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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변호사 "김학의 보고서 난도질 당해" 왜곡 의혹 제기

중앙일보 2019.05.29 11:28
박준영 변호사. [연합뉴스]

박준영 변호사. [연합뉴스]

재심 전문 변호사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가 29일 최종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둔 '김학의 사건'에 대해 "(보고서가) 난도질당하고 있다"며 왜곡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 변호사는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김학의 조사팀'에서 지난 3월까지 활동했다.

'김학의 보고서' 왜곡 가능성 제기
"보고서 난도질…이건 폭력입니다"

 
박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김학의 사건) 보고서를 쓴 단원의 의사가 무시당한 채 난도질당하고 있다"며 "기록을 가장 많이 보고 조사에 참여한 사람이 주장하는 근거와 의견, 양심이 이렇게 무시되고 있다. 이건 폭력이다"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실무기구인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보고서를 검토한 뒤 이날 오후 '김학의 사건'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건 기록을 직접 볼 수 없는 과거사위는 조사단의 보고서를 판단의 근거로 삼는데, 박 변호사가 이 보고서의 왜곡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박 변호사는 "김학의 사건은 주장하는 성폭행 사건 수가 여럿이고 양측의 주장이 대립하는 상황"이라며 "수년 동안 벌어졌던 여러 일에 대한 조사기록(조서 등)을 어느 한쪽이 아닌 양측의 주장과 그 근거를 분명히 알 수 있도록 보고서에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주도적으로 쓴 조사단원의 말을 빌려 "보고서의 논리와 흐름은 글을 쓴 사람의 의견과 양심의 반영인데, 이를 무시한 채 자신의 의견과 다른 부분을 빼고 자신의 의견을 담아 고치는 것이 맞는 것이냐"고 전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조사단이) 밖에서는 원칙과 절차를 지키지 않고 검찰이 칼을 함부로 휘둘렀다는 비판을 하면서, 안에서는 그 원칙과 절차를 내팽개치는 게 모순 아니냐"며 "절제를 촉구한다"라고도 밝혔다.
 
아래는 박준영 변호사 SNS 글 전문. 
<한 팀이 작성한 보고서란>
형제복지원 사건 관련 과거사위원회 심의결과는 지난 해 10월에 나왔습니다. 다 부질없는 일이 되었지만, 국정감사 이전에 이슈로 부각시켜 보고자 했던 제 욕심 때문에 최종보고서 작성은 추석 연휴를 반납하며 급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주심으로 관여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초안을 제가 썼습니다. 그런데 '시의성'만 생각한 채 급한 마음으로 쓰는 보고서가 잘 나올 리 없습니다. 팀의 다른 단원들이 며칠을 함께 했습니다. 연휴 기간 중에 출근하여 제 글을 세심히 살펴주었습니다.

 
한편, 기록을 가장 많이 봤고 주도적으로 조사를 진행한 사람이 저입니다. 제 글이 수정되는 것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글에는 기록과 자료를 대한 제 자세, 양심 그리고 의견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다른 단원들도 저와 마찬가지로 양심과 의견이 있습니다. 제가 쓴 내용을 그대로 수긍할 수는 없지요.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팀원 모두의 이름이 들어가는 보고서. 이름값은 각자가 챙겨야 합니다.

 
의견이 대립될 때는, 이 일 끝나면 얼굴 보지 말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논거와 논리가 부족하면, 설득당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법률가로 서로를 존중하며 때로 냉철하게 토론하였습니다. 형제복지원 사건 최종보고서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입니다.

 
‘글쓰기는 인간의 일이고 편집은 신의 일이다.’ 스티븐 킹이 쓴 <유혹하는 글쓰기>에 이렇게 나옵니다. 대개 편집과정을 거쳐 더 좋은 글이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단, 여기서 지켜야 할 '원칙'이 있습니다. 글쓴이의 생각과 양심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합니다. 이게 무시되고 왜곡되면, 당초 글을 쓴 사람은 그 글에서 지워지게 됩니다.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은, 주장하는 성폭행 사건 수가 여럿이고 양측의 주장이 대립되는 상황입니다. 사건 하나하나 냉철하게 판단을 해야 합니다. 수년 동안 벌어졌던 여러 일들에 대한 조사기록(조서 등)을 어느 한쪽이 아닌 양측의 주장과 그 근거를 분명히 알 수 있도록 보고서에 담아야 합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지난 월요일 위원회에 보고된 김학의 전 차관 사건 보고서의 양은 1,000페이지가 넘습니다. 기록을 볼 수 없는 위원회가 그 명의로 외부로 공표하는 심의결과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그 최소한과 최대한의 전제가 보고서라 할 수 있습니다.

 
1,000페이지가 넘는 김학의 전 차관 사건 보고서를 주도적으로 쓴 단원은 사건 기록을 가장 많이 봤고, 관련자들 조사과정에 참여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대검찰청을 경유하여 위원회에 제출되기까지 했습니다. 가볍다고 할 수 없는 보고서입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가 보고서를 쓴 단원의 의사가 무시당한 채 난도질당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를 쓴 단원은 “보고서의 논리와 흐름은 글을 쓴 사람의 의견과 양심의 반영인데, 이를 무시한 채 자신의 의견과 다른 부분을 빼고 자신의 의견을 담아 고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그리고 이게 쉬운 일이 아니고 무용한 일이다”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양이 늘더라도 각자가 주장하는 근거와 의견을 가급적 그대로 수용하고 보고서에 담자고 합니다. 누구의 주장의 옳습니까?

 
이 단원은 자신이 주장하는 근거와 의견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위원회의 위원들이 풍성한 자료로 심의할 수 있도록 각자가 주장하는 근거와 의견을 최대한 담아보자는 것이지 본인의 주장대로 보고서가 채택되기만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기록을 가장 많이 보고 조사에 참여한 사람이 주장하는 근거와 의견. 결국 양심이 이렇게 무시되고 있습니다. 이건 폭력입니다. 무시하는 사람 그리고 침묵으로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양심'을 촉구합니다.

 
밖에서는 원칙과 절차를 지키지 않고 검찰이 칼을 함부로 휘둘렀다는 비판을 하면서, 조사단 안에서는 그 원칙과 절차를 내팽개치는 게 모순 아닌가요. '절제'를 촉구합니다.

 
법률가는 주장을 함에 있어 그 근거를 이야기해야 하고 다른 주장의 근거를 함부로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반박을 하고 다시 내 주장의 근거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보고서를 쓴 단원이 얼마나 억울하고 힘이 들까요.

 
이 문제와 관련된 글은 연이어 계속 쓰겠습니다. 난전(難戰)이지만, 끝까지 가봅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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