명했다. 이러니 이석연 전 법제처장에게서 “대통령이 법제처장을 자신의 참모쯤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닌가. 현직 판사의 청와대 직행을 금지하는 법이라도 제정해야 할 난장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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